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한국농업유통법인 인천연합회 한성기 회장
[현장 인터뷰] 한국농업유통법인 인천연합회 한성기 회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6.12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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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채소가격 폭락 산지유통인 유동성 고갈

 
■ 감자가격 2012년에 비해 절반 수준.
 
감자(수미) 가격은 6월 중순이 다가올수록 계속 하락하고 있다. 6월 들어 감자가격이 회복하는 가 싶더니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6월 11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감자는 상품평균(20kg) 도매가격이 1만3555원을 기록했다. 6월 5일 2만8000원을 기록하면서 최고점을 찍고 다시 하락을 거듭해 1만5000원 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이는 2010년 이맘때 2만4459원, 2011년 2만5179원, 2012년 2만8806원과 비교하면 절반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인 5월에도 감자 수미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21% 낮은 수준으로 거래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엽근채소 관측에서는 6월 감자 수미가격을 평년(상품 2만279원)과 비슷한 1만7000~2만원대로 전망했지만 산지에서는 오를대로 오른 생산비로 인해 현상유지에만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 산지유통인 보통 4~5억원 손실.
 
20년 이상 포전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 회장은 다른 산지유통인들이 감수하고 있는 손해금액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산출한 손해액만 4~5억원 가량 된다고 밝혔다. 그는 “산지유통인들 소식을 들어보니 나만큼 손해본 사람이 대다수였다”며 “많이 손해본 사람은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50억원 손해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때 언론에서 포전거래하는 사람을 중간에서 농민들의 이익을 갈취하는 사람으로 다루기도 했는데 이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은 서로 위험부담을 완충해주는 공생관계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십년 간 거래해온 농민과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또 거래하게 된다”며 “산지에서의 유통은 농민과 산지수집상 간의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산지에서의 판로 확보 산지수집상이 핵심.

농촌 현장에는 고령화된 농민들이 많다. 사회가 첨단화 되고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도 고령화된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산물의 판로까지 확보하는 일이란 이들에게는 상당한 고충이 되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산지 유통인들과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고령농은 “언론에서는 산지 유통인과 농민 간의 불화만을 부각시키는 면이 있는데 농민들은 산지 유통인들과의 선 계약으로 인해 초기 생산비의 일부분이 해결되고 몇 십년간 거래하면서 신뢰를 쌓아 서로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스스로 판로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지만 나 같은 고령농에게는 산지유통인과의 공정한 거래를 통해 죽을 때까지 농업을 같이 영위해 나갈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올해처럼 이렇게 가격이 좋지 못할 때 농민들의 손해를 우리가 일정부분 감수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산지유통인들의 피해가 계속된다면 이런 역할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 산지유통인 육성정책 필요.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대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회장은 “산지에서의 자금이 융통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 회장은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물가안정대책 중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농민·유통인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등의 지원정책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 회장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인천지부에 1억85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지만 한 회장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땅과 집 등이 융자가 잡혀있다보니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정책도 사실 자금사정이 어려운 유통인들이 신청하고 있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거래해온 내역이나 신뢰성을 지표를 기준으로 새로운 평가 기준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통인들 중 신뢰가 있는 사람을 선별해 지표로 만들고 차등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으며 산지에서의 자금 압박은 차기 농작물 수급에 큰 위기가 올 수 있으므로 산지유통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계청에서 농산물 작황조사 등 통계를 낼 때도 유선상의 조사만 실시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농산물 수급과 가격에 민감한 산지유통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물가잡기 정책 아닌 농촌 현장 되돌아볼 때.

올해 1~2분기는 농산물 작황호조와 세월호 사건, 지방선거로 인한 행사 축소 등으로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상반기 경제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 영향은 농업경제에도 직격탄이 돼 각종 채소와 과채 등 농산물 전 품목에서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한 회장은 “이제는 농업의 숨통을 트여줄 때가 오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등과 같은 특수만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농산물 물가를 잡기위해 정확한 예측 없이 수입만 일삼는 정책을 펼치다보면 점진적으로 국내 농업 유통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며 “정부가 우리 농업발전을 위한 유통환경의 개혁을 원한다면 물가잡기 식의 정책보다는 우선 산지 현장에서 진정 필요한 것을 연구하고 농촌 현실을 되돌아 볼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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