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벌꿀 등급제, 양봉농가의 살 길인가?
따로 노는 벌꿀 등급제, 양봉농가의 살 길인가?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4.10.2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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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벌꿀 등급제는 필수

따로 노는 벌꿀 등급제, 양봉농가의 살 길인가?

양봉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벌꿀 등급제는 필수

양립하는 검사기관, 혼선 빚는 소비자와 양봉농가

농축산물 등급제도는 소비자들이 선택의 어려움을 줄여주고 고품질의 농가들에게는 농축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유인책이 대두돼 등급표기제도 구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양봉산업은 그간 설탕꿀, 사양꿀 등이 시장에 대량 유통되면서 천연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잃은 품목이다. 꿀을 구매하면서도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소비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건강식품으로 손꼽혔던 벌꿀은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등급제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데 그 동안 농협, 양봉협회 등 민간기관에서 실시했던 등급제를 정부산하 공공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담당하게 함으로써 신뢰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범사업 진행 중인 등급제가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으로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양 꿀이 판을 치게 된 이유는?

밀원이 꽃을 피는 시기에 맞춰 이동을 하며 채밀을 하는 이동양봉은 한곳에서만 채밀을 하는 고정양봉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고 인건비, 자재비 등 부가적인 지출이 필요해 생산비가 가중된다. 농업의 고령화는 양봉업계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동양봉과 고정양봉의 비율은 약 3:7 정도 된다고 한다.

이 고정양봉업자 상당수가 사양꿀을 생산하는데 사양꿀을 판매하는 한 업자는 “양봉업계의 침체로 생산비 절감을 위해 사양 꿀을 생산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탄소동위원소비 비율도 표기할 근거도 없으므로 표기를 안 했을 뿐이고 너무 나쁜 쪽으로만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논리로 이를 본다면 전문가들도 과학적인 검사절차를 하지 않고서는 진짜 꿀인지 가짜 꿀인지 구별할 수 없고 손쉬운 방법으로 대량의 벌꿀을 생산할 수 있으니 맞는 말 일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급 건강식품으로 꿀을 찾는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이고 신뢰와 판매가격을 하락시켜 이 같은 행위를 말미암아 양봉업계에 먹구름을 몰고 왔으며 공멸할 위기에 처하게 한 장본인인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과학적인 데이터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마크다.

 

‘벌꿀 등급제’란

‘벌꿀 등급제’는 수분, 당비율, 향과 맛, 결함 여부, 색깔, 신선도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등급을 판별하며 1+등급, 1등급, 2등급 총 3개의 등급으로 나뉜다. 검사 기준에 따라 벌꿀의 등급을 나누고 이를 인증하는 스티커를 붙여 ‘천연 벌꿀’로 유통하게 된다. 등급판정을 받은 꿀은 생산이력제가 적용돼 어디서, 언제 생산된 꿀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벌꿀 등급제’는 소비자들에게 그동안 벌꿀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양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양봉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재도약의 발판인 것이다.

등급에 따라서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한우의 경우에도 등급제와 판매 이력제를 실시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현재 한국양봉협회와 축산품질평가원 2개의 기관에서 벌꿀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벌꿀 검사는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다. 사양 꿀에 대해서는 등급 외 판정을 받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왜 두 기관에서 검사하나?

벌꿀 등급제 기준

 

벌꿀 검사는 축산품질평가원과 한국양봉협회에서 실시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천연 벌꿀에 대한 검사는 같고 사양 꿀에 대해서는 검사 자체를 하지 않거나 ‘등급 외’판정으로 등급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두 검사 기관이 양립하게 된 것일까?

한국양봉협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벌꿀 등급제’ 도입을 위해 지난해부터 등급기준을 놓고 조율하기 시작했고 등급평가항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따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등급평가 항목에는 수분함량이라는 검사항목이 있다. 수분함량의 경우 축산품질평가원이 1+등급은 20%이하로 한국 양봉협회보다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때문에 한국양봉협회는 “농가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등급제로 축평원이 제시한 등급기준으로 1+등급을 받는 벌꿀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완화를 요구했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양봉업계의 경쟁력 향상과 품질제고를 위해서는 이정도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식약청이 요구하는 수준에도 부합한다”며 “이번 등급제 시행에 있어 양봉협회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한국양봉농협, 신림농협, 영월농협 등 4개 농협에서 참여해 검사 및 유통 중”이라고 말했다.

양봉농가로 구성된 것이 양봉협회이지만 양봉농가 일각에서도 “1+등급의 벌꿀 수분함량이 23%라면 냉장보관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축평원의 검사기준에 무게를 실었다. 20%이하의 수분함량을 맞추려면 벌꿀 수분을 없애기 위해 숙성하는 시간을 조금 더 가져야 하고 인위적으로 농축기를 통해 20%이하의 수분함량을 유지시킬 경우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양봉협회가 우려하는 것은 한 달에 2, 3번 채밀하던 꿀을 한 달에 한 번밖에 하지 못해 양봉농가의 수익이 현저히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6월부터 양봉협회는 농협 4개소가 포함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등급제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강한 기준 잃어버린 신뢰 높이는 길

벌꿀등급제의 도입 취지는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이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벌꿀 등급제’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농가 현실에 맞는 등급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봉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고품질의 믿을 수 있는 벌꿀을 생산하게 하며 이것만이 유통되게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양질의 벌꿀을 시중에 내놓기 위한 기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소비신뢰를 얻고 고품질 벌꿀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면 사양꿀로 인해 망가진 벌꿀 시장도 자연히 회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지금까지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높은 기준에서 시장을 진행 시켜 나갈 필요가 있고 순도높은 벌꿀로 소비자에게 어필해야만 시장개방 시대 우리 양봉산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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