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격 왜곡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돼지가격 왜곡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4.2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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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돈가, 도매가격 공존하는 가격 구조 필요

돼지가격이 폭등했다는 기사가 3월 한달 내내 이야기되면서 현 가격체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돼지의 도매시장 출하 비중이 10% 대에 머물면서 가격 불안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뚜렷한 해결점을 어느 누구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돼지산자수가 감소하면서 올 2분기 도축두수가 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예전 같으면 공판장 등 도매시장으로 출하돼야 할 돼지까지 직거래 물량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과도하게 돼지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축사육동향자료에 따르면 돼지 사육두수는 969만8000두로 전분기보다 21만4000두(-2.2%), 전년 동기보다 40만9000두(-4.0%) 감소했다.

이 같은 출하돼지 감소는 올 상반기 가격 인상의 주원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돼지는 일부 규격돈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가 비규격돈 그리고 경제수명을 다한 모돈 등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대표성이 부정되면서 기준가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직거래되는 생돈은 도매시장 경락가격에 얼마간의 인센티브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책정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공판장으로 출하되는 돼지의 수가 줄면서 중도 매인들의 주 취급품목도 돼지보다는 소에 집중되면서 조금만 출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폭락하고 또 반대로 출하량이 줄어들면 폭등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져 대다수를 차지하는 직거래물량도 덩달아 가격이 춤추게 돼, 돼지고기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본격적인 돼지고기 수요가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7~8월 정점을 찍게 되는데 출하두수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에 육가공업체들은 삼겹살 등 구이용부위에 가격 상승분을 많이 전가시켰고 최근 삼겹살 등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4월 들어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 시기에 가격 조정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격 등락이 계속되면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자 정부가 가격 안정을 빌미로 할당관세 적용 등 수입을 통한 가격 안정 카드를 꺼내 들것인지까지 고려할 정도였고 육가공업체들의 경우 비정상적인 가격 인상에 판매부진까지 겹치면서 합리적인 돈육가격 결정방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돈가 결정방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현재 도매시장의 비규격돈 등이 주류로 출하되면서 도매시장 경락가를 기준으로 추가 지급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반영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례로 최근 삼겹살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요를 감소시키자 돼지 도매가격 산지가격도 따라서 내려 가는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시장에서 다시 차단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육류유통의 주류인 육가공업체의 입장은 완강하다.
육류유통업체들의 회원사로 있는 육류유통수출협회는 이사회, 정기총회 등에서 도체가격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기로 이미 결의한 상태이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역 추진의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서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돈가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도입한 여러 제도들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육대표가격제와 돼지등급판정제도가 대표적으로 기존의 거래 관행을 거스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돼지에서의 등급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규격돈에 한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조사해 생돈가격을 고시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우나 육계의 경우 산지 소 가격, 생계 가격과 도체가격, 도계육 가격이 공존하면서 거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전체 돼지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생돈가격을 조사 고시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생돈가를 기준으로 도축수수료를 합한 가격이 공판장을 거치지 않은 도체육 가격으로 산정될 수도 있고, 생돈거래가격이 공판장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소의 경우 등급제도가 정착하면서 도축 후 거래가 일반화 돼 있는 것과 달리, 돼지는 등급제가 정착하지 못하면서 도축 전 거래가 활성화 된 상황을 반영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여러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정책이나 제도를 함께 만들어 간다면 우리 시장에 맞는 합리적 가격 결정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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