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다음은 캐나다·뉴질랜드…위기의 한우산업
미국·호주 다음은 캐나다·뉴질랜드…위기의 한우산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12.16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쇠고기 시장 확대, 가격 경쟁력 확보 발등의 불

 

새로운 등급, 새로운 마케팅 방법으로 승산있다

 

한호주 FTA 타결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쇠고기 부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쇠고기 현 관세율은 40%, 15년 후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기로 한만큼 우리 농가들은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보다 20% 이상의 생산비 절감에 나서야 한다.

쇠고기의 우리 상품경쟁력이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 그리고 선도 등 다른 부분도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어쨌든 지금보다 수입 쇠고기 가격이 적어도 20~30% 가격 경쟁력을 더 가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겨난다.
한우고기의 생산비의 절반은 사료비 그리고 절반은 송아지 구입비다. 이 두비용을 낮추지 않고서는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송아지는 가격이 거래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비육우 입식 과열만 되지 않고 송아지가 충분히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상황만 유지된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고정된 가격에 거래가 되는 사료비를 어떤 식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사육기간 단축
정부는 한때 소의 사육기간을 강제로 단축하려고 했다.
당시 광우병이 발병한 미국으로 부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미산 쇠고기를 30개 월령 미만 만 수입하기로 하면서 30개월 이상 장기 비육되는 한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등급의 쇠고기 생산을 위해 장기 비육이 일반화 되면서 사료비가 너무 과다하게 발생하고 소비가 불가능한 지방이 너무 많이 생산되면서 쇠고기 소매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단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육기간 규제 시도는 이러한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한우농가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한우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사육기간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산비 올리는 등급제
현재 우리나라는 쇠고기 등급제가 도입돼 등급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고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소의 등급은 육질과 육량 두 가지를 보는데, 육질은 쇠고기 등심 근내지방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3등급부터 최고 등급인 1++등급까지 5단계 등급이 부여되며 육량등급은 A, B, C, 3단계 등급이 부여된다.

육량은 소 한 마리에서 얼마나 많은 고기가 나오느냐를 측정하는 것이고 육질등급은 얼마나 숯불에 구웠을 때 맛이 있느냐를 측정하는 것으로 유통상인들은 이 두가지 등급을 조합해 원료육을 구매하고 판매 가격도 이를 기반으로 책정한다. 당연히 가장 맛있고 고기양이 많은 1++A 등급의 소가 유통상인들이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가장 비싼 값에 팔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있다. 바로 육량과 육질의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근내지방이 많이 쌓인 소는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지방층이 너무 함유돼 육량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400kg 소 한 마리에서 많게는 200kg 가까이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없는 불가식 부위가 발생하기도 해 쇠고기 가격을 끌어 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 소사육 농가는 얼마나 소의 등심과 안심에 기름이 많이 끼고 나머지 부위에는 기름이 덜 끼게 하는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A등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불가식 부위는 소 한 마리당 100kg 이상 나온다고 하니 한마디로 소 비만 경진대회라 말해도 무방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등급의 소고기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8개월 이상 소를 키워야만 1+ 등급 이상의 고급육 생산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사료가 과다하게 급여되는 것이다.

▶등급제 조정으로 생산비 절감
사육기간 단축은 결국 생산비 절감을 이룰 수 있는 길이지만, 역으로 비싼 값에 팔수 있는 높은 등급의 출현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바로 등급기준의 완화와 중간 등급에 대한 소비 촉진이다.

미국은 식생활 패턴의 변화(비만 등)를 의식해 쇠고기 등급제를 1970년대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의 1등급에 해당하는 프라임 등급과 우리 쇠고기의 2등급에 해당하는 초이스 등급의 상강도(근내지방도)를 2~3단계씩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육기간을 단축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등급제 조정과 함께 1등급 이상의 고급육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낮은 등급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다양한 등급의 쇠고기를 필요에 따라 소비할 수 있도록 소비자 교육을 시키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높은 등급의 쇠고기가 좋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높은 등급이 필요 없는 요리에까지 기름이 잔뜩 낀 쇠고기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2등급에 해당하는 초이스 등급의 쇠고기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또 많이 소비된다. 프라임 등급의 출현률은 미국 전체 쇠고기의 1% 내외에 불과하고 이들 소도 대부분 계약 생산되고 있어 수요자 주문이 있는 경우에만 장기 비육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미국 농부들은 프라임보다는 2~3등급 생산에 초점을 맞춰 쇠고기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여러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바꿔주고 생산비가 적게 드는 등급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2등급 쇠고기 판촉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소비가 늘어나며 생산비가 낮은 쇠고기를 비싸게 판매할 수 있게 되고 또 높은 등급 쇠고기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은 등급 쇠고기 공급이 줄어 가격이 유지되면서 전체 쇠고기 농가의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2등급 이하의 소는 손실을 보는 구조인데 이것도 탈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케팅 방법의 전환
지금까지 우리 한우업계는 높은 등급의 쇠고기가 맛있다는데 촛점을 맞춰 마케팅을 해왔다. 

하지만 1등급 이상의 쇠고기에 근내 지방이 많이 끼어 다이어트나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함만큼, 1등급 이상 쇠고기는 진한 맛의 쇠고기 또는 연도가 높은 쇠고기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2등급이나 3등급은 담백한 맛에 촛점을 맞춘다면, 2등급 이하 쇠고기에 대한 신수요를 창출해 낼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1등급 이상 쇠고기가 구이용으로 적합하다면 2~3등급 쇠고기는 불고기, 찜, 스테이크와 같은 다양한 요리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쇠고기로 홍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높은 등급의 쇠고기만 판매하는 현재의 브랜드 전략을 탈피해 낮은 등급의 쇠고기를 특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펴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 죽으라는 법은 없다. WTO, FTA, TPP 우리 축산업계를 어렵게 하는 시장자유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맞서는 축산업계의 대응은 한편으로는 개방 반대를 외쳐야 하지만,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롭고 유연한 전략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2000년대 시장개방을 이겨낸 것처럼 추가 개방도 어느 정도는 막아 낼수 있는 방법이 생겨날 수 있으리라 희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