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산업 한마당] 논리로 풀어본 현장 목소리
[쌀산업 한마당] 논리로 풀어본 현장 목소리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9.0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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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쌀 산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하는가
농업예산 유럽의 1/7 수준…논농사 외부효과 56조 추정


■ 우리나라 농업 예산 유럽의 1/7 수준.
 
“왜 정부에서는 예산타령만 하고 예산을 늘려주지 못합니까.”   “다른 품목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기획재정부에서...”
 
정부가 한해 살림살이를 재정하는 예산을 두고 이날 토론회에서는 농업에 책정되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정부가 책정하는 농업에 대한 예산에 농민들은 항상 불만이다. 매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농업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예산 규모를 확정하는 연말만 되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신임 내정자들은 엄청난 예산 약속에 손가락을 걸지만 이상하리만치 결과만 살펴보면 정반대다.
 
올해도 정부에서는 2014년 농식품분야 예산을 1월 1일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증액했다고 했지만 증가율은 1% 남짓. 체면치레만 한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4%가량 증액된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정부의 올해 농식품분야 예산은 13조6371억원. 농업과 관련 있는 부처인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의 예산과 합하면 대략 17조 규모다. 우리나라 올해 총예산 355조8000억원의 4.7%의 비중을 차지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최근 당정 협의를 갖고 내년도 예산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17조 규모의 농업예산을 2015년에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정부의 농업예산은 과연 적정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다. 선진국들은 어떨까.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 27개국을 기준으로 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전체 예산에서 공동농업정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균 4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550억 유로. 우리나라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73조5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농업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농업인구 1인당 예산도 우리 농가보다 8배 이상 많고 그나마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조금 높은 일본의 경우도 2배나 된다.
 
글로벌 시대, 각종 시장개방에 맞서 우리농업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정부의 농업정책은 쌀 시장 개방을 떠나 우리나라 농업의 예산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는 농민들의 주장은 단순히 ‘떼를 쓰는 수준’이 아닌 셈이다.
 
■ 논 농업 외부효과(External effect) 56조.
 
“논 농사는 우리나라 환경을 지켜주는 소중한 자원으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쌀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충북의 한 농민이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에게 한 일침이다.
 
논농사가 우리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따져보자.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경제활동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는 뜻으로 다른 경제주체에 이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는 것을 일컫는다.
 
이날 이 농민이 주장한 ‘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외부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작되고 있는 논농사의 총 경작규모는 100만 ha로 30cm의 물이 저장돼 있다고 가정하면 이는 우리나라 전체 댐이 보유하고 있는 물의 양의 7배나 된다.
 
7~8월 집중호우가 내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에 있는 농경지가 홍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농지가 보유하고 있는 수자원은 물 부족 해소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논이 보유하고 있는 물은 지표수가 한 번에 강이나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등 지하수 생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논은 또 벼가 광합성을 하면서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개구리․물방개 등의 각종 동식물의 서식처가 될 뿐만 아니라 토양의 유실도 방지하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아동의 현장 체험학습 장으로써 교육 기능까지 발휘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쌀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7조라고 보면 위에서 설명한 쌀산업이 파생하는 외부효과는 56조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 책정이나 경제효과를 분석할 때 경제적 이득이 적다는 이유로 논 농업을 ‘평가절하’하는 공무원들은 농업의 비경제적 요인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 쌀 고율관세, 타 품목 양보 가능성 염두.
 
“그동안 정부는 농업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쌀 시장 개방 후 정부가 주장하는 고율관세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쌀의 생산비를 줄여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는 목표아래 많은 정책들을 펴왔다. 그러나 농민들은 한결같이 그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통계로 본 한국농업의 어제와 오늘’이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농촌의 가구소득은 도시가구 소득의 58%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 1980년대 도시와 농촌의 소득비가 96%였던 것에 비해 38%p 감소한 것이다.
 
도농 간 소득 불균형과 더불어 농촌의 인구 감소는 더 심각하다.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1980년 1600만명에서 2010년 876만명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인구는 같은 기간 1083만명에서 306만명으로 71.7%의 농민이 농업에서 손을 뗏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많은 정책자금을 투입했지만 농촌의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크게 위축되고 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쌀 시장개방을 선언 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쌀의 고율관세도 농민들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쌀이 고율관세를 지키더라도 다른 품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논의하고 있는 미국의회에서는 지난 8월 쌀, 유제품, 설탕, 쇠고기, 돼지고기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협상 대상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에 일본에서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품목에서 관세를 낮춰 다른 품목을 방어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율관세가 지켜지더라도 다른 품목에서의 더 큰 양보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TPP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는 양국의 협상 움직임에 눈과 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 말미에서 정부는 WTO 통보 전인 9월 23일까지 쌀 관세화에 대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과연 정부에서는 쌀산업을 지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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