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5호]도매시장, 농산물 유통혁신 아이콘서 개혁의 대상으로
[특집5호]도매시장, 농산물 유통혁신 아이콘서 개혁의 대상으로
  • 박현욱·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4.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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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분산 모두 담당하는 도매법인 탄생 가능성 커

■ 농산물 수직계열화 현상
 
농산물 유통의 판도를 바꿀만한 사업이 최근 진행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건립해 전국단위 도매물류의 허브 역할뿐만 아니라 상품화, 농산물 수급조절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도매시장 경매를 거쳐 유통되는 농산물의 유통을 3단계로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유통구조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농협은 생산-유통-판매망을 구축함으로써 농산물의 수직계열화의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도 산지와의 직접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재래시장이나 중소 슈퍼마켓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도 산지-유통-판매망을 구축하면서 농산물에 대한 수직계열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농산물 유통흐름은 결국 도매시장에 반입되는 물량 감소를 야기시키며 도매시장의 위기를 점차 현실화시키고 있다. 과거 가락동 도매시장에 몰렸던 농산물은 줄어들고 도매시장 내 여러 이해주체들 간의 숨어있던 갈등이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면위로 떠올라 골이 깊어지면서 가락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중도매인들이 수집과 분산기능까지 도맡아 함으로써 과거 위탁상제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여러 유통주체와 거래방식을 육성해 산지유통 경로 간 경쟁 촉진을 통한 효율성을 이야기하지만, 차별점이 거의 없는 농산물의 특성상 경쟁 촉진은 가격의 하락 과잉 생산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유통단계 짧아야만 하나
 
농산물 유통의 수직계열화 흐름은 유통단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농가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유통단계축소 담론이 나올 때마다 제시되는 생산자편익의 증가, 소비자 편익의 증가가 실제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리고 정확히 계량화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단계라는 것이 자의적으로 늘려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겨나는 것인데,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대형유통업체는 규모화된 산지와 직거래가 유통비용을 줄이는 일이고 소량의 농산물이 매일 필요로 하는 식당이나 재래시장의 소형 점포들은 가락시장 중매인들로부터 물건을 떼어다가 전문적으로 배송해 주는 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유통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결국 유통단계는 수요자 즉 소매상의 특성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인데  긴 것은 비용을 유발하고 짧은 것은 절감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 공용도매시장 한때 유통혁신의 아이콘
 
도매시장은 한 때 유통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농수축산물 유통의 근대화를 목표로 정부가 농산물유통분야에 첫 개입한 사례로 1982년 착공해 1985년 6월에 개장했다.
 
개장 초기만 하더라도 무자료로 거래됐기 때문에 세원노출을 우려해 초기 부침도 있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전국의 농산물을 블랙홀처럼 빨아 들여 매년 도매시장 반입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개장 초기 가락시장의 위용은 실로 대단해 동양최대규모를 자랑했지만, 반입물량이 계속 늘어나자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의 이전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결국 도매시장 이전논의가 계속 이어지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이전과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다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현 위치 리모델링으로 사업이 확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락시장으로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해 주요 특광역시에 이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공영도매시장이 추가로 건설됐고 1993년에는 농산물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안법이 개정됐다.
 
이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농안법 일부 조항으로 인해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농안법 파동이 일기도 했지만, 이후 농산물유통의 공정성을 크게 높이며 1990년대까지 농산물 유통혁신의 아이콘으로 도매시장은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농산물 유통이 공영도매시장 특히 가락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데 문제가 있다.
농안법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최인기 농림부 장관은 “농안법 파동은 공용도매시장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농산물유통체계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며 “농산물유통의 다원화가 시급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안법 파동 이후 농산물유통의 근대화를 위해 정부주도로 도입된 공영도매시장이 10여년만에 정책 담당자들에게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고 정부는 이후 가락시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수도권에 공용도매시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직거래 활성화, 수직계열화 등 다른 유통경로의 확산을 위해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도매시장, 쇠퇴기냐 성숙기냐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산물 시장만이 개방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규제 속에 묶여있던 유통업도 시장을 개방키로 하고 유통업관련 각종 규제가 1990년 이후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에만 전념하다 1993년 11월 국내 최대 대형할인마트로 성장하게 된 이마트 1호점을 창동에 오픈했다.이후 이마트가 점포확장에 열중했고 세계최대 대형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 2위 업체인 까르푸 그리고 3위업체인 테스코가 국내에 상륙한다.
 
이어 국내 토종 대형할인점인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 외국계 할인점과의 숨 막히는 점포 개설 경쟁이 일어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이들 유통업체들이 농수산물 소매유통에 있어 강자로 자리 잡게 된다.
 
사업초기만 하더라도 도매시장에서 농수축산물을 구매했던 이들 대형소매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산지와 직거래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대형마트들의 점포가 늘어나면서 중도매인들의 주거래고객이었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이 무너지면 도매시장 위기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반입물량으로 보면 가락시장의 경우 개장 이후 취급물량이 1986년 110만톤으로 시작해 5년 만에 200만톤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1993년 이후 220만톤 내외에서 취급물량이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면 1990년대 들어 가락시장에 편중된 물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인천, 수원, 안산, 구리 등지에 추가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건설해 물량이 분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가락시장을 더 넓은 부지로 이전을 추진했으며 대형소매유통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대형소매유통의 영향력이 커지던 2000년 중반부터 도매시장의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반입물량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직거래 물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채소류 유통에 있어서는 도매시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크고 과일류의 경우 시장 개방으로 수입과일이 거래품목으로 추가되면서 오히려 상품의 다양성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 새로운 도매시장의 모델 탄생될까
 
세월이 흘러 도매시장의 기능약화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낙후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반입물량이 유지되면서 당초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도매시장의 변신은 불가피해 보인다. 농협이 도매시장 채널 대신 대형유통센터를 통한 산지와의 직거래를 선언한 상태이고 대형소매유통업체들도 대형유통센터 건립을 통해 산지와 직거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의 쇠퇴 그리고 한계상황에 몰려있는 중도매인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시장의 모습으로는 생존이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시장의 모습을 그리고도 있는데 산지가 조직화되고 또 중도매인들의 영업력이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에서 현재 거래공간만을 제공하고 있는 공용도매시장 내 도매법인이 산지수집과 분산 즉 농산물 매입과 유통을 함께 하는 모델로의 변화도 전망이 가능하다.
 
정부가 수집과 분산을 함께 하는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을 권장하고 있으나 자금력 그리고 경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을 영업사원 또는 대리점 형식으로 흡수하고 조직화된 산지와 계약생산 등을 하는 모델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안법이 개정될 때 마다 도매법인이 할 수 있는 관련 사업의 수가 늘어나는 것, 정가수의매매 도입으로 적극적인 산지영업이 시작된 점 등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앞으로 도매법인이 시장도매인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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