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정산 방식 해답은 없는가
돼지 정산 방식 해답은 없는가
  • 홍귀남 기자
  • 승인 2014.10.17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가·육가공업체, 공감대는 형성…해법은 상이

‘팔려면 사람이 많음 싸고, 살려는 사람이 많음 비싸고’, ‘팔려는 사람은 비싸게, 살려는 사람은 싸게’ 경제활동 이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돼지 한 마리를 두고도 농장에서는 비싸게 팔려고 하고 육가공에서는 싸게 살려고 한다.

거래 상품에 대해 가치 판단은 상대적이라 상품에 대한 가치를 두고 지불도 상이 할 수밖에 없다. 판매자는 상품의 가치를 높게 판단해 많이 받으려고 하고 구매자는 판매자와 달리 상품의 가치를 낮게 판단해 덜 줄려다보니 거래에 마찰이 생긴다.

■ 더욱 불거진 돼지 정산 문제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 간의 정산도 그 중에 하나이다. 양돈농가는 자신이 키운 돼지를 육가공업체에 높은 가격을 받기를 원하지만 육가공업체에서는 농가로부터 돼지를 싸게 구매하려다보니 서로 간에 분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 다시금 돼지 정산 문제가 불거져 어떻게 하면 보다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농가와 육가공업체 간에는 지급률 정산, 등급제 정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급률 정산은 돼지 한 마리에 대해 일정 지급률을 책정해 육가공업체에서 농가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등급제 정산은 출하된 돼지의 등급에 따라 육가공업체에서 정산해 농가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지급률 정산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지급률 정산에서 등급제 정산, 또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다.

■ 돼지 100마리 중 3마리만 박피

이런 변화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기준가격이다. 기준가격은 도매시장 박피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박피물량이 많아 기준가격의 역할을 해왔으나 소비자의 선호 변화, 수급 등 여러 가지 영향으로 물량이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체도축두수 중 박피 비중은 2000년 33.3%(탕박 66.7%)이었으나 05년 16.4%, 10년 7.7%, 14년(1~6월) 2.9%로 물량이 상당히 미미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도매시장 경락두수에서도 박피는 2000년 70%에서 05년 53.8%, 10년 38.4%, 14년 25%까지 내려왔다.

가격도 2000년~13년까지 박피는 탕박보다 4.1~11.6% 높게 형성되어 왔다.

이처럼 시장에서 물량이 줄어들다보니 도매시장 소량의 두수변화로도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가격 변동 폭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가격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어 농가와 육가공업체 모두에게 정상적인 가격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농가․육가공 정산 방식 변경 공감

이처럼 시장에서 박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산 방식에서 기준가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농가와 육가공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서로 달리하고 있다.

돼지 110kg을 기준으로 박피를 했을 경우 지육량은 75.7kg(지급률 68.8%), 탕박은 84.4kg(지급률 76.7%)로 8.7kg(7.9%)의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이 문제에 또 다른 핵심이다.

대한한돈협회에서 올해 초 농가 박피 지급률 조사 결과 69~70%가 39.9%로 가장 많았으며, 70~71%가 23.7%, 68~69%가 19.8%로 나타났으며 전국적으로 평균 69.5%를 적용하고 있다.

■ 누구하나 나서기 힘든 지급률 문제

지난해 겨울부터 PED 질병 여파로 올해 초부터 돼지가격이 평년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금까지 형성하고 있다. 과거 구제역으로 돼지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에서는 물가 안정 대책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면서 농가와 육가공 모두에게 나쁜 선례를 남긴 적이 있다 보니 이 부분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지급률 조정 자율 캠페인이 추진됐다. 즉, 돼지가격이 높고 낮음에 따라 지급률을 조정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반쪽짜리 보여주기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자세히 보면 돼지가격이 높을 때 일정 금액을 낮게 받고 낮을 때는 일정 금액을 더 받는다. 정확히 말하면 100만원을 적게 받으면 나중에 아무리 돼지가격이 낮게 형성되더라고 1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다. 낸 만큼 받는다.

또한 일반 육가공업체에서는 참여를 하지 않았다. 농가가 인하해야 하는 일수보다 구매자인 육가공업체에서 인상해야 하는 일수가 훨씬 많아 육가공업체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결국 돼지고기 안정 취지는 공감하나 지급률 조정은 매우 민감한 사항으로 건든다는 것은 농가와 육가공업체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급률은 농가와 육가공업체에게는 바로 수익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누구하나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 등급제 정산 방식도 한계

결국 기준가격은 박피에서 탕박으로 전환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급률 조정이라는 큰 난관에 봉착해있다.

현재 대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정산 방식은 등급제 정산이다. 개체별 지육중량에 도매시장 평균 등급별 지육가격을 곱해 정산하는 방식으로 여기에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현재 등급별 정산을 하고 있는 농가는 약 24.7%로 추정된다.

등급제 정산의 가장 큰 장점은 돼지 상위 등급 출현율을 높이고 돼지를 잘 키우는 농가가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절식문제, 고영양사료 급여 등으로 사료비 절감 등 유통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제 정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바로 시장 여건이다. 육가공업체에서는 등급이 높은 돼지를 비싸게 구매해 시장에 가공·판매한다고 소비자가 그 만큼 제 값을 주고 구매하겠냐는 것이다. 소와 달리 아직 돼지는 등급제가 정착이 안 돼 소비자 인지도 낮을뿐더러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로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많이 붙은 삼겹살을 좋아하는 소비자와 지방이 적은 삼겹살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있듯이 등급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 협의체 구성으로 기준 설정

다른 대안은 없는가? 일단 기준가격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지급률 문제만 풀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농가와 육가공업체 그리고 정부 등 관련 기관·단체가 참여한 협의체 구성을 통한 가이드라인 제시이다. 협의체에서는 예상되는 한해의 돼지고기 가격을 구간 별로 산정해 구간 별 지급률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돼지가격 변동 폭은 평균 5년의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해 돼지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하면 된다. 변동 폭이 줄어들수록 농가 육가공업체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만약 예상 구간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도 기준을 정해 지급률을 가감해 적용하면 된다.

이 거래는 농가와 육가공업체의 자율적인 계약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 등 부가적인 사항은 둬 만약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올해 진행한 돼지가격 안정 캠페인의 적용 방식과 유사하나 협의체의 동의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협의체 구성원에 대한 형성평, 공정성이 담보가 가장 중요하다.

 

 

 

 

 

 

 

 

 

양돈농가는 기준가격이 박피에서 탕박로 변경해도 상관이 없다. 과거에는 박피 물량이 어느 정도 있어 기준가격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탕박이 대부분이라 박피의 대표성 상실했다. 

다만 농가에서 우려로 하고 있는 부분은 기준가격 변경 과정에서 육가공이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정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육율을 근거로 한 지급률이다. 현재 박피의 경우 지급률은 약 68.8%, 탕박은 약 76.7% 수준에서 계산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박피에서 탕박으로 변경되면 육가공에서 탕박 지급률 만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농가들의 생각이다. 결국 농가에서는 박피 지급률 수준이 아닌 탕박 지급률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정산 방식 변경에 큰 이이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 등급제 정산 방식도 고려해봐야 한다. 등급제 정산은 말 그대로 등급 결과에 따라 정산되기 때문에 잘 키운 농가는 수익이 증가해 돈육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시대적 상황, 제도·기준이 변화했다. 지금의 돼지 정산 방식을 시장 여건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박피 물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탕박 추세이다. 위생상 문제로도 탕박이 맞다.

기준가격은 우선 거래 기준을 정하고 다음 육가공과 농가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지급율 수준을 정해야 한다. 육가공마다 농가와 거래하는 형태가 틀려 이를 획일적으로는 할 수 없다. 또한 품질을 좋은 돼지에 대한 장려금과 품질이 않좋은 돼지에 대한 페널티 등도 적정선이 어디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등급제 정산을 말하지만 아직 시장 여건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등급을 좋게 받은 돼지가 시장에서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아직 시장에서는 등급 차별화가 안 돼 등급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1+등급이 1+보다 비싸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최종 등급제로 가지 전까지는 지금의 방식에 변화에 주는 것이 맞고 변화는 육가공과 농가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