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6호]판매목적 ‘노지채소 산업’ 결국 사라지나
[특집6호]판매목적 ‘노지채소 산업’ 결국 사라지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4.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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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관점서 전망해 보는 미래 채소산업

 ‘무·배추·고추·마늘·양파·당근’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채소류이다. 이 중 당근과 양파를 제외한 품목은 김치의 주재료이다. 무는 깍두기와 동치미 등의 김치 주원료로도 활용되지만, 배추김치의 부원료로도 활용된다. 고추와 마늘은 우리 국민의 대표 양념으로 각종 김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국, 찌개, 무침, 조림 등 거의 안 들어가는 요리가 없을 정도로 그 쓰임세가 다양하다.

채소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농산물이다. 선호도로 따지면 육류가 더 높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 그리고 소비량 등을 비교할 때 채소 소비량이 육류소비량의 두 배를 훌쩍 뛰어 넘고 있고 또 건강을 위해 채소를 소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마저 가지고 있어 채소산업의 중요성은 계속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국민들이 선호하는 채소산업이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데 있다. 창간 24주년 특집호 세 번째 특집호 주제는 ‘유통’으로 채소산업과 또 채소유통업의 미래에 대해 잠시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채소산업의 불안 요소
 
반복되는 수급불균형 그리고 낮은 부가가치, 여기에 높은 노동 강도는 농업인들이 채소산업에 계속 집중하는데 방해를 하고 있다.
 
한때 모든 농민이 채소생산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채소의 부족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품목별 전문화가 강조된 1990년대부터는 채소의 수급불균형은 상시 발생했다.
 
최근 5년을 살펴보면 기후가 매우 불순했던 2010년 극심한 배추공급 부족에 사회적 혼란까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배추만 공급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양파와 고추, 마늘까지 생산량이 급감해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리며 이명박 정권 내내 물가 트라우마에 여러 무리수가 남발됐다.
 
그리고 이듬해 2011년에는 반대로 공급이 넘치면서 농업인 그리고 채소류 산지유통인들이 큰 손실을 봤고 2012년 잠시 수급 균형을 이룬 이후 2013년부터 다시 채소류 공급과잉으로 지금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외에도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낮은 부가가치,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 확보의 어려움, 낮은 기계화 율 등은 채소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 고령화 그리고 높은 노동 강도
 
채소는 보통 밭에서 재배가 이뤄진다. 일부 시설채소도 공급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생산량 등을 감안할 때 노지에서 재배되는 품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목들이다.
문제는 이들 노지채소의 주된 생산층이 농민이 아니라는데 있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어 노동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농작업이 특정 계절에 몰리기 때문에 농업 노동자의 수요가 상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 농민도 고령화되면서 기계화가 쉽지 않은 노지채소의 재배는 자급할 물량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산지유통인에 의해 재배가 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수확기간이 비교적 긴 고추가 그나마 농민들 재배 비중이 높을 뿐, 배추와 무, 양배추는 물론 마늘과 양파도 상당한 양이 산지유통인에 의해 재배돼 유통되고 있다.
 
이들 반상반농의 산지유통인은 부가가치가 낮은 무와 배추에서 시작해 점차 취급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 산지유통인은 농민이 파종하거나 정식한 포전을 통째로 사들여 나머지 영농작업을 실시하거나 농민들에게 종자와 모종 등 농자재를 직접 공급하기도 한다.
 
산지유통인들이 없었다면 국내 채소산업 특히 판매 목적의 채소산업은 예전에 자취를 감췄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채소는 부가가치가 낮고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농민이 아닌 농업노동자들에 의해 대부분 경작된다. 선진국 중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국가들의 채소자급률은 매우 낮아 인접국가로부터 수입해 충당한다.
 
미국만이 주요 선진국 중 채소 자급률이 높은데 멕시코 출신의 히스패닉계 농업노동자들이 풍부해 이들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의존해 각종 채소류와 과실류 경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90%의 높은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 단조로운 채소소비 습관… 리스크 키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채소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최근 농경연이 발행한 식품수급표를 살펴보니 2009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채소 소비량은 599g 그에 비해 육류는 148g이다. 미국이 채소/육류 소비량이 337g/329g인 것을 보면 얼마나 우리가 채소를 많이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채소소비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무와 배추에 집중된다. 대부분이 김치를 통해서인데 자연히 마늘과 고추가 따라붙는 구조다. 이렇게 특정 품목에 편향된 단조로운 채소소비는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거의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가 된다.
 
공급과잉 시에는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 천문학적이고 부족 시에는 조달해야 하는 물량 또한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체소비도 불가능해 정부는 매번 수급을 맞추는데 곤욕을 치루고 있다.
 
중국과의 FTA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리더로 또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중국과 시장을 합치는 노력이 없이는 수출위주의 국내 경제를 감안할 때 생존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우리 채소산업이 중국과 시장이 통합되면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무·배추·고추·마늘에 집중된 채소소비는 중국이 대규모로 이들 품목을 단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우리보다 토지도 넓고 노동력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규모 단작에는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 산지유통인들도 대다수의 노동력을 중국과 조선족, 동남아시아계 해외 노동자들에 의존하기 시작하고 있는 등 재배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에서의 배추수출이 늘어나고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판단되면 중국에서 배추를 재배해 국내로 들여오려는 시도 또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도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토지를 활용해 생산된 무, 배추, 마늘, 고추를 활용한 배추김치가 지속적으로 수입되고 있어 단조로운 채소 소비 형태가 중국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채소 소비문화 다양성 회복 필요
 
우리 식문화는 채소류의 소비가 많았던 민족이다. 무와 배추가 아니더라도 각종 나물류, 쌈채소 등을 활용한 요리가 많아 양질의 채소를 다량 섭취하던 민족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민족의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또 맞벌이가 일반화 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나물류 등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요리가 가정에서 점차 사라지면서 우리의 채소 소비는 편중되기 시작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결국 대부분의 채소는 김치로 또 고기 소비에 곁들이는 쌈채소로 압축되면서 채소 소비의 다양성이 상실해 버렸다. 앞의 리스크를 극복할 방법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새로운 생산시스템으로의 전환 그리고 다양한 채소를 소비하는 문화로의 발전이다.
 
학계에서는 배추김치 이외에 다양한 김치를 먹는 문화를 되살릴 필요를 주장하고 있는데 다양한 채소의 소비는 지금과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무와 배추를 생산하는 작부체계를 벗어나면서 상시 공급과잉도 해소하고 또 중국의 무와 배추, 고추 등에 대한 대규모 단작을 통한 수출도 막아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은 부업 수준의 농업인들도 도전해 볼만하기 때문에 우리 채소 자급률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채소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농업인들이 필수 농작물이 아닌 환금성 작물로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우리 식량공급 안정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국내산 채소를 축산물 보다 비싸게 소비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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