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辛라면 디자인․맛 28년만에 업그레이드
농심 辛라면 디자인․맛 28년만에 업그레이드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4.08.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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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출시 28년 만에 새로운 포장 디자인

맛! 면발은 더 쫄깃하게, 국물은 더 깊게

 

◈辛라면이 더 좋아지고 새로워졌다

농심(사장 박 준)은 8월부터 맛과 디자인을 개선한 신라면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28년간 국내외 소비자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한편, 음식 한류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그 위상을 강화하고 나아가 신라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확고히 해 국내외 소비자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겠다는 취지다.

신라면의 변화는 포장 디자인에서부터 눈에 띈다. 새로운 신라면의 디자인 콘셉트는 ‘단순함’으로, 캘리그래피(calligraphy; 손글씨)로 처리한 로고 ‘(매울) 辛’과 강렬한 빨간 바탕은 강조하되 이외의 나머지 디자인적 요소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

이는 신라면에 대해 소비자가 기억하고 있는 연상을 분석한 결과로, 빨간 바탕에 보다 강렬해진 辛자가 브랜드 자체는 물론 신라면의 특징인 매운맛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는 평가다.

또한 패키지 디자인의 단순화는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을 반영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출시 초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홍보문구를 넣지만,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네임 중심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신라면의 두 번째 변화는 맛에서 찾을 수 있다. 농심은 그동안 축적된 소비자들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 신라면의 원료 배합비를 최적의 수준으로 조정, 면 식감을 더욱 쫄깃하게 바꾸고 국물과의 조화도 한층 높였다. 또한 농심은 라면 면발의 퍼짐 현상을 완화하는 노하우를 개발, 신라면에 우선 적용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특유의 얼큰한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고기의 깊은 맛은 더욱 풍성하게 했다”며 “한층 좋아진 신라면의 품질을 눈으로, 입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은 1985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농심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1986년 10월 출시한 전략제품으로, 이후 농심의 확고한 독주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다. 신라면은 출시 이후 2013년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230억개,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를 105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 팔린 제품이다. 지금도 세계 90여 개국에서 연간 7천억원 어치가 판매되고 있는,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대한민국 대표 식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패키지를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은 1986년 출시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업그레이드된 제품력으로 연내 수출국 100개국 돌파라는 업계 최초의 신기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신라면의 역사를 살펴본다.

 

◈대한민국 ‘辛라면’, 글로벌 ‘辛세계’ 연다!

1965년 농심은 라면사업에 첫 발을 딛고 다양한 제품개발에 힘썼다. 1980년대는 81년 ‘사발면’, 82년 ‘너구리’, 83년 ‘안성탕면’, 84년 ‘짜파게티’가 연속 히트하며 라면시장은 급속하게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1986년 10월, 농심 신라면이 등장했다. 대한민국 식품시장에 한 획을 긋는 걸작의 탄생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매운맛 라면 탄생

신라면은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이라는 콘셉트 하에 만들어진 농심의 걸작이다. 당시 농심은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다음,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개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 연구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 맛’을 실험했다. 고추뿐만 아니라 다진 양념맛도 찾아 다녔다. 다진 양념이란 칼국수를 비롯하여 냉면, 설렁탕 등 국물 있는 음식에 가미할 수 있게 만든 우리나라 전통의 종합 양념으로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다진 양념에서 맛의 힌트를 얻었다.

라면의 맛이 스프에 있다면 라면의 식감은 면발이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넉넉한 식감과 쫄깃한 질감’을 위해서 하루 종일 면만 실험했다. 실험용 면발도 200여 종류나 되었다.

“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해야 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회고다.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감칠맛’을 가진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인의 매운맛을 표방한 얼큰한 소고기장국 맛의 신라면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제품이었다.

 

◈매울 辛자에 얽힌 사연

“매운 라면이니까 辛라면으로 합시다.”

당시 농심 신춘호 사장(창업주)이 이렇게 말했을 때 경영진들은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제품의 대부분이 회사명이나 재료(농심라면, 김치라면 등)에서 비롯된 네이밍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국내에서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임원들은 사장의 성인 신(辛)과 신라면의 신(辛)이 음뿐 아니라 한자까지 같은 것이 종친회나 소비자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마지막 순간까지 버리지 못했다. 의도는 순수할지라도 결과가 반드시 처음 의도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춘호 사장은 단호했다.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잘 알아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농심은 라면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한 음절의 이름을 붙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통일하여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본질과 속성이 가감 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이 색상대비나 디자인은 당시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신라면의 상표등록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어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辛’이라는 한자가 문제였다. 이에 농심은 수천 년 동안 한자 문화권에 속해 온 우리나라에서 과연 한자를 외국어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그리고 즉각적인 의미 전달과 이미지 부각을 생명으로 하는 상품에 이러한 규정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결국 보사부에서 농심의 합리적인 건의를 받아들여 1988년 10월 법 조항을 개정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신라면은 86년 출시되자마자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1987년에는 무려 180억 원을 상회하면서 안성탕면과 함께 단숨에 국내 라면시장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변치 않는 광고메시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신라면의 핵심 속성인 매운맛을 감성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한 카피로 출시 후 지금까지 그대로다. 출시 당시 ‘사나이조차 울릴 수 있는 매운 맛’을 강조하는 기본 마케팅 전략은 대중들에게 적중했으며 ‘신라면=매운 맛 라면’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 현지에서도 이 같은 광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농심은 마오쩌뚱의 말을 패러디한 마케팅 카피를 만들었다. ‘매운 것을 못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카피가 그것이다.

또한 광고 마지막 부분의 “농심 신~라면”이라는 징글(jingle) 역시 신라면 출시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강부자, 구봉서가 부르던 CM송을 이제는 박지성, 차두리에 이어 박형식, 류수영이 부르는 것이다. 이는 ‘세월은 변하지만 신라면의 맛과 인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하루에 315만개 생산, 누적매출만 8조원

1990년대 말 농심은 구미 인텔리전트 공장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든 라면 생산환경을 자동화․고속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완공된 구미공장은 현재 농심 라면생산의 심장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분마다 500개의 신라면이 생산된다. 전체 5개 라인에서 생산되는 신라면이 하루 총 315만개다. 모든 생산과정이 자동화돼 있고 중앙관제센터를 통해 모니터링 된다. 화장품도, 주머니도, 창문도 없고 출입도 까다롭게 통제하는 곳, 바로 농심의 신라면을 만드는 구미공장의 모습이다.

이 같은 생산량은 곧 수요로 연결된다. 2013년까지 신라면의 국내 누적판매량은 총 230억개다. 이는 지구를 105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 약 4800억원에 달한다. 2조원에 달하는 시장에서 1개의 브랜드가 이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기란 다른 식품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또한 지난해 신라면 국내 누적판매액이 8조원을 넘어서는 등 신라면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차별화된 맛으로 국내 라면시장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 국가대표 신라면

신라면은 국내의 인기를 발판으로 세계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식품한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신라면은 어느덧 사나이 울리는 라면에서 세계인을 울리는 글로벌 라면으로 성장했다. 이미 해외교포들이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신라면은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며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대표 수출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해외 각지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제품이자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외국에서도 누린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의 신라면 인기에 농심의 2014년 상반기 해외매출이 역대 최고기록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그동안 수출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현지 외국인들의 말이 신라면의 글로벌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지구촌 랜드마크 뿐만 아니라, 라면을 판다고 상상할 수 없는 지역까지 신라면은 팔리고 있다. 지구의 머리(융프라우), 허리(히말라야), 다리(푼타아레나스)를 잇는 신라면 로드가 완성됐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라는 생각으로 세계 1등 제품에 의한 세계 일류회사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적극적인 시장개척으로 ‘신라면 100개국 수출’이라는 대한민국 식품史의 금자탑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 식품브랜드 100개국 수출은 업계에서 최초이며 신라면은 1987년 첫 수출 후 현재 세계 9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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