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격 조정 기능 마비… 해법은?
사료가격 조정 기능 마비… 해법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8.01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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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업체 간 경쟁 촉진 방안 필요

농협사료가 연도 말까지 배합사료 할인판매를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축산단체들이 일제히 환영을 뜻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료가격 인하 이후 올 5월 그리고 이번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료가격을 인하하면서, 축산농가들은 사료가격 인하에 따른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18%, 축협사료까지 합하면 32% 정도의 시장을 농협계통사료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해택을 보는 농가는 전체 축산농가의 3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가격 인하로 민간배합사료 회사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해 준다면 그 혜택이 전체 농가에게로 확산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에도 지난 5월에도 농협사료가 사료가격을 인하하거나 할인판매에 나섰지만, 민간 배합사료회사들은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우협회를 비롯한, 양돈, 양계 등 축산단체들은 민간배합사료업계가 낮은 환율, 저유가, 저곡물가라는 충분한 인하요인이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료가격을 낮추지 않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민간배합사료는 경쟁사이자 최대 배합사료회사인 농협계통사료공장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왜 배합사료 가격을 낮추지 않고 배짱영업을 하는지, 사료유통시장을 분석해 봤다.

■ 농협사료 독점력 상실
산업조직론이라는 미시경제학 학문은 시장의 구조에 관심을 갖는 학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독점기업, 과점시장, 완전경쟁시장과 같은 용어는 산업조직론에서 주로 연구되는 것들로 산업별로 어떤 기업이 독점력을 행사하는지 파악하고, 기업의 행동 그리고 독점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농협사료는 지난해 18.1%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보통 시장점유율 15%부터 독점력이 생긴다고 이야기하는데 농협사료는 이 기준을 넘어섰다. 농협사료와 협력관계(원료 공동 구매 등)에 있는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인 축협들이 운영하는 배합사료공장달까지 합하면 시장점율은 30%를 넘어선다. 시장점유율 30%가 넘어가면 의미 있는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다고 이야기한다. 독점력은 다른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매 및 구매가격을 결정하는 등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보통 각 산업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이 기업이 독점력을 갖게 되고 이들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면, 나머지 기업은 이 가격과 비슷하게 조정하게 된다. 문제는 의미 있는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농협의 가격 결정에도 민간배합사료들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제품이 다르다
농협사료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인 민간배합사료회사들이 가격인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취급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농협계통사료가 외형적으로는 시장점유율 30% 대의 높은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한우와 낙농 등 축우사료에 집중된 것을 알고 있다. 축우사료의 70~80%대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양돈과 양계사료는 각각 5%대의 낮은 점유율로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 양돈과 양계사료를 생산하는 민간배합사료들이 이들 품목에서는 독점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농협사료가 가격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축우사료에만 영향을 줄뿐, 양돈과 양계사료에는 영향을 주지 못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 유통경로가 다르다
낮은 시장점유율이라 할지라도 농협사료의 가격 인하는 분명히 축산농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단돈 몇백만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6% 이상 저렴한 농협사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통에 있었다. 각 사료메이커들이 배타적인 배합사료 유통조직을 운영하고 있어, 농가들이 거래처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하이마트라는 가전양판점에서는 LG, 삼성, 대우 등의 TV, 냉장고, 에어컨을 모두 판매하는데, LG 대리점, 삼성대리점은 타사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제품을 비교분석하기도 쉽지 않고, 먼 곳에 위치한 대리점까지 이동해 제품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순익을 좌우할 큰 금액이 아니라면, 기존의 거래처와 의리를 저버리면서까지 거래처를 옮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 사료산업은 캐피탈과 연계된다
배합사료의 특징은 제품을 한번 구매하고 끝나지 않는다. 매일 가축에게 사료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거래가 시작되면 끊임없이 제품을 공급받고 또 대금을 지불하는 연속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가축출하는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나야 자금이 회수되고,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도 15일에 한 번씩 자금이 회수된다. 자연스럽게 사료를 외상거래하게 되는데, 여기에 캐피탈 즉 금융업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배타적 유통조직과 거래하는 농가가 거래처를 옮기기 위해서는 외상거래하고 있는 사료대금을 모두 갚아야만 한다. 요즘 축산농장은 규모화되면서 거래하는 사료의 양이 많아 상환해야 하는 대금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사료 값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농가가 거래처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 민간사료 가격 그때그때 달라
이러한 복잡한 역학관계가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의 가격 정책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간배합사료회사들은 사료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농장의 규모, 사료공장으로부터의 거리 등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에 사료를 판매하는 농협계통사료와 다르게, 민간배합사료는 월 사료이용량, 사료공장으로부터 농장간의 거리, 농장의 신용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배합사료 가격을 차등해 책정하고 있다. 한마을에서 동일한 사료를 쓰는 농가도 가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 잡고 있다.
사료를 판매하는 대림점주의 재량에 의한 가격 결정은 농협사료의 경직된 가격체계에 비해 효과적으로 활용되면서, 농가의 이탈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 배합사료 하이마트를 만들어 보자
그렇다면 배합사료 가격이 시장의 흐름에 맞게 조정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이 있을까.
축산단체와 정부는 배합사료 가격 표시제를 들고 나왔다.
각 메이커에서 나오는 사료의 가격을 공시함으로써 농가들이 비교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이야기다.
사료구매자금의 지원도 있다. 농가가 사료회사와 현금거래를 통해 비싼 이자를 물지 않고 또 필요시 저렴한 사료공급업체로 이동을 용이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실제 이것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민간배합사료회사들이 신속히 가격 조정에 나서게 하기 위한 방안은 경쟁촉진이다.
2010년 국제육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가 내 놓은 정책은 정유업체간 경쟁촉진 방안이었다. 주유소가 하나의 업체와만 거래를 하도록 했던 것을 깨고 표시만 하면 어떤 업체의 기름이든 받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이었다.
배합사료도 현재 각 메이커별로 배타적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유통조직이 모든 사료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사료의 하이마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농가는 거래처를 옮기는 번거로움 없이 제품만 바꿀 수 있게 돼 농가의 배합사료 선택권이 강화된다.
결국 이러한 시장에서는 품질, 서비스, 가격 등 각 요소에 특화되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각사가 가격, 품질, 서비스 경쟁을 촉발 시킬 수가 있다.
이 사료의 하이마트는 새로운 사료유통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고, 생산자단체들이 이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사료유통회사가 경쟁촉진으로 농가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 사료유통회사가 정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농가신용도에 따라 거래를 주저하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사료판매 대금의 정산, 채권의 확보 등 농가와 얼굴을 붉혀야 하는 어려운 일은 이 조직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마케팅과 제품품질향상, 서비스 향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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