양보·협력·대화의 장, ‘수급조절위원회’로 농산물 수급안정
양보·협력·대화의 장, ‘수급조절위원회’로 농산물 수급안정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3.10.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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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해영 수급관리처장

추석이 지나고 이제 완연한 ‘결실의 계절’ 가을로 접어들었다. 작년 9∼10월은 태풍에 의한 주요 생산지의 작황피해로 서민들의 추석 차례상 비용이 상승하여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지만, 올해는 태풍이나 홍수피해가 적어 비교적 풍요로운 추석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상변화의 불확실성 증대로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후적인 미봉책인 아닌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예측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기상변화에 따른 농업분야의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생산량 과잉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상기후에 의한 생산량 급감은 물가상승을 초래하여 서민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농산물(51개 품목)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하지만 구입빈도가 많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상대적으로 커서 농산물 가격의 등락이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기상변화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주요 농산물의 효율적인 수급관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선 과학적인 기상예측 기술을 첨단화하여 수급관측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과학 기술력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수급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유통은 물과 같아서 ‘생산’과 ‘소비’라는 물줄기가 ‘시장’이라는 바다로 원활히 흐를 때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생산예측이 불완전하고 수급 불안정이 일상화 될 때 생산과 소비 사이를 이어주고, 양보와 조율을 통해 민간과 정부가 가장 합리적인 조절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즉, 생산 및 유통전반의 실태파악과 정보공유를 위한 채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이다.
지난 4월 발족한 수급조절위원회는 주요 농산물의 수급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매뉴얼에 따라 가격구간을 설정하여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징후가 포착될 경우 긴급회의를 소집해 관련 기관 간 정보공유를 통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 일방적인 수입에 의존한 기존의 수급안정 대신 단기적 가격변동에 따른 성급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내수매 및 비축량을 늘려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등 효율적인 수급조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수급조절위원회의 중요성은 생산자, 소비자 모두를 위한 상생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 가격상승의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단시간에 기계적으로 생산되는 공산품과 달리 농업인의 땀과 노력의 대가로 생산되는 농산물의 소중함을 차지하더라도 최근 기상변화에 의한 물가상승의 무게를 반복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수입에 의존한 사후적인 미봉책은 생산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상충관계에서 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은 생산자·소비자·유통업계·정부의 협력을 기반으로 산지작황, 저장동향 및 가격전망 등 전반적인 수급동향에 관한 정확한 정보공유를 통해 모두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급조절위원회는 효율적인 수급관리를 위해 과잉생산 시 산지폐기 등 생산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대신 사전 수매 확대 및 수출지원 등의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정부에 건의한다. 또한,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비축량 방출과 대국민 홍보활동, 적정량의 수입조치 등을 통해 농업인의 손실과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수급조절시스템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단체들의 신뢰구축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리대상품목이 배추, 양파, 고추, 마늘, 무 등 5개 품목에 국한되어 있어, 향후 타 품목으로의 확대도 필요하다.
가을이 지나면 곧 김장철이 다가온다. 아직까지 태풍이나 홍수로 인한 큰 피해는 없지만 이른 한파나 폭설로 채소, 과일의 가격은 언제든지 폭등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한, 농산물의 가격변동은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유관단체의 인식전환과 협조를 통해 국민 모두가 신선한 국산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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