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答(즉답)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卽答(즉답)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4.03.2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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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 FTA보다 한중 FTA 우리 농업에 더 큰 위협

노동강도 높은 밭농업, 고령화·시장개방에 취약

농협개협 해답은 농업인 실익 창출 가능성으로 판단해야

 

TPP, FTA, WTO, 쌀 관세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굴 키워드들이다. 시장개방 그 중에서도 수출확대를 위해 우리 농업은 이제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되고 있고 올해와 내년 사이에 농업개방에 종지부를 찍을 기세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될 때만 하더라도 농업인들은 순진하게도 정부가 일러준 경쟁력 제고방안만 잘 수행해 내면 이것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WTO 출범에 따른 시장개방 이후에 복병, FTA라는 것을 칠레와 체결하고 그 여세를 몰아 미국, EU 등과 자유무엽협정이 체결됐다.

한 번 개방의 봇물이 터지자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중국, 일본 등 시장개방 논의는 그칠 줄 몰랐고 더 이상 농업계 반대의 목소리는 시장개방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원장은 앞에서 나열한 수많은 개방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농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농업분야 통상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최세균 원장으로부터 개방 그리고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한 그의 소신 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농업경제학 너무나 친숙한 이름이었다

대학에서 영농현장에서 산지조직화 필요성 뼈저리게 느껴

 

경기도 화성군 팔탄면 율암리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최세균 원장은 고향의 팔탄초등학교 졸업 직후 서울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1960년대 고달픈 농촌현실 그리고 넉넉지 못했던 최 원장의 집안으로서는 최 원장 그리고 최 원장의 형님까지 서울로 유학을 보내는 일은 어려운 결단일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최 원장은 동국대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게 되는데 농업에 대한 거창한 꿈이 있었다기보다는 경제학이 좋았고 농촌 출신이다 보니 농업이라는 이름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게 아닌가라고 당시를 회생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2년간 고향에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힘들고 고달픈 시간이었지만 되돌아보면, 고향에서 또래 친구들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과 힘을 합해 농사를 짓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으로 이어지는 유학기간 동안 그리고 또 2년간 집에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던 때에도 최 원장은 고향에 정착하고픈 마음이 강했다고 회상한다.

“당시 기계화가 전혀 돼 있지 않던 때라 농사일이 무척 고됐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정착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요. 지역의 발안농업고등학교 교사나 농협 직원으로 고향에 정착하려는 생각은 대학시절 내내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 원장은 끝내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30년 넘게 서울 회기동 근처에 살면서 농업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김재민 기자= 농업경제학을 공부하며 또 농사를 지으며 들었던 생각들이 있었을 것 같다.

최세균 원장= 대학시절 경제발달사를 공부하면서 농촌에 축적된 인‧물적 자원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농촌이 어려워진다는 이론이 공부를 위해 서울로 유학을 와야 했던 자신 그리고 자식을 공부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서울로 보내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바로 경제학 책에서 배운 그 모습 그대로였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냥 농사만 지어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농촌현실을 직면하게 된, 최 원장은 조합이 됐든 작목반이 됐든 간에 농가들이 조직화되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내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학문의 길도 그러한 대안 찾기에 골몰했던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일본농정 미국농정 거쳐 유럽농정 공부

우리나라 유럽의 다원적 기능 직접지불제도 등 도입

 

김= 조직화 이야기를 해주셨으니 우리 농업의 조직화에 대한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70~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농업은 일본의 농정을 답습하려는 경향이 컸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때 들어온 것이 산지조직화와 도매시장 제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 미국식 수직계열화가 조직화의 모델로 추앙받으면서 계열화사업, 브랜드사업 등이 추진됐고 또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수직계열화 모델에 부작용이 많다며 유럽의 협동조합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수년전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최= 맞는 말이다. 초기 우리 농정은 일본을 많이 따라했다. 학자들도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본은 당시 우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농정은 지나친 보호주의로 자생력이 없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개방을 더 두려워하는 이유도 장기간 보호농정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브라질의 경우 광활한 농지 그리고 많은 인구 등 우리와 바탕이 다른 미국농정을 따라 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유럽의 농업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국토도 좁고 인구도 밀집돼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원도 부족하고 중소농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조직화와 농민들에게 각종 직불금 지급을 위한 다원적 기능 등과 같은 논리는 모두 유럽의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우리 축산연구실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축산분야 수직계열화 필요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높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부작용이 많다며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결국 유럽의 협동조합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다시 들고 나왔는데 이러한 농정의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농협사업구조 개편

농민에게 실익 줄 수 있냐 없냐로 판단해야

 

김= 그렇다면, 현재 농협의 2단계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유럽의 농정, 조직화를 이야기 하셨고 농촌경제연구원도 농협사업구조 개편에 상당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 농협 개혁과 판매농협전환 등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연합회니 지주회사니 하는 논란이 지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지엽적인 것이고 가장 핵심은 농민들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 주었냐에 있다.

김= 1단계 농협개혁을 이끄셨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께서는 농협사업구조 개편이 잘못됐다고 비판하시고 그 이유로 다단계 지배구조를 이야기 하셨다. 자회사-경제지주-농협중앙회-회원조합-농민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자회사에서 설사 이익을 냈다 해도 각 단계를 거치며 각종 수수료와 직원들의 임금으로 빠져나가면서 실제 농민들의 손에 떨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최= 바른 지적이다. 농민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주었냐는 나의 물음도 그와 같은 것이다. 중앙회가 사업을 해서 내 이익이 농민에게 환원과 배당으로 이어진다면 상관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실제 농민들에게 사업의 성과가 환류되기 위해서는 중앙회가 아닌 산지농협, 농업인 접점에 있는 농협들이 사업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농민들이 농협을 중심으로 더욱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 밭농업 직접 영향

축산·쌀, 기계화 규모화 조직화 밭농업 상대적으로 취약

 

김= 개방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TPP참여를 목표로 영국연방에 속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FTA 협상에 적극적이고 중국과의 협상도 가속시키고 있다. 참고로 영연방 FTA는 축산부분과 관련이 있지만, 이미 미국, 유럽 등 다른 축산선진국과의 FTA가 체결돼 있어 영향은 있겠지만 정부와 농가들이 잘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과의 FTA다.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올게 분명하다.

최= 영연방 FTA보다 중국과의 FTA가 더 관심이 가고 또 그중 채소류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밭농업은 경종농업인의 경우 주된 소득원이 되고 있다. 여러 작물을 2~3모작을 하며 소득을 발생시키고 있다. 밭작물의 경우 기계화가 덜 돼 있고 농업인의 고령화로 주요품목에 대해 고율관세로 막는다 해도 재배면적이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어 우리가 시장개방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기계화가 필요하다. 농민들의 고량화로 더 이상 밭작물의 재배가 쉽지 않은데, 대부분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고된 작업을 줄여줄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채소산업은 어느새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배추김치만 먹는 문화 개방에 취약

중국 배추, 무, 마늘, 고추 등 집중재배 가능

 

최= 더불어 배추김치 하나로 일원화된 김치문화를 다양한 김치를 먹는 식습관 변화로 극복해 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배추김치 하나만을 먹기 때문에 지금 중국에서 배추김치의 수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8~9월에 포기김치를 먹지 않았다. 그저 열무김치 정도가 우리가 여름에 먹던 주된 김치였는데, 포기김치를 먹고자하는 열망에 고랭지배추라는 것이 생겨나 일반화가 돼 버렸다.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배추김치만 먹고 있는데 각 계절별 다양한 김치를 먹는다면 중국이 국내 배추김치 시장을 겨냥해, 고추, 마늘, 배추, 무 등을 대량으로 재배해 수출하려는 시도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를 극복해 내는 것은 다양한 김치를 소비함으로써 우리 밭 농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리라 본다.

시장개방에 따라 과실, 축산, 쌀 등 여러 품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겠지만, 쌀과 축산은 규모화, 전업화, 기계화가 정점에 와 있고 각종 생산자 단체와 자조금 등이 잘 조직돼 있지만, 밭 농업은 쌀과 축산, 과실 분야와 비교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영연방 국가와의 FTA 쌀시장개방

전업화, 규모화, 조직화, 기계화 성과 밭 농업보단 잘 돼있다

 

김= 영연방국가와의 FTA를 말씀하셨다. 쌀 관세화 문제도 현안인데 밭 농업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더 현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최= 우리 원에서도 축산분야 시장개방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전업화, 규모화가 정점에 와 있고 품질고급화, 수직계열화 등 지금까지 개방 대응책에 충실히 따라와 주었다.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만 밭 농업과 비교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쌀 부분도 시장개방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쌀은 기계화가 영농 전 과정에 거쳐 잘 이뤄졌고 쌀농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리시설, 산지 농협 중심의 유통체계도 든든하다. 개방에 따른 충격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축산분야와 마찬가지로 기계화가 전무한 밭농업과 비교하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어 보여 우리 농정이 오히려 쌀과 축산보다는 밭농업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하루 빨리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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