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농가는 왜 목숨을 놓아야만 했는가?
토종닭 농가는 왜 목숨을 놓아야만 했는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2.14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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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로 풀어보는 ‘가축질병 리스크’ 집중도

닭·오리는 계열주체, 토종닭·계란은 농가에 집중

 

AI가 한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닭·오리 업계가 판매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제한으로 출하를 못한 한 토종닭 사육농가는 경제적 어려움과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을 정도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관련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악성가축질병이 발병하면 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감염농가와 감염농가 인근 농가는 살처분으로 인한 고통을, 살처분을 면한 인근 농가는 이동제한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또 발병지역이 아닌 농가의 경우 축산물가격 하락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 AI 피해, 농가보단 계열주체에 집중

닭과 오리의 경우는 소와 돼지와 상황이 또 달라지는데 대부분 육계와 오리는 수직계열화업체와 계약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닭고기 가격 하락, 이동제한, 살처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농가와 회사가 나눠 입게 된다.

특히 회사가 입게 되는 충격은 매우 큰데 가격하락, 살처분, 이동금지 등의 피해 사례 중 하나만 겪는 농가와 달리 여러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이러한 피해 유형을 모두 안고 가게 된다.

농가들이 종축과 사료를 모두 매입해 사육을 하고 생축이나 원유, 알 등을 판매 하는 한우, 낙농, 양돈, 산란계 농장과 달리 육계와 육용오리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원자재인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사육 후 출하를 하면 축사이용료와 사육보수 등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병아리의 경우 생산비에서 사료와 종축(병아리)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정도로 AI로 인한 피해가 100이 발생하면 회사는 85를 농가는 15의 피해를 입게 되고 국내 최대 닭계열회사 하림이 600여 농가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600농가의 사료와 병아리 비용이 모두 매몰되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악성가축질병 발생 시 한우, 낙농, 양돈, 산란계는 대부분의 피해가 농장단위에서 발병하고 육계와 오리는 회사에 발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육계와 오리농가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닌데 1년에 5~6회 정도 입식을 해야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이동제한, 살처분 대상 농가는 년 1~2회 정도 입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생계가 막막해 지는 것은 마찬가지고 여기에 악성가축질병 발생에 따른 거부감으로 소비가 급격이 줄어들 경우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도 입식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계약사육농가들이 보통 1회 출하를 하지 못하면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1000~2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토종닭은 육계와 달리 원자재인 사료와 종축을 농가가 모두 구매하고 생계를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이동제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농가가 져야 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토종닭 농가가 경제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 ‘가격 폭락 없다’ 소비감소 없었나(?)

과거 2003년, 2009년과 달리 닭고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공판장이나 도매시장이 없는 닭고기와 오리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단편적 분석이다.

2003년 첫 AI 발병 때만 하더라도 계열화사업 참여 농가가 지금과 달리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수직계열화회사들이 아직까지 산업을 주도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계열회사들의 규모도 작고 또 회사들도 많았기에 때문에 생계나 생오리의 거래가 빈번했는데 AI발병으로 소비가 하락하자 군소 계열주체와 계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이 생산한 닭이 판로를 찾지 못하면서 닭고기 가격이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닭의 경우 계열화사업 참여율이 90%를 상회하고 있어 대부분의 농가가 계열화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질만한 생계가 없어 가격을 크게 하락시킬만한 변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계열주체들이 판매가 되지 못한 닭을 도축해 자체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판매가 되는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이들 저장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냉동 보관을 하기 때문에 AI 상황이 종료된 이후 시장에 풀릴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고 또 저가 냉동닭고기가 AI상황 종료 후에도 시장에서 유통되면서 가격 상승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2003년에는 정부가 아니면 닭을 비축할 주체가 없었다면, 현재의 산업구조는 계열주체들의 규모화 대형화되면서 시장의 충격을 어느 정도 자체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격만을 가지고 현재 계열주체들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 AI 2차 피해 막아라 안감힘

AI로 인한 피해가 농가보다는 회사로 집중되다 보니,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농가보다는 회사들 사이에서 더욱 활발한 상황이다.

산업이 태동한지 이제 20여년밖에 되지 않은 오리와 달리 산업의 역사가 깊은 육계부분의 경우 수직계열화업체들의 기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번 AI극복을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먼저 하림그룹 산하 닭고기 관련회사인 하림과 올품의 광고 프로모션이 부쩍 늘었다. 위기일수록 광고를 더 하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자조금을 활용한 광고, PPL 등 소비촉진캠페인도 농가들이 회원인 양계협회나 농협보다는 계열주체들이 가입돼 있는 계육협회가 최전선에 서 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이다. AI가 정말 위험했다면, 아마 자신이 가장 먼저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며 닭고기 소비를 과거와 같이 유지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소비촉진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양계협회, 오리협회, 토종닭협회 등 생산자단체들은 언론과 활발한 접촉을 통해 자극적인 보도를 줄여줄 것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

이미 4차례의 AI가 발병했지만, 사람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고사하고 경미한 감염증상도 나타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오히려 자극적인 보도가 계속되며 닭고기 소비가 줄어 농가와 치킨집 주인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조류독감이 아닌 언론독감에 농가들이 감염돼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축산업 선진화 기회 삼아야

이번 위기를 축산업을 선진화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통계를 얼추 맞춰보면, 닭이나 오리의 사육수수가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과잉상황일 때 AI가 발병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AI 발병에 따른 살처분으로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을 해소시켜줬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수급조절을 잘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이고 여러 차례 AI가 발병될 때마다 가축방역시스템이 과거에 비해 계속 정비되면서 더욱 정밀해지고 더욱 주도면밀해진 면도 있다.

이번 위기상황도 앞으로 우리 축산시스템을 어떻게 정비할지에 대한 논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화두로 던져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친환경축산종합 대책도 단순히 친환경축산물생산을 위한 제도 개선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대안 마련 등의 논의로 진전될 필요가 있고 가축질병을 근본적으로 조절 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역시스템 마련에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0/11년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병되면서, 축산관련차량에 대한 위치추적, 축산업종사자들의 AI나 구제역 발병국 여행시 신고의무화 등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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