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가공산업으로 승부
우리밀 가공산업으로 승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11.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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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생산기반 ···· 수요창출로 견인

높은 가격, 특화상품 개발로 극복

벼, 옥수수와 함께 3대 작물의 하나인 밀에 대한 국산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무상원조와 70년대 값싼 해외 밀 수입정책으로 국내 밀 생산 기반이 무너졌으며 국내 밀 자급률은 90년대 1%의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최근 세계 밀 시장이 기후변화 등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밀자급율을 높이고 국산 밀 생산을 안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 무너진 우리 밀 생산 기반.
 
최근 국내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면서 밀가루 소비는 확대되는 반면 우리 밀의 생산기반은 미미한 상태다. 60년대 해외에서 값싼 밀을 수입하기 시작해 70년대 분식장려 정책으로 밀 소비가 급증, 밀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80년대 들어 정부의 밀 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국산 밀 재배 면적은 급격히 줄고 자급률은 1%까지 하락했다.
 
이에 반해 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밀 수요량은 417만8000톤(‘09)가량이며 1인당 밀 소비량과 전체 수요량은 꾸준히 증가, 80년대 1인당 소비량 29.4kg에서 2010년 31kg으로 늘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소비에도 수입량은 증가해 한 때 밀 자급률이 0.0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 불안한 세계 밀 시장.
 
세계인의 주식 중 하나인 밀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폭등하는 등 세계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0년대 기상이변으로 러시아, 중국 등의 밀 생산량이 급락하자 세계는 곡물가 급등으로 인해 ‘Agflation'을 경험했고 이후 밀 생산량은 5.5% 가량 감소하는 등 국제 밀 가격의 불안정과 상승 위험은 밀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산밀 가능성 있을까?
 
밀의 국산화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다소 회복됐으나 최근 국제가격 하락으로 국산밀 가공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수입산 밀과 국내산 밀의 가격차는 2008년 1.6배까지 좁혔지만 다시 2013년 4월 기준 3.2배까지 벌어져 밀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입밀과 국산밀의 가격차는 크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밀 가공식품 완제품의 경우 밀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이다. 국내산 밀만을 사용해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자장면 한 그릇을 6000원에 팔고 있는데 그 중 밀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20원 선”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우리밀을 사용한다는 어필만 제대로 한다면 수입밀을 쓰지 않고도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밀을 사용해 유명해진 풍년제과의 강동오 사장도 “빵 1개를 제조할 때 수입밀과 우리밀을 사용할 때의 금액 차이는 25원에 불과하다”며 “수치상으로 수입밀과 국산밀의 가격차이는 꽤 나지만 가공식품으로 전환될 때 가공식품 가격에서의 비중은 작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가공식품 업체와 수익창출 노력.
 
최근 농촌진흥청은 가공식품 업체와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어 국산밀 부가가치 높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진청은 11월 5일 전북에 위치한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회의실에서 농업전문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산밀로 만드는 6차 산업현장 견학 등 주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박기훈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2011년 전주의 우리밀 재배단지에 과자용 ‘고소밀’ 단지 50ha를 조성하고 가공식품 업체와 함께 ‘우리밀 초코파이’ 등 과자와 케이크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어어 그는 “천안 호두과자에 사용되는 수입밀을 국산밀로 대체하고자 2011년 천안지역에 100ha의 ‘금강밀’ 재배단지를 조성해 국산밀을 사용하는 호두과자 점포가 2010년 6개에서 올해 35개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농진청은 재배안정성은 높으면서 수량이 많은 밀 개발연구에 힘쓰는 등 관련 지원 사업을 추진, 농가와 산업체의 상생협력보델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밀 국산화 위해 정부수매 검토 필요.
 
이러한 노력에도 밀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현재 우리밀 자급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밀의 가공식품을 통한 판로확보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수매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84년 밀 수매 폐지로 15%였던 자급률이 1% 이하로 급락했고 1991년 11월에는 국산 밀 연구를 담당하던 맥류연구소가 폐지되기도 하는 등 정부의 밀 국산화 노력 의지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밀의 안정적인 판로확보로 농가들에게 지속적으로 밀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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