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7호] 농협의 유통수직계열화 성공 가능성 진단
[특집7호] 농협의 유통수직계열화 성공 가능성 진단
  • 김재민·김지연 기자
  • 승인 2014.04.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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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축산 한우 거래 방법 벤치마킹 필요

농협, ‘농산물 산지유통 대약진의 해’ 선포

연합사업·도매조직 연계한 유통체계 구현

농협 농산물 우선 구매해야 수직계열화 성공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산지유통은 유통구조 개선작업의 기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농산물의 산지유통 부문에서 농협중앙회의 점유비는 50%선.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유통환경이 재편되고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산지가 시장교섭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올해를 ‘산지유통 대약진의 해’로 선포하고 ‘판매농협’을 지향하는 농협의 오랜 숙제였던 유통수직계열화 구현에 나섰다. <편집자 주>

수직계열화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통해 원자재 등을 조달하거나 또 완성품을 유통시키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통 원자재의 원활한 확보와 이로 인한 생산과 물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아무래도 외부업체를 통해 조달이나 유통하는 방식보다는 한 회사 내에서 이 모든 과정이 일어날 경우 통제가 더욱 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협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해 온 연합마케팅사업을 농업인과 지역농협 중심이 상향식 체계로 재편해 스마트한 농산물유통 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연합마케팅사업은 2곳 이상의 산지농협이 중앙회 또는 조합공동사업법인과의 상호 협약을 바탕으로 농산물 판매를 공동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농업인, 지역농협, 중앙회 간 출하위임과 협약에 의해 경쟁력있는 산지 유통주체를 육성하고 농업인의 실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농협 산지유통의 핵심전략이다.

또한 2009년부터는 ‘산지유통혁신 112운동’과 ‘1520프로젝트’ 등을 통해 산지유통 활성화에 힘써 왔으며 상향식 재편으로 연합마케팅조직을 혁신해 안성농식품물류센터와 연계한 안정적 원물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협 중심의 유통계열화로 유통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업인에게는 합리적인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협이 이렇듯 유통수직계열화 구현에 나선 이유는 전국 1900곳에 달하는 공선출하회가 생산·출하한 농산물을 98곳의 연합사업조직이 전담해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비롯한 농협의 도매유통조직에 공급하고 농협 도매유통조직은 소비지 계통 판매장과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선순환 유통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농협은 지난해 연합마케팅사업을 통해 1804개 조직의 정예농업인과 104개 연합사업조직을 육성해 1조5943억원 가량의 원예농산물을 판매했으며 그 중 4000억원의 물량을 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농산물유통계열화에 주력하면서 올해에는 해당 공급액을 5500억원어치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협이 시장에 대한 산지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연합마케팅사업에 대한 산지농협의 참여 의지가 아직 높지 않고 이는 담당인력의 전문성 약화로 이어져 결국 계통 조직간 수직계열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지유통의 활성화를 통해 출하된 농산물이 농협의 도매유통과 소비지유통 부문을 거치면서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농협이 얼마나 발전된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농협이 소비자가 양질의 농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산지유통 대약진을 이뤄낸다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농협의 숙원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이 선포한 산지유통 대약진과 유통수직계열화 구현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가격 급등락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음을 함께 인식하고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가 계통 도매조직에서 공급한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며 민간 유통업체들도 농협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협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대규모 조직의 농가들의 참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안재경 산지유통부 산지지원팀장은 “산지의 힘이 증가하고 공동출하가 확대됨에 따라 대규모 조직의 농가들도 함께 같이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단 선택 자율권은 온전히 농민들한테 있다”며 “대규모 농가들이 불리하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마케팅 역량을 높여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농산물유통계열화

조합원 편익 소비자 편익 높일 방책 있나

안심축산 한우 거래 방법 벤치마킹 필요

농업부분의 수직계열화는 농산물 도매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들이 주로 채택하는 유통방식이다.

산지와 계약을 맺고 필요한 물량을 전속으로 공급받아 판매하는 방식인데 우리나라는 농산물, 축산물 모두 도매시장이 존재해 농가들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도매시장에 농축산물을 출하할 수 있고 유통업자들은 필요한 농축산물을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들 도매시장은 까다로운 산지조직화를 쉽게 성사시켰고 유통업자들도 농산물 구매를 위해 산지까지 내려가는 수고 없이도 농산물을 소비지 접점에서 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편리한 구매창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산지농협과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을 조달받고 이를 농협의 도매유통조직을 통해 대형소매유통업체와 대형수요처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내 놓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 매입 주체가 농협중앙회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농가들로부터 높은 수취가격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농협은 농협의 유통수직계열화가 농가는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구조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농가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 사업 성공의 열쇠라 할 수 있다.

다른 유통업체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가격이라면, 또 도매시장 가격을 적용해 정산한다면, 농가들이 까다롭게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하는 직거래에 나설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관행 경로로 출하할 때 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줘야 이 사업모델이 성공가능하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산지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물량을 전속으로 팔아줘야 하는데 수급불균형이 오거나 공급과잉 상황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경우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느냐에 있다.

수직계열화는 효율성을 높여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생산, 중간유통, 소매유통 각 부분이 감당했던 리스크를 모두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농협안심축산분사가 원물을 도매시장을 통해 매입하고 있는 것처럼 일정 물량 이상을 도매시장에서 구매할 필요가 있다.

안심축산분사는 일정한 규격을 정해놓고 도매시장에서 규격에 들어오는 한우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는데 필요에 따라 구매물량 조절을 통해 판매 능력 이상으로 원물을 확보해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을 막아 내고 있다.

농협의 농산물 부분도 산지에서 늘 일정한 스펙의 농산물을 공급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또 수급조절 차원에서 도매시장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구매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때는 도매시장 매입량을 늘리고 판매가 부진할 때는 도매시장에서 구매물량을 줄임으로써 능동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해진다.

100% 수직계열화 경로로 물량을 확보할 경우 자칫, 농협한삼인과 같이 원물을 판매하지 못하고 쌓아 놓았다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농협 안심축산의 사업모델은 농협의 공판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농민의 수취가격을 지지해주고 간접적으로 축산물 가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도매유통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안심축산물이 재래시장과 일반정육점, 외식업체까지 공급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농협 농업경제부문도 정가매매와 수의매매가 도매시장 내에서 새로운 거래방법으로 허용된 만큼 현물 구매와 정가수의매매를 잘 조합해 가격의 등락에서 오는 리스크도 줄이고 산지와 직거래에서 오는 부담도 어느 정도 해소해 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안성물류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농협의 도매 인프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농협공판장 내 중도매인들도 이용하게 함으로써 중도매인들의 상품경쟁력도 높이고 농협중앙회가 계통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에만 편중된 거래처를 재래시장과 중소수퍼마켓까지 확대하는 전력을 구사한다면, 농산물 유통계열화 성공가능성도 점쳐 볼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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