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청과법인에 무슨 문제 있나
가락시장 청과법인에 무슨 문제 있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3.3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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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거래방식 안정적인데 시장도매인 도입은 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 중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시장도매인 도입이 추진 되면서 가락시장이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수품목중도매인의 일반품목 전환이 뜨거운 감자였고 대아청과와 특수품목, 가락시장 5개법인과 일반품목 중도매인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다가 이번에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두고 6개 청과법인이 하나로 뭉쳐 반대의사를 펼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도매인이 산지수집과 분산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지금 도매시장으로 보면 도매법인이 중도매인과 도매법인, 산지유통인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 내 6개 도매법인은 시울시가 주장하는 대로 시장도매인이 필요하다면 강서시장과 같은 별도의 시장에서 운영해도 될 것을 현재 상장경매 방식만으로도 시장이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락시장에 이를 도입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자신이 확보한 물건을 자신이 경매하고 유통까지 하기 때문에 효성이 높을 것처럼 보이지만, 확보한 농산물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할 경우 자칫 농민에게 정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농산물 매수 약속 이행을 기피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이 산지 및 소비지 가격에 어둡기 때문에 불투명성을 이용한 차익 실현등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도매시장이 없는 계란의 경우 계란유통상인이 시장도매인과 같은 방식으로 계란을 수집해 유통까지 하고 있지만, 농가들과 계란가격 책정을 비롯해 정산문제를 두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부 농가들이 농장을 대형화해 계란유통사업에 뛰어 들기도 하는 등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계란유통에 공을 들이고 공판장이나 도매시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계란유통센터 건립을 정부에 요구하는 등 시장도매인제와 같은 유통방식이 농가입장에서는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농산물 유통문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거래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나뉠 수 있으나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효율성이 높아지더라도 절감된 유통비용이 출하자인 농가나 수요자인 소비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농가들도 안정성을 높이는 거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상장경매제도가 현금 거래로 농가들에게 곧바로 대금이 지급되는 것과 달리 시장도매인제도는 신용거래로 외상을 깔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자칫 부실이 커질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가 정산소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도매법인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산소라는 기형적 기관설립을 통해 또 다른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어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목적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가락시장이 현대화된 이후의 유통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직 전망하기 불투명하다.

새로운 시장이 시장도매인이 참여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면야 모를까 불특정 다수 누구나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는 가락시장만의 독특한 역할은 우리 농산물유통에 있어 단점이기 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정가수의매매나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이 지금도 농산물 생산과 분산에 있어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도매법인 중심의 농산물 거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이 도매시장 시스템에 대한 이해없이 이론적이고 편의적 발상으로 접근해 구조변화를 일으킨다면 1990년대 농안법 파동과 같은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당시 수정 농안법은 과오를 인정하고 중도매인의 농산물소비지 유통의 기능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대신 경매도입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을 취했던 것처럼, 도매시장에 대한 정책도 현재의 기능을 인정하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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