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호]우리 농산물 수출 가능성은?
[특집2호]우리 농산물 수출 가능성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4.04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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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은 채소, 선진국은 곡물·축산물 수출 집중

선진국 농산물 수출 대부분 자국 수급조절 목적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UR협상을 여러 국가와의 FTA 협상 등 농산물 시장개방 작업을 해오며 농산물 수입을 최대한 늦추고 국내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안마련에 골몰해 왔다. 이러한 기조가 십수 년간 지속돼 오다가 중국과의 FTA협상을 시작하면서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공세적 입장으로 전환해 우리 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차 농산물 중 가장 수출이 많이 이뤄지는 파프리카를 예로 들며 제2의 파프리카를 육성해 전략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제2의 파프리카로 지목되고 있는 품목은 토마토, 버섯류, 딸기 등으로 노지재배가 아닌 대규모 시설에서 외부의 환경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한 품질의 일정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실제로 국내산 딸기의 수출이 지난해 가파르게 늘어났고 토마토의 경우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동부팜한농이 건설한 경기도 화성의 대규모 토마토 온실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에 정부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축산물도 구제역, AI 등으로 인해 해외수출이 쉽지 않지만, 삼계탕과 같은 열처리 육을 중심으로 시장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계탕의 경우 미국과 10여 년간 지속된 줄다리기 끝에 수출작업장 승인을 최종 득하면서 동아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서부 등에서 판매가 급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파프리카, 삼계탕, 토마토와 같이 수출을 목적으로 또 수출을 통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수출도 있지만, 농산물의 해외 진출은 대부분이 수급조절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농산물중 가을에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앞에서 말한 시설작물이 아닌 사과와 배와 같이 가을에 수확이 이뤄지는 품목 중 공급이 크게 늘어난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000년 이전 돼지고기 수출도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았던 돼지 뒷다리살과 등심 등의 품목에 한정됐었다.
이는 공급증가로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에 처한 농가들을 위한 시도로 농산물의 국제 무역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이러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삼겹살도 대부분 수급조절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곡물 최대 수출국 미국도 보조금의 과다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만성 공급과잉에 있는 곡물을 해외수출을 위해 전 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모든 농산물에 대해 예외 없는 교역을 원칙으로 한 UR협상도 사실상 미국의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급과잉이 발생해야 원활한 수출이 가능해 진다.

하지만 우리 농산물의 자급률을 살펴보면, 수출이 가능한 품목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곡물은 22.9%, 서류 95.9 두류 10.4, 채소류 89.7, 과실류 76.1, 육류 77.3, 계란 99.6, 우유류 61.5로 자급률이 국내 필요량을 충분히 채우는 품목은 계란과 서류를 제외하면 수입이 없으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는 공급량이 수요를 앞질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 농업은 자급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기계화가 용이한 곡류의 경우 높은 자급률을 보이며 수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기계화가 불가능해 노동력이 많이 의존해야 하는 채소류의 경우 수입을 많이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채소농업은 불법이민자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상당수의 채소를 남미지역에서 공수해다 먹는다. 유럽의 대다수의 국가들이 채소자급률은 40~60%대로 낮지만 스페인이 과실과 채소의 자급률이 150%대로 유럽의 채소 주요 공급기지가 됐으며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가 유럽의 채소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의 과수농업도 아시아계 노동자의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농촌의 고령화 수준 그리고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기계화가 용이하지 않은 품목을 중심으로 외부에서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생산량이 급감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품목은 수입에 의존해야만 할 것이다.

결국 우리 농산물의 수출 드라이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출에 앞서 안정적으로 공급이 불가능해질 품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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