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돈육기준가격’ 대수의 법칙을 따르자
<이슈분석> ‘돈육기준가격’ 대수의 법칙을 따르자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5.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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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돈·돈육 유통구조 선진화 논의 필요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이 비정상적이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적인 수급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가격이 며칠 만에 급등했다가 차츰 하락하기를 반복한다.

추세적 가격 전망은 국내 돈육소비 패턴이 매년 반복되고 있고 돼지사육두수 그리고 품목별 배합사료 판매량을 근거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도매시장에서 실제 가격 변화는 충분히 예측이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이기보다는 며칠 사이에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의 등락은 농가들의 출하시기마다 희비가 엇갈리게 하고 있으며 돼지를 매입해 소매업계에 공급하고 있는 육가공업체와 소매상들은 매번 가격의 등락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곤 한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 등락은 일부 이익을 보는 농가도 있기는 하지만, 한돈산업 전체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 가격변동 적으면 수입산 국내산 전환도 가능

지난해 돼지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던 때 부경양돈ㆍ도드람양돈ㆍ대충양돈농협과 구매자인 롯데푸드(주)ㆍCJ제일제당(주) 등 대형육가공업체들과 MOU를 체결한다. 수입돈육을 활용했던 일부 육가공품을 국내산원료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이들 양돈농협들이 원료육 공급을 맡기로 한 것이다.

조건은 있었다. 바로 연중 일정가격에 돈육을 공급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가격 안정대를 설정해 돈가가 그 이상으로 올랐을 때는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보통 국내 돼지도매시장 가격이 2분기와 4분기가 성수기, 1분기와 3분기가 비수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중 평균가격으로 공급을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양돈농협 등이 원료를 안정적으로 일정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이들 업체들의 수입원료 사용은 계속됐을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식당들이 수입육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이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비싸더라도 가격이 일정해야 하고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도록 추세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

국내산원료로 육가공품을 만드는 업체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육을 사용하거나 국내산과 혼합해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가격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 국내산 부산물 외면, 큰 가격 변동폭 때문

지난해 돼지육가공업계는 부산물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곤욕을 치뤘다.

보통 돼지고기는 부위별로 판매가 되는데, 머리부터, 삼겹살, 등심 등의 지육과 내장과 발까지 판매가 될 수 있는 가격이 책정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과 목살은 조금 비싸게, 소비가 잘 안되는 등심과 뒷다리살은 조금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되면 필요로 하는 수요처에서 이를 활용하게 되는데, 외식업계의 경우 삼겹살과 같은 부위는 수입을 많이 쓰지만 비선호 부위의 경우 국내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산을 주로 활용해 왔다.

문제는 2011년 구제역 발병 이후 상당수의 돼지가 살처분 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폭등했고 덩달아 비선호 부위인 등심과 뒷다리, 부산물의 값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급등하자 외식업체들은 원료육을 수입육으로 전환했고 특히 부산물 식당 상당수가 국내산 대신 수입산으로 바꾸게 됐다.

문제는 구제역 비상상황이 종료되고 공급과잉기로 접어든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상당수의 식당들이 가격이 정상화 됐는데도, 국내산으로 원료육 전환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부산물은 더욱 심각해 주요 부산물 가격이 수입산과 비슷해 질 정도로 가격이 폭락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지 않았고 결국 삼겹살과 목살 등 선호부위 가격이 올라가면서 전체 돼지고기 소비에 악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 대수의 법칙 따르자

국내산 돈육을 주로 유통하는 육가공업체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이하 유통협회)는 최근 국내 돈육도체가격 결정체계가 문제가 많다며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에 나섰다.

유통협회 박병철 회장은 가격 변동폭을 줄이지 않으면 시장개방으로 돈육무관세화가 현실화 되고 또 냉장육도 수입이 되면서 국내산의 최대 차별화 요소였던 냉장육이라는 우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먼저 현재 심한 변동성을 줄이지 않는다면, 연중 품질과 가격이 일정한 수입돈육에 외식과 육가공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박피기준인 돈육정산방법을 거래량이 많은 탕박기준으로 전환해 변동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유통협회의 탕박전환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유통협회 뿐만 아니라 돈육가공 및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 양돈농협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협회는 농가들의 순익을 보장하면서 돈육가격의 변동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현재 가격정산과 거래방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탕박기준으로 전환으로 하자는 것이다.

표본의 수가 많으면 통계적 추정치의 정밀도도 높아진다는 대수의 법칙이라는 통계 법칙이 있는데 이 대수의 법칙에 따라 표본수가 박피에 비해 월등히 많은 탕박이 기준가격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탕박으로 전환하면 박피 보다는 표본수가 많아 갑작스러운 폭등이나 폭락과 같은 가격 변동은 완화되고 완만하게 가격이 상승하거나 내려가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 돈육유통구조 선진화 논의 필요

농축유통신문은 4월 21일자 이슈분석에서 새로운 돈육거래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전체 90%가 생돈 직거래 형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생돈 산지가를 조사 발표하거나 생돈을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유통협회가 유통업계에서는 농가 수취가격의 변화는 없지만 가격 변동폭을 줄이는 대안으로 이를 탕박으로 기준전환을 이야기 했지만, 한돈협회와 유통협회 그리고 정부는 돈육시장 개방에 대비해 변동폭을 줄이는 새로운 가격 결정시스템의 도입, 그리고 생돈과 돈육 물류체계 전반에 대한 효율화를 위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는 뜬구름 잡는 유통구조 축소 이야기를 반복해 하고 있는데, 현장의 상황을 조금만 이해하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대안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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