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산경제 사용설명서
농협 축산경제 사용설명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0.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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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심한우의 신화 그리고 농협 목우촌 위기 집중 분석

축산경제부문 투자 없는 10년 결국 민간기업에 추월 허용
농협축산경제 잘되는 자식 안되는 자식 누구 탓일가?
목우촌 계통조직간 선순환 구조 만드는데 사활 걸어야 

  

 

 

 

 

 

 

 

 

 

 

 

 

 

 

 

농업협동조합은 해방 직후 6.25가 발발하기 직전 초대 농림부 장관이었던 조봉암 선생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이후 농협의 성격은 여러 정부를 거치며 그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농업인 지근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농민조합원이 주인인 생산자단체로서 농민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회원조합 마다 편차가 있지만, 농민들의 든든한 은행으로, 농자재의 공급과 농산물 출하처로, 또 농민의 복지와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농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축산분야의 경우 농업에서 축산업이 분리된 이후 민간축산기업들이 1980년 후반부터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축협과 경쟁하기 시작했는데, 배합사료, 유가공, 육계 및 양돈계열화, 동물약품 등에서 축협과 축협중앙회와 협력과 경쟁을 반복하며 성장해 왔다.

축협중앙회는 민간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축발기금사무국 운영을 비롯한 여러 공적기능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 그리고 금융업을 겸업하면서 들어오는 충분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인해 민간기업들은 축협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축협중앙회가 농협중앙회에 합병된 이후 공적기능이 정부와 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하나둘 이관되고, 농협이라는 조직 내에 동화되지 못하면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고, 그 사이 유가공, 계육 생산과 가공, 양돈계열화, 배합사료, 오리가공 등에서 농협 내 축산조직을 압도하거나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이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는 과거 축산업을 주도하는 단체에서 밀려나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조직으로 위상이 격하됐으며, 특히 사실상 농협과 회원조합이 주도하는 한우와 낙농부분을 제외한 타 축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양돈산업과 달리 양계와 오리는 사실상 민간자본이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 가을 특집호는 농협의 달라진 위상 그리고 열위에 있는 닭고기와 양돈부분이 왜 열위에 처해 있는지를 농협 자회사와 사업부서의 사업방식 분석을 통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축산경제가 변해야 하는지를 회원축협 경제 활성화와 연결지어 풀어본다.


<편집자 주>

■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의 탄생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는 2000년 7월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가 합병한 이후 당시 합병에 강력히 반대했던 축협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내에 설치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 농축협 개혁을 추진했던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중앙회의 슬림화와 중앙회 경제사업장의 회원조합 이관이라는 개혁목표를 정해 놓고, 농협중앙회, 축협중앙회, 인삼협중앙회를 통합했지만, 김 장관이 물러난 이후 중앙회 슬림화를 위한 2단계 개혁(중앙회 사업장의 회원조합 이관)은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농협중앙회만 더 거대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인데, 당시 회원조합으로 이관된 사업장은 수원축협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축협컨소시엄에 안산에 위치한 배합사료공장 한 곳 뿐이었다.
농축협 통합 이후 축산부분은 정부차원의 슬림화가 진행된다.

축협중앙회는 1981년 농협중앙회 100개 축산관련 회원조합과 일부 축산관련 자산 그리고 공공기관이었던 축산진흥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당시 공무원 출신 축협직원들은 많은 공적사업 영역을 기안해 실행에 옮겼는데, 가축개량사업, 축산물생산비조사, 가축생산동향통계, 축산관측 등이었고, 이외에도 축산물등급판정, 축발기금사무국 운영을 맡으면서 축산분야에서는 협동조합을 넘어 공공기관 역할을 겸하는 핵심조직이었다.

이후 농축협 통합과정과 중앙회 슬림화라는 정책목표 실행과정 중 축발기금사무국 운영을 제외한 모든 공적 사업영역은 농산물품질관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으로 이관됐고, 등급판정소는 별도 독립법인 전환 후 공공기관으로 새출발을 했다.

농림부가 주도한 공공영역의 축소 이후 축산경제는 농협중앙회 차원의 강력한 사업구조조정 요구 받았다.
축협중앙회 시절에 시작한 목우촌 사업은 유가공, 육가공, 계육가공에 각각 투자가 진행됐고, 초기 사업 적자는 발생했지만 신용사업을 기반으로 우선 시장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계획 하에 사업이 진행됐다.

통합 이후 농협중앙회는 과거 축협과 달리 손익을 중시하는 관리로 인해 적자사업장에 대한 흑자전환을 요구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의 경우 청산하거나 매각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 과정에서 유가공공장, 육가공공장 등 다수가 매각절차에 들어갔고, 축산물도매사업을 담당했던 축산유통은 청산 이후 해당 기능은 농협유통, 축산무역은 농협무역 등으로 이관했다.

그리고 당시 계육가공분사와 김재육가공공장을 하나로 묶어 농협목우촌을 자회사로 출범시켰고, 농협중앙회 산하 사료공장을 하나로 묶어 농협사료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농협축산경제는 학교급식 등을 담당하는 축산물판매분사(현재 안심축산분사)가 만들어 졌으며, 농협축산경제는 자회사 목우촌과 농협사료, 회원축협의 지원을 위한 유통부, 컨설팅부, 축종별 축산분야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축산경영부, 전체 조직을 총괄하는 축산경제기획부 등으로 현재의 축산경제 사업 및 조직 구도가 완성됐다.

농협법 특례조항에 따라 축산경제의 대표이사는 사실상 회원축협조합장들의 간선 투표로 선출됐고, 임기보장과 함께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행사, 축협중앙회로부터 넘겨 받은 자산은 축산경제 대표이사 동의 없이 처분 등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막강한 독립성 그리고 과거 축협으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자산에도 불구하고, 축산경제는 이후 10여년 동안 뚜렷한 성과 없이 사업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농축협 합병당시 정부의 합병 방침에 따르지 않고 끝까지 반대했던 전력으로 인해 정부도 농협중앙회 다른 부서들도 축산경제를 호의적으로 대해 주지 않았고, 내외부적으로 고립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축산조직의 역량강화를 위해 일했기 보다는 자리보전에만 열중하면서 축산경제의 비전을 설정하지 못해 같은 기간 농협 축산부분이 위축되어 있는 틈을 타고 민간기업들이 재빨리 시장을 넓혀가면서 농협축산조직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 사업장의 양극화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농협사료와 달리, 목우촌은 흑자 전환을 좀처럼 이루지 못해 점유율과 매출도 수년째 멈춰서 있다.

축산물판매분사도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학교급식사업을 전개했으나 학교급식사업에 사활을 건 회원축협의 견제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의 로컬푸드 사용 정책에 밀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유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축산물공판장의 경우 구 서울공판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판장은 소비지와 원거리에 위치하다 보니 물량확보가 쉽지 않으면서 한계사업장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008년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만들어진 안심축산분사의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축산물 유통분야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고, 안심축산분사의 소와 돼지 도축물량이 늘어나면서 농협의 지방 축산물공판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회원축협의 계통사업장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 및 편의를 높이는 제도 도입, 같은 기간 회원축협들이 축산물 유통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도 농협공판장의 활성화에 기여했는데, 현재는 농협공판장으로 도축물량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축산물판매분사는 학교급식사업의 축소 이후 안심한우, 한심한돈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육류도매사업으로 사업전환을 시도했고, 기존 유류유통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숨에 농협축산경제 효자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문제는 축산분야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와 지원부서가 만들어졌지만, 어떤 부서는 안착을 하고 어떤 부서를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고, 원자재-회원조합-도축가공-유통 그리고 지원조직까지 모두 갖춰져 있지만 축산경제계통조직 간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농협축산경제가 회원조합의 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뚜렷이 마련하지 못하면서, 회원조합과 농협축산경제 사업장과 경합이 발생하는 등의 비효율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회원조합과 중앙회간 사업 연계성이 약하다보니 중앙회 사업이 회원조합을 활성화 시키거나 회원조합의 사업이 중앙회를 활성화 시키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안심축산 신화 어떻게 만들어 졌나
안심축산분사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농협 내에서 안심축산사업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적었다.

2008년 11월 1일 공식적인 브랜드 선포식을 갖고 사업에 돌입했지만 광우병 파동에 대응해 급조된 사업이다 보니 사업방향, 목표 등이 부정확 했고, 회원축협과 어떤식으로 협력해 원료가축을 조달할지, 기존 브랜드와는 어떤 차별화를 둘지도 미지수였다.

결국 회원축협이나 연합사업단, 공동사업법인 등이 생산부터 가공-유통을 전담하는 브랜드와 비교해 문제점이 지적됐고, 품질의 균일성 등을 고려할 때 성공하지 못할 사업 방식이라는 이야기가 조직 내외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 부침 끝에 농협안심축산분사는 지금까지 농가나 회원축협을 계열화하는 브랜드 방식이 아닌 전방사업인 민간육류유통업자를 계열화 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원료육은 회원조합과 연합사업단은 물론 계통 공판장과 민간도축장에서도 필요한 물량을 적극적으로 매입했고, 민간육류유통업체들이 ‘농협’ 그리고 ‘안심축산’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들에게 원료육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농협계통 축산물브랜드의 판매경로는 자체 판매장과 온라인판매, 그리고 학교급식 등에 한정됐고 일부 대형유통업체에 입점을 하기도 했지만 개별 브랜드의 취급물량이 작아 일반화 되지 못했다. 상당수는 공판장에 상장경매 방식으로 출하됐는데, 이 물량은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농협브랜드 경영체들은 이를 매우 싫어했다.

이와 달리 안심축산분사는 수백개의 정육점과 외식업체에 육류를 납품하는 육류유통회사를 계열화시킴으로써 농협브랜드 축산물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하는데 역할을 한다.

농협안심축산분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가 출하되는 음성공판장을 중심으로 농협공판장 민간도축장 등에서 원료육을 적극적으로 구매했는데, 결국 공판장에서의 원료육의 적극적인 매입은 한우가격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했고, 민간육류유통업체들은 이전까지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다가 ‘농협’, ‘안심축산’ 브랜드를 활용해 공격적인 사업확장이 가능해지면서 축산농가-농협공판장-안심축산분사-민간육류유통업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완성해 내게 된다.

■ 농협사료의 사업안착
농협사료가 자회사로 떨어져 나갈 때,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이들은 없었다.
이미 구 축협중앙회 시절 사업부서로 있을 때에도 사료사업은 축협의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해왔던 터라 농협사료는 자회사로 독립할 당시에도 사업규모에 비해 자본금을 적게 배분해 줄 정도였다.
농협사료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중앙단위의 마케팅지원과 홍보에 국한되며, 실제 판매는 회원농축협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농협사료가 공장도가격을 책정해 회원축협에 공급하면 회원축협은 적절한 판매비용과 이윤을 합해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하는 방식인 것이다.

결국 농협사료가 좋은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면 회원축협은 이를 적당한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나누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회원축협 입장에서도 사료판매사업은 여러 경제사업분야 중 가장 안정적인 캐쉬카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료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회원축협이 사료판매에 집중하면 집중 할 수록 농협사료의 사료 생산량도 늘어나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다.

다만, 계통축협배합사료공장과의 경합 문제 해소는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농협사료의 판매는 단순히 일반 농자재의 판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료대금은 대출상품으로 즉 채권으로 전환되어 조합의 이자소득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등 사료사업은 금융업과 사실상 연결되면서 조합원들의 회원조합 신용사업을 전이용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등 농협사료는 회원조합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모두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했고, 합리적인 가격에 사료를 공급하면서, 농민들의 생산비 절감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 농협목우촌 무엇이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안심축산분사나 농협사료가 회원조합, 민간육류유통업자를 계열화해 손쉽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과 달리 농협목우촌은 이러한 사업구조를 가지지 못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농장에서 도축-가공-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 함으로써 목우촌이 모든 영역을 담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부분에서라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성장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원료육 조달도 자체적으로, 판매도 자체적으로 하다 보니 육류유통에 있어서도 회원조합들과 경쟁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수급조절에도 경직성을 보여 한번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 일정 기간 손실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일 수 밖에 없었다.

목우촌은 햄과 소시지 등 육가공품은 물론 신선돼지고기와 닭고기, 닭고기 가공품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또래오래 등 외식사업에도 진출해 있으나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낸 사업군을 찾아보기 힘들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신선육류 유통사업의 경우 낮은 시장점유율로 인해 시장상황에 따라 매출액과 순익이 결정되는 불합리한 구조다.

돼지고기는 시장가격에 영향을 받고, 닭고기는 하림 등 민간 닭고기 계열업체들의 수급계획에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천수답과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육가공품이 시장상황과 관련 없이 고정된 가격에 판매를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햄과 소시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시장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적자를 내는 계육과 돈육부분의 적자를 사실상 육가공사업으로 메우다 보니 제품개발에 집중할 수가 없어 혁신적인 제품개발이 묘연한 상황이고, 브랜드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손익 맞추는데 급급하다 보니 광고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축산분야 대표브랜드 자리를 하림 등에 내주고 말았다.

■ 목우촌 경쟁업체 비교해 보면 생존하는 것이 기적
목우촌과 경쟁업체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목우촌의 문제가 무엇인지 더 분명히 들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축산수직계열화업체들은 불안정한 축산물 가격변동성으로 인해 축산물판매 보다는 배합사료 판매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다. 목우촌은 사료공장을 가지지 못했고,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CJ, 롯데햄 등 육가공업체들은 원료육을 필요에 따라 시장에서 조달해 사용하는데 반해 목우촌은 원료육 생산부터 가공 신선육판매까지 모두 하다 보니, 가격변동에서 오는 충격과 재고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돼지도축장은 도축수수료가 낮아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부분의 양돈수직계열화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도축장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도축장을 보유한 업체도 소와 돼지 도축을 병행해 돼지도축에서 오는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닭고기의 경우 닭고기업체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혈안이 되있던 시기 방관하고 있다가 투자시기를 놓치면서 시장의 군소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닭고기는 하림(하림, 올품, 한강CM), 군산도시가스(동우, 참프레), 이지바이오그룹(마니커, 성화식품), 체리부로 4대 업체 중심의 과점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들 업체의 사업계획에 따라 닭고기 분야 매출과 손익이 결정 나는 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

결국 목우촌과 경쟁업체의 사업구조를 살펴볼 때, 목우촌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부분만을 가지고 있고,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햄과 소시지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다른 분야 손실을 메꾸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육가공품 개발과 마케팅에 투자 등 역량을 집중할 수 없고, 그나마 우위에 있었던 목우촌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고객의 인지도와 충성도까지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 계통사업장과 선순환 구조도 만들지 못해
목우촌의 또 다른 문제는 계통조직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데 있다. 수직계열화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한데, 모든 업무가 자체 사업부서 내에서 처리하는 폐쇄적 구조이다 보니 협력관계 즉 우군을 만들지 못했다.

계통의 지역 및 품목축협과의 사업연관성이 매우 낮은 것도 문제다.

농협목우촌이 하는 사업 중 실제 경합이 이뤄지는 분야는 양돈계열화와 신선육류유통 사업이다.
회원축협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농협목우촌이 철수하는 것이 도리인데 사업을 계속 고집하다 보니, 회원축협들을 적으로 돌려 버렸다.

그렇다고 원료육을 회원축협으로부터 구매하는 것도 아니다. 수직계열화사업이다 보니 김제육가공분사 주변 축협과의 계약생산과 일부 양돈장과 직거래로 원료를 조달 받고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회원축협과 목우촌이 함께 하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결국 한정된 육류유통시장에서 다수의 회원조합과 경쟁하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혔고, 목우촌은 스스로 고립되어가기 시작했다.

육가공, 돈육유통, 닭고기 유통, 외식사업 등 사업은 많으나 어느 것 하나 회원조합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고, 또한 어느 사업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군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결국 목우촌 직원들은 민간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부서보다 치열하게 일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자사업장의 오명과 회원축협들의 견제 뿐이었다.

■ 농협목우촌 해법 있나
앞의 이야기를 종합해 간단해 해법을 제시한다면, 자회사 설립 시 농협목우촌과 농협사료를 하나의 회사로 설립했다면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목우촌도 사료판매 활성화에 일정 기여를 하고 또 반대로 사료판매에서 나오는 잉여금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닭고기와 양돈관련 회사를 인수합병이나 시설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넓혀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축산경제 내 구성원들도 두 자회사의 합병을 축산조직의 축소로 바라보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접근 가능한 해법 계통조직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양돈 및 닭고기 수직계열화 사업에서 철수를 하고 회원축협과 품목조합에서 원료를 조달 받아 가공과 유통만을 담당하거나, 신선육류 유통부분을 회원조합들이 주도하도록 하고 대신 회원조합의 판매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목우촌이 제시하는 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회원축협들은 축산물브랜드 사업을 각기 진행하고 있는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많은 브랜드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농축협 브랜드사업이 적자 결산을 하며 신용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손실분을 메우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회원조합 중 일정 기준 이상의 육류를 가공유통할 수 있는 조합에 목우촌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브랜드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최소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수료는 전액 목우촌 브랜드 관리를 위한 계통사업장 마케팅지원사업과 광고 홍보비에 투자해 소비자들이 목우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나가고 회원조합과 목우촌간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목우촌의 육가공품 원료육을 목우촌 브랜드 참여 조합으로부터 조달받아 생산함으로써 회원조합들이 비선호 부위 재고부담을 최소화 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도 축협들의 경우 연간 축산물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서고 있어 회원조합과의 연합사업은 농협과 회원축협의 축산물 판매역량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와의 협상도 목우촌에서 대행함으로써 목우촌 브랜드를 활용하는 회원조합이 특정지역의 대형유통업체 매장을 전담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어 농협 계통 전체의 축산물 유통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목우촌 외식사업 중 그나마 성과를 내고 있는 ‘또래오래’도 민간업자에 치킨영업점 모집 총판 권한을 넘겼으나 최근 신규 매장 개설이 주춤하면서 정체된 상황에 있다.

각 지역지사들이 적당한 수의 점포를 개설하고 나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지역에서의 점포 개설권을 매입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회원축협이 지사 역할을 하도록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또래오래 매장 개설수를 경제사업물량으로 인정해 주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지금보다는 매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래오래 매장의 확대는 결국 열위에 있는 목우촌 닭고기 부분의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닭고기 사업에서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확보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목우촌이 추진 중인 웰빙마을 등 여러 외식프랜차이즈 사업도 회원조합에서 직영하거나 프렌차이즈사업을 주도하도록 한다면 민간외식업체 이상의 활성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회원조합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농협목우촌과 회원축협이 보증하는 외식사업에 뛰어들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충분히 발굴해 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기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축협들은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이들 매장을 전이용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 외식프렌차이즈 사업에 회원축협들이 취급하는 보험과 카드, 대출 등의 신용사업 상품과 이들 외식프랜차이즈사업을 결합할 수도 있어,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뿐만 아니라 신용사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협동조합 가치 실현이 경쟁력
결국 이러한 몇몇 사업방식 전환만으로도 목우촌과 회원조합간의 산업연계가 가능하고, 사료판매, 축산물판매에 한정돼 있는 경제사업 영역을 확대시켜 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경쟁업체로 인식하거나, 관심을 둘만한 사업장으로 여기지 않았던 목우촌은 회원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리 목우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농협 목우촌의 육가공품은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인식하면서 숨은 판촉사원의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결국 농협축산경제의 경쟁의 원천은 함께 만들고, 함께 이용하는 협동조합의 가치 실현에 있다.
축산업이 수직계열화 되기 이전, 규모화 되기 이전에는 열심히 일해 먼저 사업량을 늘리는 조직이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이 과점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는 열심히 일한다 해서 매출이 늘어나고 손익이 개선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타산업 분야에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이러한 구도를 무너뜨리는 기업이 종종 나타나기도 하지만, 농축산물과 식음료 분야에서는 이러한 혁신보다는 산업의 구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독점을 행사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많은 기업들이 목을 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미리 간파한 하림을 비롯한 닭고기 회사들은 대규모 닭고기 가공공장 건설과 인수합병에 사활을 걸었고, 실제로 독점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와 있다.
이 구도를 깰 수 있는 것은 대형닭고기 회사를 인수하거나 아니면 조합원 그리고 회원조합이 연대해 새로운 독점력을 만드는 것 뿐이다.

목우촌과 농협의 계통사업장의 시너지는 새로운 독점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결국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가치를 얼마나 실현해 내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번 특집호 기사는 이정도에서 마무리 하려 한다.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지만,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들이 이번 특집호를 읽고 본인들의 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고 다시 분석해 사업의 재정비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뀌지 않으면 결국 우리 축산업에서 절대적 위치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처지로 위상이 격하 됐듯이 앞으로 5~6년 뒤의 위상은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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