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 소농 위한 직매장·농민마켓·꾸러미
[기획특집1] 소농 위한 직매장·농민마켓·꾸러미
  • 김지연·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1.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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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하모델로 정부 적극 육성

# 미국-농축산물 가격안정보다 영세소농 판로확대 우선

미국의 농산물 직거래는 경제 불황이 극심했던 1930년대 대공황 기간에 등장, 시작부터가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미국의 농산물 직거래는 1934년 7월, 18명의 농민들이 Gilmore Island라는 L.A. 근교 공터에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트럭에 싣고 와 지역주민에게 판매한데서 시작됐다.
 
7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산업형 농업추구로 인한 가족농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중소 농민들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농산물 직거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에 발맞춰 미국 연방정부는 76년 ‘농산물 직거래법(The Famer to Cosumer Direct Marketing Act)’ 제정해 농민시장, 노변판매 등 다양한 유형의 농산물 직거래를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했다.
 
최근 로컬푸드 붐과 함께 직거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농민시장 뿐만 아니라 공동체지원농업(CSA) 등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가 확산되고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2011년 미국의 농민시장은 7174개로 농민시장 실태를 처음 조사한 94년에 비해 300%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대표적 직거래 유통인 파머스 마켓은 대규모 유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소농의 판로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도농교류 증진,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품의 접근성 보장 등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발전해왔다.
 
초현대화된 유통모델과 전략이 구현되는 미국시장에서도 전통적인 파머스마켓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직거래 사례에서 보듯 농산물 가격 안정보다는 영세소농의 판로확대와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품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때 지속가능한 직거래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미국 유통 전문가들의 전언은 우리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일본-고령농가 참여율 높고 당일판매 원칙 지켜
 
일본의 경우 로컬푸드(Local Food) 개념과 동일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추진과 함께 ‘농산물직매장’이 전국적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농산물 직매장은 70~80년대 소규모로 직거래하는 예는 있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보다 규모화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일본 정부가 2005년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에 따라 식료 자급률 향상을 위해 지산지소 운동을 적극 전개한 이후 산지 농산물 직매장이 그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09년 기준 농산물직매장수는 1만7000여개소가 있으며 전체 연간 판매금액은 8800여억원에 이른다.
 
현재 일본 농산물 직매장은 매장 수 뿐만 아니라 판매액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산물직매장 설립 수는 05년 1만3538개소에서 09년 1만6816개소로 증가했으며 이 수치는 일본 최대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수를 웃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오야마 농협의 예가 훌륭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오이타현 오야마 농협은 영세한 농업여건을 극복하고 부가가치 농업 실현을 위해 90년 일본농협 최초로 ‘농산물직매장’을 개설, 운영 중에 있다.
 
오야마농협은 영세한 농업여건 속에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소량 다품목·부가가치 농업의 실현이 필요하다고 판단, 90년 210농가가 참여한 농산물직매장 ‘고노하나 가르텐’을 개설했다.
 
고노하나 가르텐의 참여농가는 65세 이상이 절반 가량으로 고령농가의 참여율이 특히 높은 것이 특징이며 출하부터 진열까지 농가가 담당, 판매대금 정산은 농협이 대행해 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서 일본농협의 역할은 직매장 시설관리와 정산업무를 담당하며 농산물 출하시기 조정, 출하처별 생산농가를 조직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일본의 사례에서 볼 때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신선함·안전성’을 중요시 한다는 점과 ‘당일판매’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있다는 점이다.
 
또 소포장 가능한 대부분의 농산물에는 출하자의 이름, 사진 등이 붙어 있어 자신만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것, 소규모 다품목을 생산하는 영세·고령농가에게 새로운 판로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농산물직매장을 단순히 농축산물 판매의 장소로써 뿐만 아니라 지역농업활성화·도농교류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직매장을 운영하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해 볼만하다.
 
# 전북 완주 용진농협-소비자 신뢰 구축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직거래 활성화에 대해 과거 정부 주도로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뚜렷한 결과는 내지 못한 체 정책으로만 끝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하에서 미국의 파머스마켓과 일본의 직판장을 벤치마킹해 직거래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높은 기대와는 달리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10년이 흐른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협이 일본의 직판장 모델을 벤치마킹해 로컬푸드 직매장을 원점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그 사이 미국의 파머스마켓이나 일본의 직판장은 큰 성장세를 거뒀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일본의 예를 벤치마킹한 전라북도 완주의 용진농협이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진농협 사례를 농업 선진국인 일본에서 역으로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사례로 보고 있다. 용진농협의 경우 올해 106억여원의 누적 흑자를 보고 있다.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4월에 개장해 사업비 5억7800만원으로 시작한 용진농협은 농축산물 중심인 1층과 가공식품 및 생필품 판매 중심의 2층의 류별 판매 공간을 분리해 운용되고 있다.
 
관내 350여 농가가 참여, 직접 농산물을 생산·출하·소포장해 진열·재고관리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판매액은 80억3400여만원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용진농협의 우수성은 매출액이나 규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로컬푸드 직매장으로써 개장하기 위해 용진농협은 2년여간의 현장발품과 농가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소농·고령농을 위한 소량 농산물들의 유통판로를 확보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용진농협의 정지기 전무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단순히 수익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유통창구로서 바라보면 안된다”며 “용진농협은 소농·고령농 들의 판로확보와 교육·소통을 우선시 했다”고 운을 뗏다.
 
그는 “일본에서도 역으로 우리 농협을 방문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문의들이 오고 있지만 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경제학적인 접근보다는 우선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신뢰구축을 위해 용진농협은 대형마트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미끼상품 팔기같은 이벤트성 행사, 택배를 통한 판매 등은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용진농협 직매장에서 팔고있는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구축돼있다.
 
농협발전연구원이 용진농협 직매장에 방문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의 60%가 입소문을 통해 방문했다고 답한 것은 이를 방증한 결과다.
 
용진농협 관계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하려는 후발주자들에게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직거래 매장은 수익모델이 아닌 소령·고령농과 함께 상생하면서 그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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