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생산·유통비용 정확히 따져보니 헛점투성이
배추 생산·유통비용 정확히 따져보니 헛점투성이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3.1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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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추 수급조절매뉴얼 손질 ‘시동’…3월말 개정안 도출 계획

전남 해남에서 배추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문대진 씨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늘 불만이다. 배추가격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배추 3만5000톤에 대한 시장격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수급조절매뉴얼을 도입해 배추 수급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매뉴얼의 단계별 기준가격이 낮게 설정돼 있어 배추가격이 하락 심각단계로 가까워지고 나서야 정부가 나서게 되면 문 씨같은 산지유통상인들은 늘 피해를 보고 난 후다.

문 씨가 올해 농민과 포전거래한 비용은 망당 2000원. 문 씨는 포전 거래 후 보다 좋은 작황을 위해 농약과 비료 등 추가적인 비용을 들인다. 1망 기준으로 농약 362원, 비료 280원, 배추묶기 433원, 포장재비 160원, 작업비 550원을 쏟아붓고 나면 산지에서의 생산원가는 3785원에 이른다. 올해와 같이 작황이 좋으면 평당 3망 가량이 수확되는데 평당으로 계산하면 1만1355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추를 팔기 위해 가락시장까지 운송하면 망당 711원을 지불해야 하고 여기에 수수료 338원까지 붙이고 나서야 비로소 가락시장에 출하되는 도매원가 4833원이 산출된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안정단계는 가락시장 경락가격 상품기준 한 망당 2930~5862원. 안정단계 최저 기준가격 2930원과 문 씨가 산출한 4833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수급조절매뉴얼상 2930원 밑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격리 등의 조치를 계획하기 때문에 산지유통인들이 입는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의 피해가 일선 농민들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피해가 누적되면 산지에서의 자금 유동성이 경직돼 재배를 해도 출하처가 없어져 결국 피해는 농민들에게까지 미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배추의 70~80%를 산지유통상인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이 배추 수급조절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몰락이 국내 배추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닌 셈이다.

그럼 정부에서는 안정단계 기준가격을 왜 이렇게 산출했을까? 정부는 배추생산원가를 산출할 때 농진청의 통계를 이용하고 있다. 농진청의 통계는 산지가격을 포전거래 이전까지만의 비용을 산출하기 때문에 가락시장까지의 현장 상황이 반영되지 못한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이광형 사무총장은 “포전거래 이후 좋은 품질의 배추를 생산하는데는 산지유통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농민인 이들이 투입하는 비용을 수급조절매뉴얼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최근 배추 수급조절매뉴얼 손질에 대한 첫걸음을 뗐다. 3월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 개정을 위한 실무추진단 첫번째 회의가 있었다. 이번 실무추진단은 정부와 사무국(aT), 유통전문가 등 총 15명 내외로 구성됐다.

추진단에 따르면 현 도매가격 중심의 위기판단 체계 적정성을 검토하고 위원회 사무국 자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개정안을 검증, 실무검토를 완료해 수급조절위원회에 개정안 상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추진단은 빠르면 이달 말까지 매뉴얼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또 수급조절매뉴얼 개정에 대한 검토 수요 발생 시 다시 실무추진단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단 이번 노지채소 중심으로 추진단을 운영 후 성과를 검토해 양념류에 대해서도 필요시 5월중에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산지유통인들은 이번 실무추진단에서의 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져 수급조절매뉴얼에 생산비 원가에 대한 현실적인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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