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결국 사람이 전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결국 사람이 전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2.14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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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가축질병 근절 위한 축산종사자 체계적 관리 필요

철새 막을 방법 없고, 백신 사용도 불가능하다면

방역 예산 모두 사람에 쏟아 부어야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 avian influenza, 이하 HPAI)가 서해안고속도로 를 따라 확산일로에 있다.

방역당국은 철새를 주요 감염원으로 지목한 가운데, 땅끝 전남 해남의 종오리 농장이 HPAI 확진판정을 받았고,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일대의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도 HPAI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방역범위 가 이제 전국토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병한 HPAI 모두 야생조류를 매개체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겨울 철새가 북으로 돌아가고 또 여름철새가 남쪽에서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이 마무리되는 4월까지 소독 등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 이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 소비감소가 더 큰 피해

HPAI는 빠른 전파속도로 인해 가금류 사육농가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질병이다.

살처분해 매몰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법인지라 일단 발병하면 매몰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농가들이 입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AI의 인체 발병 가능성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양계농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2003~2004년 발병 당시 소비자들이 닭고기 등을 잘못 접촉하면 HPAI 감염되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가금산물 소비를 중단하거나 크게 줄이면서 닭과 오리 가격이 폭락하며 농가들의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2004년에는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육 농가와 관련업계 종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놓은 경우도 있었고 2008년에는 소비감소 에 기름을 끼얹은 질병관리본부의 수십만 명이 감염되고 수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가상시나리오에 항의하다 어떤 농가가 음 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닭고기, 오리, 계란관련 업체 와 농가들이 판매급감에 고사 직전까지 가 기도 했으며 오리업계는 산업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6개월 넘게 판매에 영향을 주면서 상당수 오리고기 식당이 폐업 또는 전업하면서 산업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가금업계와 정부는 인체감염 보다는 막연한 공포심 등으로 인한 소비 급감으로 2차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 종오리, 종계, 산란계, 방역에 더 힘 기울여야

HPAI는 산업가축 중 오리와 닭 등 가금류에 발병한다.

가금류는 사용 용도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닭의 경우 종축 즉 병아리 생산을 위한 종 계, 계란생산을 위한 산란계, 고기 생산이 목적인 육계가 있고 오리는 병아리 생산을 위한 종오리, 고기 생산이 목적인 육용오리 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사용용도에 따른 가금류의 종류 중 AI가 가장 발병하기 쉬운 품목이 종계, 종 오리, 산란계다.

이들 종축과 산란계는 기본적으로 알 생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1년 반 이상을 키우게 되고 또 생산한 알을 수집하기 위 해 농장관리자가 계사를 수시로 드나들게 된다.

결국 농장주변에 야생조류의 분변 등 바이러스 오염원이 유입되고 관리자가 농장이나 계사 출입을 통해 HPAI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육계는 5주 이내, 육용오리는 사육기간이 50일 미만으로 매우 짧고 한 번 입식하면 출하할 때까지 농장관리자와 접촉빈도 또한 종계나 산란계에 비해 적기 때문에 축사 안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발생 초기인 1월 27일 10시까지 10건의 발병신고가 들어왔는데 그중에 6건이 종계 및 종오리 농장이었으며 또 6건의 HPAI 확진 농장 중 3곳이 종계와 종오리 농장이다.

이들 특히 종계와 종오리 농장은 사육목적이 병아리 생산이기 때문에 종계 및 종 오리 농장으로부터 병아리를 매입해 사육 하는 육계농장이나 육용오리농장으로 AI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높고 다른 농장으로 전파 시킬 위 험 또한 높은 종계, 종오리, 산란계 사육농장의 방역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 기다.

 

■ 오리 HPAI 확산에 피해자 가해자

오리는 닭과 달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한 동물이다.

닭은 질병의 종류가 너무 많고 대게가 치명적인 것들이어서 다른 가축과 달리 질 병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해야 제대로 닭 을 사육할 수가 있다.

이에 비해 오리는 같은 가금류이지만 닭처럼 질병의 가짓수도 많지 않고 치명적인 질병도 별로 없다. 10일령 이내의 병아리에서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간염’과 오리육성 기인 3~5주령에 발병하는 ‘오리폐혈증’이 약 30%대의 폐사율로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HPAI도 닭이 70~80%의 폐사율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리는 30%대로 닭에 비하면 치명적 질병이라 볼 수가 없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오리는 HPAI 잠복기도 길고 폐사도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농장전체로 확산 된 다음에 발병 여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종란 수집을 하는 종오리 농장이 산란율 감소 등 임상증상을 보고 AI가 발병했음을 빨리 알아낼 수 있다. 결국 오리의 낮은 임상증상은 농장 전체로 바이러스가 번져나갈 때까지 농장주가 감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출하차량, 사료차량 등을 공유하는 인근 농장으로 AI가 확산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아진다.

이번에 첫 발병 농장은 종오리 농장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발병가능성도 높고,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 또한 높 아 방역당국이 긴급이동금지명령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 HPAI 어떻게 청정화 할 수 있을까

2010~2011년 소사육농가와 양돈농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구제역은 백신이 있어 마지막 수단으로 백신을 사용 발병을 억제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HPAI는 백신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방역수칙을 지키고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예방책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오염원도 철새이기 때문에 야생조류 등의 농장주변 출입을 통제 할 방법도 없다.

결국 농장주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소독을 생활화 하느냐가 AI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AI발병으로 고통을 겪더라도 방역주체가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농가들의 방역의식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방역본부 등에 위탁해 주요 철새도래지, 농장 등을 돌며 예찰사업을 하고 있지만, 농가들의 방역의식을 유지시키기 위한 교육사업, 홍보사업에는 예산을 별로 투입하지 않고 있다.

예로 2013년 방역예산은 4.3% 증가한 783 억원이지만 이중 예방주사, 진단 등에 소요 되는 약품비 660억원, 방역·소독차량 등 방역장비 75억원, 방역인력 교육 및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 구축비 27억원, 긴급방역재료비 20억원 등을 제하면 홍보나 농가교육 등에 사용할 예산은 사실상 전무하다.

농장주와 축산관련 인력의 의식이 무엇 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 즉 예방적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지도, 홍보, 교육에 예산이 집중돼야 하고 그러한 업무를 담당할 조직도 마련돼야 한다.

 

■ 가축질병 관리할 조직과 예산 부족

각종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교육, 홍보사업을 진행하는 조직을 살펴보면 도로교통안전을 담당하는 도로교통공단, 가스사고를 막기 위한 가스안전공사, 산업현장의 사고 감소나 근로자의 질병 예방사업을 주로 전개하는 재해보건안전공단 등 무수히 많다. 이들 기관들의 2012년 예산집행 현황을 살펴보니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교육, 홍보사업 에 13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교통안전과 관련된 시설개선 등의 사업에 5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가스안전공사는 교육 및 홍보사업에 약 100억원, 검사, 컨설팅, 지도, 점검 등의 사업에 약 2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사업장의 재해 및 질병예방사업을 주로 진행하는 재해보건안전공단은 약 4000억원의 예산 중 960억원의 인건비와 기관운영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홍보 및 교육사업 그리고 사업장 환경개선을 위한 융자사업 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앞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관리하는 위험들이 발생하더라도 근로자, 또는 자동차 운전자, 개별 사업장에 국한되지만, AI나 구제역은 발병 농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전염성 가축질병의 차단이 농가들의 방역의식 그리고 농장 등의 방역 설비가 크게 자우하며, 여기에 발병 시 직간접적 사회적 비용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적 성격의 교육과 홍보, 그리고 방역설비 현대화를 위한 투융자사업 예산을 꾸준히 확보하고 이를 운용할 조직 또한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실효성 없는 축산부분 시설현대화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이를 농장의 방역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전화하고, 축사설계시 농장관리자가 쉽게 방역수칙을 지킬수 있는 설비를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 가축질병 관리할 조직과 예산 부족

방역본부, 검역원, 지자체 등으로 쪼개져 있는 악성가축질병관리를 전담하는 조직 마련이 필요하다.

새롭게 가축질병을 관리하는 기관을 가칭 가축질병관리원으로 명명해 보고 주된 사업은 농장과 축산관련 시설에 국한된 사업을 하는 조직으로 명명해 보았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교통, 산업재해, 가스 등의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의 사업을 벤치마킹하면 가축질병관리원의 업무는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농장, 축산관련시설에 대한 표준 방역설비를 제안하고 이를 갖추도록 하는 투융자사업을 맡는다.

방역시설을 잘 운용하고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을 지도 감독기능은 핵심사업이 될 것이다.

방역과 관련된 기본교육과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가축질병이 발병이 발생한 농장에 대한 징벌적 또는 재발방지 차원의 보수교육 등의 교육사업은 지도업무와 함께 이 기관의 양대축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장주와 농장관리인의 방역의식이 중요한 만큼 꾸준한 홍보사업을 통해 농가들이 방심하지 않고 방역이 농장의 생산성 향상보다 중요한 활동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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