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산업 전망 밝다”,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각광
“흑염소 산업 전망 밝다”,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각광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4.08.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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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국 한국흑염소협회 회장

귀농 4년 만에 흑염소협회장 중책 맡아

종축확보 시급, 도축장 등 유통문제 최대 현안

최근 한국흑염소협회장으로 취임한 지용국 그래그래농장 대표는 귀농인이다. 한 분야에서 20~30년 일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다른 축산생산자단체와 비교했을 때는 조금 이례적인 일이다.

지용국 회장은 무역전문가로 한국무역개발원(사단법인)을 설립해 무역관련 전문서적을 직접 집필 발간하고 여러 대학과 무역관련 연수기관에서 강의하는 등 30여 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흘러 은퇴할 시점에 다가서자 과감히 한국무역개발원을 해체하고 농사꾼으로 인생의 2막을 살아가고자 귀농 준비에 들어간다.

자신의 성격을 아는지라 원예나 쌀농사보다는 축산이 맞겠다 싶었던 지 회장은 한우 등 다른 품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 귀농인에게는 흑염소가 제격이겠다는 생각에 고향인 부안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흑염소 사육에 들어간다.

그래그래흑염소농장을 하기까지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에 나온 흑염소 관련 자료를 모두 공부했고 선도농가로 이름난 농장들을 찾아 노하우를 살폈다.

흑염소는 축산농장의 가장 큰 리스크인 환경문제, 질병문제에서 어느 축종보다 자유롭다며 염소는 소나 돼지에 비해 분뇨의 배출량도 적고 악취가 발생하지 않아 농촌 환경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질병에도 강해 크고 작은 질병으로 인해 백신과 같은 동물약품을 달고 살아야 하는 다른 품목과 비교했을 때 걱정 없이 사육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흑염소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래그래농장의 운영기를 블로그에 차곡차곡 정리해 많은 흑염소 농가들과 귀농인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지역 귀농인회와 전북흑염소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귀농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생산자 대표로 활동하게 됐고 전북의 흑염소 농가를 조직화해 협동조합을 탄생시켰으며, 농가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출하문제를 해결하는 등 전북의 흑염소 사육농가들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성과 때문인가 최근 붙임이 있었던 흑염소협회 회장으로 추대됐고, 협회 정상화를 위한 사명감을 갖고 흑염소라는 품목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 재래종 흑염소 특화가 경쟁력

흑염소는 주로 약용으로 활용해 왔으나 흑염소의 약용성분을 요리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축산물로서 각광받고 있다.

지용국 회장은 여러 염소 사육농가들과 우리 염소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리가 갈 길은 흑염소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야기했다.

염소고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모색이 갈색 또는 백색인 보어종을 수입해 키우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며 지육률이 높고 생육이 빨라 고기로 활용하기에는 재래종인 흑염소에 비해 우수하지만, 맛이나 약리성분에 있어서는 흑염소만 못하다고 밝혔다.

특히 호주와는 FTA 협상이 타결돼 국회비준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고 뉴질랜드와 FTA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 염소사육농가들이 흑염소가 아닌 보어종을 선택해 시장개방이 될 경우 우리 농가들이 겨우 만들어 놓은 염소시장을 한 번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 고유종인 흑염소 사육에 집중해 차별화를 해야만 시장개방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보어염소보다는 흑염소를 선호하는 식당들이 많아지고 있고 보어 고기를 내 놓았다가 고기 맛이 다르다며 식당을 다시 찾지 않는 흑염소 마니아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눈앞의 이익때문에 보어 사육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통과 우량종축 확보 문제 최우선 과제

흑염소 산업의 최대 문제는 유통과 우량종축의 확보에 있다.

지 회장은 흑염소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최근 몇 년간 인공수정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결국 흑염소는 인공수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농장마다 우수 웅축의 확보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지표가 됐다고 밝혔다.

근친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끼리 웅축을 교환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 한계에 와 있다며 우리맛닭과 같이 우수 웅축계통을 조성해 농가들에게 웅축을 공급하는 방식이 현재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유통문제도 현재 전국적으로 적어도 1개 이상의 흑염소 전문도축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 산업의 규모로 인해 채산성이 맞지 않아 민간 도축업자들이 염소전용도축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어 염소도축장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이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용국 회장은 국토의 65%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축산 품목은 바로 흑염소라며 정부도 이를 고려해 산지축산 육성계획을 발표한 이후 흑염소협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많은 부담을 주는 다른 축종과 달리 흑염소는 산지에서 사육했을 경우 악취나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산지축산시대 대표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적극 해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흑염소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지용국 회장인 운영하는 블로그 귀농인의 흑염소농장 경영인야기 ‘그래그래 흑염소팜’은 흑염소사육농장은 물론 흑염소사육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지와 같은 곳이 됐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접속해 흑염소사육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고 흑염소를 키우다 부딪쳤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터뷰를 위해 농장을 찾은 날에도 고창에서 한우농사를 접고 흑염소 사육에 도전하는 한 젊은 부부가 블로그로만 보던 내용을 확인하고자 그래그래 농장을 찾아 시설도 견학하고 지회장으로부터 즉석에서 컨설팅도 받았다.

지용국 회장은 다른 축종에 비해 여러모로 사육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일단 출하처만 정해진다면 염소 키우는 일은 어렵지 않아, 전북에서 협동조합을 통한 계통출하를 하는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전북도의 실험을 이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북도의 협동조합 성공사례 때문에 자신을 협회장으로 추대해 준 것 같다며, 각 지역에 맞는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어 전파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잠시 내려놓고 공익을 위해 일할 협동조합가 다운 정신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야만 전북의 모델이 전국에 뿌리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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