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metzgerei(메츠거하이) 성공 가능성 진단
한국판 metzgerei(메츠거하이) 성공 가능성 진단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11.1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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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육가공 및 판매업 육류산업 돌파구 될까?

불안한 육가공품 위치 뛰어 넘을 제품 및 레시피 개발 필요

김재민 본지 편집국장

앞으로는 동네 정육점에서도 즉석에서 가공 조리된 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육가공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육가공품은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제조 포장돼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는데, 이번에 관련 법을 개정해 식육판매업과 가공업의 겸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장이 아닌 소매점에서 즉석 가공판매되는 햄과 소시지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공장형 육가공품 다양성 부족 새 시장 열릴 것

공장형 육가공산업은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가격, 맛의 표준화와 위생 관리감독의 용이함과 같은 장점이 있지만, 육가공품이 대량생산에 적합한 품목에만 집중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돼지의 여러 부위를 활용한 많은 종류의 햄이나 소시지가 존재하지만, 공장화된 대량생산체계에서는 효율성 문제로 인해 가장 많이 판매가 되는 제품을 집중 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관련법 정비를 통해 육가공산업이 소품목 대량생산에서 소량 다품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와 육가공산업의 틀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업계에서는 내 놓고 있다. 또한 이번 조치에 따라 돼지생산자단체는 전통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저지방 부위를 다양한 육가공품으로 가공 판매함으로써 소비를 촉진시켜 만성적 부위별 수급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돈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또 식육점에서는 저가 부위를 활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즉석육가공시장 태풍 아니면 미풍

여기까지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정부 그리고 돼지생산자단체의 생각이다. 공장형 육가공품과 즉석육가공품은 과거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돼 판매가 되는 양산 빵과 제빵집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되는 빵과 비교해 보면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빵 시장은 삼립, 샤니 등과 같은 제빵회사가 대량생산한 빵이 주류였으나, 1990년을 전후해 골목골목마다 제빵점이 생겨나면서 공장빵 시장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많은 업체들이 철수를 하고, 지금은 샤니, 기린으로 양산 빵 시장은 구조조정 되고 말았다. 맛과 다양성에서 공장에서 생산된 빵은 제빵점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육가공품도 같은 길을 걸을까.

▶불안한 육가공품 위치

필자는 즉석육가공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겠지만, 국내 양돈산업과 육가공시장의 틀을 바꿀 획기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입장에 서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육가공품의 포지션이 국내에서는 불안하다는데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의 햄과 소시지는 주식 즉, 메인요리다. 그러나 국내에서 육가공품은 메인요리가 아니라 반찬이나 간식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육류의 메인요리는 돼지 삼겹살, 소는 등심, 안심 등의 구이 요리가 대다수를 이룬다. 제육볶음, 소불고기 정도가 반찬으로 오르고 있다. 햄과 소시지는 신선육류를 활용한 요리에 비해 메인 대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반찬이나 식재료로 주로 활용되는데, 소시지는 계란붙임, 햄은 김밥재료, 부대찌개에 많이 쓰이는 런천미트(스팸 등), 아이들 밥반찬인 비엔나소시지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애용됐던 비엔나소시지, 소시지계란붙임은 학교급식이 일반화되면서 조리빈도가 줄어 과거에 비해 수요가 오히려 줄어든 느낌이다. 요즘 캠핑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프랑크 소시지, 수제소시지 등이 많이 판매되며 수요가 늘고 있는 수준이다. 맛과 다양성으로 무장한 제빵점이 양산 빵시장을 대체했던 것처럼, 정육점에서 생산된 즉석육가공품이 기존 육가공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현재 육가공품에 대한 선호도나 활용도를 보았을 때는 기존육가공시장을 대체하고 더 큰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인적자원의 부재

제빵분야는 현재 수많은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고 이를 가르치는 학교나 학원도 즐비하지만 즉석육가공품을 제조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현재 전무한 수준이다.
미래 제빵사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또 즉석육가공 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즉시 뛰어들 수 있는 인력의 부재 그리고 미래 진출세대가 전무한 상황에서 정육점들이 즉석육가공품 제조 판매업으로의 급속한 전환은 불가능하고, 이러한 이유로 초기 즉석육가공품이 제조 판매된다 할지라도, 공장형 육가공품보다 제품의 품질이나 맛에서 월등하리라는 기대를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적자원의 축적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고 또 연구개발이 수반돼야 신기술의 지속적인 보급이 이뤄질 수 있다.
관련 기술을 개발해 보급해야 하는 연구소는 농촌진흥청의 국립축산과학원, 즉석육가공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농협중앙회의 축산물위생교육원, 건국대, 상지대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제빵분야 수많은 교육기관에 비교하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교육기관에서 육가공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은 많이 있지만, 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 부족으로 인해 연간 많아야 300~400명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들 교육기관도 아직 기술교육 초기 단계인지라 가르칠 수 있는 품목이 많지 않아 국립축산과학원이나 육가공학을 가르치는 대학, 그리고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통해 즉석육가공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대기업 경영장 될 가능성 높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산 빵과 제빵점 빵을 비교해 육가공산업을 성장가능성을 내다봤는데, 다시 현재 빵 시장과 비교해 보면 결국 정육점형 육가공산업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자본을 갖춘 기업이 프렌차이즈화 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부분의 정육점이 대형소매유통과 경쟁에서 밀려 퇴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할 여력이 많지 않고 개별 정육점 주인들이 육가공기술을 익혀 진출하기에는 사실상 부담이 된다.
결국 자본력이 있는 육가공업체가 인력양성과 점포개설을 동시에 진행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시장을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있고, 효율성도 있어 보인다. 공장형 빵의 최강자인 샤니가 파리바게트라는 브랜드로 빵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 양산빵과 즉석제조빵시장 모두를 제패하고 있는 것처럼 육가공에 노하우가 있고, 원료육의 조달 능력도 있는 육가공기업들이 역시 두각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육가공시장 만들어 내야

국내 육가공품 소비시장을 생각할 때 외국의 육가공품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새 시장을 접근해서는 승산이 없어 보인다. 농식품부 고위 공무원이나, 육가공학 교수들은 독일의 metzgerei(메츠거하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고, 스페인의 하몽, 살라미 소시지와 같은 발효햄, 발효소시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식문화가 다른 외국의 육가공품을 흉내를 냈다간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육가공품 시장은 외국의 다양한 육가공품을 벤치마킹하거나 탐색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군을 선발하고, 또 기존제품을 뛰어 넘는 새로은 제품군을 개발해야 하며, 여기에 김밥이나, 부대찌개와 같이 우리 음식에 녹아들어 갈수 있는 제품과 요리가 현재의 육가공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육가공품을 활용한 요리개발, 그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 갈수 있는 신제품개발에 업계가 공동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농협축산물위생교육원은 즉석육가공산업의 빠른 정착을 위해 양돈자조금의 지원을 받아 전문가 양성교육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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