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축산업 부정적 인식 제대로 해소하려면
<훈수> 축산업 부정적 인식 제대로 해소하려면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08.29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개 축산생산자단체와 농협중앙회가 축산물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각 단체의 자조금관리위원회 등은 이를 위해 공동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축산물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산업계가 보여 온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캠페인 전개가 과연 축산물과 축산업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안티축산인들의 논리를 무너뜨리고 이들의 논리에 동조하는 일반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축산업계가 추진하는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축산업에 대한 3대 부정적 인식
현재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은 대규모 밀집사육방식에 대한 내용과 축산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 그리고 옥수수 등의 식량작물을 가축사료로 급여하는 문제가 큰 줄기를 이룬다.
대규모 밀집사육의 폐해는 악취와 환경오염과 같은 초보적인 내용부터, 동물학대 등 비윤리적 사육 논란, 밀집사육을 위한 항생제 등의 남용이 뒤를 따르고 축산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논란은 비만의 주범, 고지혈증과 같은 심장이나 혈관 계통 질환 발병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식량작물의 사료 이용과 관련된 논란은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까이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축산물 생산을 위해 식량작물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어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축산물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축산업계는 지난 캠페인 발대식에서 축산물은 인간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아미노산 등을 공급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건강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유익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러한 단순한 논리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3가지 축산업에 대한 공격을 막아 내거나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축산업계는 축산업 인식개선과 관련된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축산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축산업이 농촌경제에 미치는 기여 등을 이야기하는 수준이 주류를 이뤘는데, 어떠한 파
장도 일으키지 못한 상황이다.
몇몇 유명한 학자나 식품의학 기자들을 동원한 도서의 보급도 꾀했지만, 출판시장에서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육식의 종말’, ‘우유의 역습’, ‘돼지가 사는 공장’,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와 같은 책은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힌 반면, ‘필로교수의 한우고기 예찬’, ‘대한민국은 돼지고기가 좋다’, ‘우리 고기좀 먹어볼까’와 같은 축산업계를 대변하는 책들은 출판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변화 없는 홍보는 역풍만
다만 각 품목별 축산단체가 이러한 안티진영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축산업계 전체가 공동대응 한다는 점에서 이번 캠페인 전개는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방법을 반복한다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축산단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또 우호적인 여러 학자들의 입을 빌려 홍보를 했는데도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책이나 일부 매체의 자극적인 보도를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이다.
축산업계가 안티진영의 공격에 공개적인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중립적 입장에 있는 대중들은 축산업계가 무슨 문제가 있는데 궁색한 변명 또는 실제 문제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중들의 채식 열풍은 축산업계가 긴장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
한우홍보대사였던 이효리가 채식선언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찾아보면 연예인 중 일절 축산물을 입에도 대지 않는 이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축산업계의 홍보가 대중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 고름우유 파동은 인식개선 ‘우수사례’
낙농업계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4년을 전후해 고름우유파동으로 우유 판매가 급감하는 난국에 빠졌다.
고름우유파동은 소 유방에 염증이 생기면 우유 내에 체세포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체세포가 염증에 의한 고름이라는 주장을 과거 파스퇴르유업 최명제 회장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최명제 회장은 주요 일간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폭로성 광고를 반복해 게재했고 일반유업체와 파스퇴르 유업체와의 법적공방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체세포의 유해 여부를 떠나 고름이라는 자극적 표현이 소비자들 뇌리에 박히면서 소비가 급감하는 사태로 번졌다는데 있다. 정부와 유업체들은 물론 여러 학자들까지 나서 유해하지 않다는 해명을 반복해 내놓았지만 우유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국내 낙농유가공업계는 원유가격 산정체계에 체세포수를 신설, 체세포수가 적을수록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고 이를 통해 체세포수가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지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변화를 기초로 낙농유가공업계는 국내 원유의 질이 세계 수준을 넘어섰다는 홍보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원유의 위생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즉 체세포가 몸에 나쁘지 않다는 홍보를 넘어 체세포를 실제로 줄이는 노력을 통해 논란을 잠재운 사례다.

■ 홍보보다 변화가 먼저
우리 축산업계는 2010년을 전후해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금지, 사료 내 항생제 첨가 중단, 수의사처방제 도입, 동물복지농장 인증 등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실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대다수의 축산인들은 단순히 규제로만 받아들여 반발해 왔는데, 이를 우리 축산업과 축산물의 긍정적 변화 요소로 홍보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이 중 몇 가지는 지금 제기되는 수많은 축산업에 대한 공격을 해소해 내는 귀한 재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축산업의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축산업계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는 노력을 보일 때,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교정되고 소비자들로부터 우리 축산물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