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에 대한 불신의 뿌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통업에 대한 불신의 뿌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0.1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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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가을 특별기획-농산물 유통의 문제 그리고 해법

“불투명한 유통구조, 중간상인의 폭리, 밭떼기 상의 추억”

불투명한 유통구조, 중간상인의폭리, 밭떼기 상의 추억룑이라는 긴 제목처럼 우리 농산물 유통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시각을 어떻게 갖게됐는지 우리 유통산업은 어떻게 발전했고 농축산물 유통구조는 어떤식으로 진보해 왔는지, 본지 가을 특별기획호에서 심도 있게 다뤄 보려한다. <편집자 주>

유통산업의 발전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1990년 이후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산업분야다. 대한민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산업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정유, 휴대폰으로 전통산업인 제조업과 ICT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이들 품목 모두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수출산업인지라 이들 산업 틈바구니에서 유통산업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들 제조업과 ICT산업이 한창 발전하던 시기였던 1990년 이전의 유통산업은 도매나 소매 모두 중소규모의 영세업체들이 품목이나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하던 시대였으나 1990년대 초반에 이뤄진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유통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 유통산업은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되기 시작했고 미국, 프랑스, 영국의 거대 소매유통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유통산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0년 초만 하더라도 국내 대형유통이라고 하면 백화점 업태뿐이었지만, 뉴코아 계열(현 이랜드 리테일 계열사)의 킴스클럽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이 이마트를 런칭하면서 국내 소매시장의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농안법 파동’ 불투명한 유통구조 때문
같은 시기 국내 농축산물시장은 농안법 개정을 통해 산지유통과 중개, 도매유통 전 분야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중도매인들의 기능을 산지유통, 중매, 도매유통으로 세분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수산물도매시장 투명화가 진행됐다.
1980년대 농수산물도매시장 건설사업을 통해 1차 농산물유통혁명이 일어났다면, 1990년대 중반의 농안법 개정으로 도매시장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하지만, 중도매인들의 도매업 겸업 금지에 반대하며 중도매인들의 파업에 들어가면서 농산물유통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고 이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이 거래제도는 현재의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1994년 농안법 파동 이전의 농축산물의 유통은 중매인의 농간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골탕을 먹는 구조라는 게 일반 된 시각이었다.
중도매인들은 산지수집과 산지매입까지 관여해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농산물의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또 다시 소매업체에는 비싸게 팔아 넘겨 큰 시세차익을 남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불투명한 유통구조, 중간유통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당시 소매업체는 산지의 상황을 잘 몰랐고 산지는 소비지의 상황을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팽배했는데 산지와 소비지 정보 모두를 알고 있는 중간유통업자들의 횡포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때이다.
이를 일소하고 투명성을 높여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이 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 하에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1994년 농안법 파동을 거치면서, 상장경매의무화, 중매 및 도매업만으로 한정된 중매인의 역할, 그리고 산지수집상(산지유통인)의 역할이 분명해졌고 각종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도매시장은 거래의 편리성을 넘어 투명성까지 확보하는 거래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된다.
1990년 초까지 시기에 따라 5배 이상의 폭리를 취한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던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현재 평균 50%로 대폭 낮아지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1990년대 유통시장 규제완화를 통해 유통업체들이 규모화 되던 흐름과 다르게 농산물유통시장은 오히려 규제강화로 흘러갔는데, 이는 시장의 효율성 보다는 투명성과 공평성에 기초한 결단이었다.
이후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던 상장경매를 없애는 쪽으로 정책추진이 진행됐으나, 농가 조직화가 되어있지 않은 생산자, 규모가 크지 않은 중도매인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농림부도 상장경매제가 폐지될 경우 영세규모의 농민에게 오히려 피해가 예상된다며, 현재의 상장경매제도 유지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형소매유통 전성시대
그리고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유통시장 개방과 규제완화로 시작된 소매유통의 대형화로 어느덧 국내 유통시장에서 모든 품목에서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주류유통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농산물의 경우 도매시장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대형소매유통의 산지 직거래가 확대되면서 과거에 비해 성장세는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초기 대형유통업체들은 주로 공산품위주의 상품 구색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국내 물류산업이 낙후되어 있다 보니 신선채소와 과일, 육류를 판매하기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월마트도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신선식품을 취급하지 않았는데 이후 사업이 정체되면서 신선농식품 취급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마디로 대형마트들이 초기 공산품 중심의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지향하다가, 농산물을 기본으로 하는 슈퍼마켓이나 하이퍼마켓을 지향하면서 현재는 신선농식품이 대형마트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는데 이 같은 대형마트들의 정책 변화는 재래시장과 주택가 인근의 중소슈퍼마켓이 중심이 됐던 농산물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도시외곽에 자리 잡은 대형마트로 사람이 몰리면서 도매시장의 중도매인과 주로 거래하는 재래시장과 주택가 인근 즉, 골목상권의 몰락은 도매시장 시스템이 계속 존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으로 이
어졌다. 특히, 대형마트의 초기 저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의 가격을 불신하는 풍조가 다시금 생겨나게 됐는데 1994년 이후 농안법 개정을 통해 이룬 농산물 거래에 대
한 투명성은 대형마트의 저가격 정책으로 다시금 의심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거래방법의 요구이 같은 농산물 거래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대형마트의 성장이 정점
에 달한 2006년을 전후해서 더욱 극심해졌는데 이로 인해 도매시장 내의 거래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대형마트 수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거래방법이 꾸준히 요구되
게 된다. 특히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은 대형마트는 산지직거래와 도매시장구매 모두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중도매인들은 농안법 규제에 묶여 도매시장에서 밖에 구매를 하지 못한다며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매법인을 경유하는 직거래유형인 정가수의매매를 거래방법으로 추가를 했고 중도매인이 산지수집 및 계약재배 그리고 도매업을 모두 하는 시장도매인이라는 거래주체를 새롭게 탄생시키기도 했다.

중간유통 폭리 가능한가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중간유통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배추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다단계 유통구조에 대한 비판이 난무했고 산지유통인이나 중도매인이 과도한 마진을 챙기는 것 마냥 보도하는 언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산지유통인도 중도매인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지유통인은 농민들이 감당해야 할 후반기 영농작업과 도매시장 출하에서 발생하는 가격하락 리스크와 가격 상승의 기회를 모두 짊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농민이 직접 도매시장에 상장을 해도 같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된 비용이라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더불어 중도매인들의 경우 시장에서 구매한 가격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가 됨으로써 소매유통업자들에게 더 큰 마진을 요구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소매유통업자들도 대형마트들의 치열한 경쟁덕분에 과거처럼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니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면, 농산물산지유통인이나, 중도매인 중 이마트나 축산분야의 하림과 같은 대형 벤더가 등장해야 하지만, 어떤 산업보다 불확실성이 큰농산물시장의 특성, 그리고 구매원가가 철저히 공개되는 시스템 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봐야 한다.
결국 농산물의 불투명한 유통구조, 중간유통의 폭리라는 명제는 20년도 넘은 과거의 일 곳 추억이라는것이다.

다시 바뀌는 유통의 흐름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유통시장은 대형마트의 위세는 과거와 같이 않은 상황이다. 주택가 인근의 근린형 수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은 다시 장을 보기 시작했고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 택배로 대표되는 물류산업의 발전은 온라인쇼핑의 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기술의 혁신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대형마트 중심으로 흘러갈 것처럼 보였던 유통산업의 물꼬를 다시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농산물도매시장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넘어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제 등 지금까지 법으로 금지했던 거래 방법이 허용됐지만 적용 범위를 놓고 유통주체간 힘겨루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두 번째 유통특집에서는 이에 대한 심도있는 보도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정말 착한유통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번 유통특집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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