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관점서 보는 FTA 피해보전 직불금 논란
행동경제학 관점서 보는 FTA 피해보전 직불금 논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6.09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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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수입기여도 '공정성' 문제로 번져

아마추어적인 정책 집행 결국 행정소송까지

한우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농가에 대한 FTA 피해보전직불금이 지급되기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지만, 그동안 한우농가들이 주장해온 수입기여도 부분이 그대로 적용되기로 하면서, 결국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그 정당성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FTA 피해보전 직불금은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EU 등 농업 선진국, 농산물 수출국과의 잇따라 FTA가 체결되면서, 이들 수출국 농산물이 과다하게 국내로 수입돼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 판매 부진과 같은 악영향을 주었을 때 손실금액의 90%를 보전해 주는 사업이다. 한우는 지난해 FTA 피해보전직불금 대상으로 선정됐고, 구체적 지불금액의 경우 여러 차례 위원회를 거치면서 당초 예상됐던 피해 금액보다 지불금액이 낮게 책정되면서 한우농가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본지에서는 이번 FTA피해보전 직불제가 발동되기까지의 과정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본다. 
                                                                                                       <기자의 말>

■ 피해를 더 크게 느끼는 '손실회피성'

경제학은 이른바 가상의 인간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제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가정해 각종 이론을 만들어 냈는데, 비주류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은 경제인이 아닌 실제 사람들이 경제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를 여러 실험을 통해 알아내 경제이론화한 학문이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번 한우농가들에게 지급되는 FTA 피해 보전직불금 논란을 분석해 보면, 정부는 직불금 산정을 일선 농가들이 수용하기 힘들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상의 선정과 발표부터, 급작스러운 제도 개선 등을 살펴보면, 이 부분이 한우농가들이 전부 수긍하기 힘든, 수용하기 힘든 방식으로진행됐다는 것이다.

먼저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인프로스펙트 이론에서 사람들은 손실을 입었을 때, 실제 손실크기 보다 2.25배 크게 평가해 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손실회피성'이라 하는데, 한우 사육농가들이 정부가 산출한 실제 피해금액보다 2.25배 더 크게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FMD로 인한 소비 감소,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었던 농가들은 정부가 산출한 금액에 2.25배가 아닌 그 이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산출한 피해금액 조차 애초에 한우농가들에 받아 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고, 정부는 이를 수용시키기 위해 곧바로 설득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 수취금액 지불금액의 차이

그런데 정부는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대상으로 한우농가들을 선정한 이후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바로 피해보전직불금 산정을 위한 공식에 '수입기여도'라는 것을 갑자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우송아지 가격 하락 변수를 수입변수와 국내 사육두수 증가분을 모두 고려해 공식을 만들고, 그 중 수입으로 인한 가격 하락분만을 반영할 수 있도록 피해보전 금액 산출식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애초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수입기여도' 적용을 들고 나오면서 한우농가들 사이에서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유효과에 따른 수취금액과 지불금액의 차이가 더 커졌고, '공정성'의 문제 일어나게 된다.

앞에서 지적한 손실회피성으로 인해 자신의 피해 정도를 2배 이상 크게 생각하는 인간의 특성에 보유 효과에 따른 수취금액과 지불금액의 차이까지 발생하면서 농가들은 정부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수취금액과 지불금액의 차이는 평균 7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연구결과 확증됐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 보상하려는 측이 지불하려는 금액과 보상금을 받는 쪽의 수취 의사액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공정성 문제의 등장
특히 정부가 최초에 제시한 수입기여도가 빠진 공식에서의 직불금액이 준거점으로 작용해 그 금액 이하로 지불하려는 행위를 이기적 행위로 판단하면서, 농가들은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

결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수입기여도'를 산출식에서 빼야 한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애당초 정부가 제시한 최초의 공식에 따른 직불금이 농가들이 자신이 받아야 할 직불금액의 참조금액, 기준점이 되었는데 정부가 이기준점 이하로 직불금을 지급하려 하자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것이고,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수밖 에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제기한 정부의 아마추어 적인 모습은 성급한 피해보전직불금 대상자의 지정 그리고 수입기여도를 뒤늦게 적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정부가 정책 결정에 있어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사전에 발견해 제도에 반영해야 했지만, 합의가 쉽지 않은 부분, 이견이 있지만 양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급하니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차차 개선해 나가겠다"는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선 시행 후 제도 개선'은 제도 개선 방향이 정책대상자의 이익을 주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문제가 없지만, 정책 대상자의 이익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되면 보유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발동하면서 공정성 문제로 사태가 번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보전 직불금 대상으로 지정된 한우 이외의 품목의 경우 제도개선이 완료된 이후 직불금 대상품목이 정해지면서 보유효과로 인해 한우농가들과 같은 강한 반발을 사지 않고 있다. 수입기여도를 적용하기로 결정 난 이후에 품목이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우농가들의 피해보전직불금에 대한 이의제기는 한우농가들이 이기적이거나 비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인간은 그렇게 경제적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번 한우농가들의 행정소송은 인간의 행동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집행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수입기여도의 반영 여부는 법정에서 결정 나게됐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 이해당사자간 신뢰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제3자가 이를 판단해줘야 훼손된 공정성 문제가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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