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소비습관 세계화로 식량 안보 위협
식품소비습관 세계화로 식량 안보 위협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4.08.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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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작물 소비 집중 농작물 종 축소 가능

세계인들이 즐겨찾는 식품의 다양성은 높아진 반면 소비하는 식품은 오히려 비슷해져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견은 8월 11일 농협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주간브리프에 따른 것으로 국제열대농업센터(CIAT) 연구 결과 지난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칼로리, 단백질, 지방 섭취 등을 위해 밀, 쌀, 콩, 옥수수 등 식량작물과 육류, 유제품의 소비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밀은 152개국에서 97%, 쌀은 90.8%가 주요 식재료로 사용했다. 지방섭취가 늘면서 콩은 전세계의 74.3%가 주요 식재료로 썼고 유지류 소비를 위해 콩, 옥수수, 팜, 해바리기 등의 농작물 사용도 증가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에서도 소득이 높아지고 도시인구가 증가하면서 육류와 설탕함유음료,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과 같은 전형적인 서구식 음식소비가 늘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전통적인 식재료보다 밀과 감자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처럼 특정작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의 소비패턴이 비슷해져 고구마, 얌, 사탕수수, 마카호밀, 카사바 등 지역적 식량작물 섭취는 현저하게 줄면서 농작물의 종이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먹는 작물수가 1만여종에서 최근에는 150여종으로 감소했고 이 중 12가지가 차지하는 공급비중이 80%로 확대됐다.

주요 농작물의 종 다양성 또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7000년 전 최초로 옥수수를 재배했던 멕시코에서 80% 이상의 옥수수 품종이 사라졌으며 인도에서는 벼 품종의 90%가, 중국에서는 밀 품종의 90%가, 그리고 미국에서는 1세기 전까지 재배되던 야채와 과일 10품종 중 9품종이 사라졌다. 사과의 경우 1800년대에 재배되던 사과 7100종 중 6800종이 멸종됐다.

이런 와중에 1961~2009년 식품 공급의 균질도는 16.7%나 높아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오는 2050년이 되면 지금의 재배작물이 1/3가량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작물의 품종이 감소하면 유전자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특정작물만 집중적으로 생산하다 질병이나 해충, 날씨 등에 취약해질 경우 종 자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1847~1852년 감자 마름병이 발생해 당시 감자가 주식이었던 아일랜드인 100만명이 굶어죽고 300만여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최근에는 바나나 전염병인 파나마병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바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생산이 집중된 주식 농작물은 이상요소가 발생할 경우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작물만 육성하다 질병을 유발하면 인간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이상섭 농협경제연구소 컨설팅실장은 “식품소비의 동질성이 높아지면 식탁에서 멀어지는 농작물 종의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한다”며 “농작물의 생물다양성 감소는 소수의 주요 식량작물이 질병, 해충,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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