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등급판정 의무화 20년
축산물 등급판정 의무화 20년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0.22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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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쇠고기 고급화 신화 견인… 나머지 축종은 무용론 대두

■ 축산물 등급사업 역사

축산물등급판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95년 1월 1일부터로 종축개량협회가 시범적으로 실시하던 소와 돼지의 등급판정 사업이 1995년부터 서울과 5개 직할시(현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광역시)와 제주 지역부터 의무화 하면서 국내 축산물 등급판정제도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후 축산물등급판정사업은 소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국내 쇠고기의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됐으며, 시장개방 이후에도 국내산 쇠고기가 수입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기여를 하게 된다. 어느덧 축산물등급판장사업이 의무화 된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으며, 현재 축산물등급판정업무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담당하는 등급판정업무는 1990년대 초반 시범사업 당시 종축개량협회가 수행했으며, 이후 의무화 과정에서 축협중앙회로 관련사무가 이관됐다가, 농축협 통합에 따라 2000년 농협중앙회로 소속이 변경되고, 2001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위상이 바뀌게 된다.

소와 돼지고기에 머물렀던 등급판정 업무는 닭고기와 계란 그리고 오리고기까지 그 대상 품목이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벌꿀 등급제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축산물등급제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깊이 짚어 보고자 한다.

■ 등급제 차별화의 시작

등급제의 시행은 우리 쇠고기 품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된다.

무게만 많이 나가면 그만이었던 이전까지의 한우고기 국거리나 불고기 정도로 사용되던 것이 전부였으나 한우고기를 가장 비싸게 판매 할 수 있는 구이용 쇠고기로 탈바꿈 시켜놓는 일등공신이 된다.

이전에도 구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외소한 한우의 체구, 작은 등심단면적 등으로 인해 한우의 구이용 부위로 활용은 환영받지 못했고, 수입쇠고기가 고급육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등급제는 미국과 일본의 것을 준용한 것으로 주로 등심의 상강도나 육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이 부여됐으나, 초기 중량위주의 거래 관행에 젖어 있던 농가들을 육량이 적게 나오는 고급육 생산쪽으로 돌려 놓기는 쉽지 않았다.

등급제 의무시행과 함께 거세장려금, 고급육장려금 등의 유인책이 마련되고, 소비자들 사이에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가 맛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2000년대 초 한우고기는 등급간 시장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정착된다. 이후 1등급을 더욱 세분화 한 1+등급 그리고 1++ 등급이 도입되면서 일본의 화우에 근접하는 육질을 자랑하는 한우고기가 생산되기 시작한다.

한우 등급제의 정착은 쇠고기 시장개방 그리고 광우병으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이 되는 등의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한우가 더 높은 수취가격을 인정받는 높은 품질경쟁력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수입쇠고기시장과 한우고기 시장의 차별화가 완성된다.

낙농도 원유 위생등급과 성분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별적으로 농가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원유의 위생수준이 대폭 상향조정됐고, 유업체들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 성과 없는 돼지․닭․계란 등급판정

성공적인 쇠고기 등급판정사업과 달리 쇠고기와 함께 등급제를 시행한 양돈은 사실상 비용만 발생시킬 뿐 등급판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

등급이 농가와 육가공업자간의 거래기준으로 사용되지도 못하고 있고, 높은 등급으로 책정됐다고 해서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도 못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보니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농가들이 개량이나 사양에 있어 특별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유인도 발생하지 못하고 있어 돼지에 있어 등급판정 사업은 농가들에게 수수료만 뽑아가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최근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등급제를 대폭 손질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계란과 닭고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등급판정사업이 도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의무화가 아니어서 원하는 업체만 이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 등급이 양돈에서와 마찬가지로 농가와 업체간의 정산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고, 필요한 물량만 선별해 등급판정을 받다 보니 1등급 이상 출현율이 거의 100%로 변별력도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게 현실이다.

계란의 경우는 등급란과 비등급란간 품질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이 같은 품질의 계란을 등급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비싸게 구매하는 불합리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품목의 가장 큰 문제는 등급판정을 해야 하는 물량이 매우 많다는데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많은 물량임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판정사가 등급을 부여하고 있고, 계란과 닭고기는 일부 샘플에 대해서만 심사 후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 등급기준이라는 것이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에게 좋은 계란, 좋은 닭고기, 좋은 돼지고기의 기준으로 통용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 산지-유통 직거래 등급제 필요 없어

이러한 등급판정이 돼지와 닭고기, 계란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지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농장문전도 거래가 일반화 되어 있는 돼지, 닭, 계란의 거래 방법은 도축장에서 사후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는 농가와 유통업자간 가격 협상에 아무런 데이터로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소의 경우 대부분의 물량이 도매시장과 공판장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등급의 부여는 매우 중요한 거래 기준으로 작용한다.

닭고기는 등급판정이 아닌 사료요구율, 육성율 등을 종합한 농가와 계열주체 간 닭고기 가격 책정을 위한 평가방법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돼지는 전체 물량의 10% 미만 만이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을 뿐 90% 넘는 물량이 생돈거래가 되고 있어 중량과 지급률만 가지고 돼지가격 책정하고 있어 등급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계란도 마찬가지로 상인과 농가간 농장에서 직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계란가격 결정에 등급은 활용되지 못한다.

돼지는 소매부분에서도 등급은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닭고기는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 시 등급판정을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납품단가에는 차이가 없으며, 계란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일부 대형농장이나 GP센터에서 브랜드계란에 등급을 부여해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등급과 관계없이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사후 등급에 따라 차별된 가격을 부여해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통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들 품목의 유통구조의 특성상 현재의 등급판정 제도가 농가나 유통인,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거나 제한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시장 상황에 맞는 등급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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