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제2금융위기 준비해야
축산업계 제2금융위기 준비해야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1.03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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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준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선언 면밀히 대응 필요

2007~2008년은 우리 축산업계에 악몽과 같은 해였다. 1997년~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료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비교적 탄탄해 축산물 소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1997~1998년 당시는 국내 외환위기 여파로 사료가격은 폭등하고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하나둘 도산하는 경기침체에 축산물 소비까지 얽어 붙는 이중고를 겪었다면 2007~2008년은 정부의 부채가 적었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지라 식품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 식품 물가에는 미미한 영향 받게 주지 않아 축산물 판매에는 이상이 없었다. 사료가격이 폭등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우리 축산농가들 상당수가 외환위기 이후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한 상태였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7~2008년 이후 우리 축산업계는 다시 한 번 시련의 시기를 준비해야만 할 것 같다. 우리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전체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외환위기를 다시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앞에 장밋빛 전망보다는 우울한 전망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 미국 경제에 종속된 축산업
미국 곡물산업에 우리 식품산업과 축산업은 종속돼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식품산업과 축산업은 챙겨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원료곡물과 과즙과 같은 식품과 사료 원료를 수입을 하기 위해서는 결제 통화가 필요한데, 변동환율제인 우리 외환시장의 특성상 달러 강세는 엄청난 비용 증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환율변동과 외환보유고에 신경을 써야 한다. 환율변동과 외환보유고 하락에 따른 충격은 1997~1998년 외환위기 그리고 10년 뒤인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크게 경험 했다.
또 하나 챙겨야 할 것은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작황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과 호주에서 밀, 콩, 옥수수 3대 곡물의 수입이 모두 많기 때문에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작황과 가격 변동은 우리 축산업 생산비에 직결되며 식품산업의 제품가격 설정에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가 된다.
이외에도 세계 곡물 생산량과 재고량도 중요한 변수이고 각국 경제상황에 따른 수요변화도 챙겨야 할 것들이다.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식품산업과 달리 중간제인 배합사료는 이러한 여러 변수들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축산업계는 축산물 판매가격이 축산물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배합사료 가격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 환율변동 가장 충격이 큰 변수
특히 지금까지 우리 축산업에 가장 큰 위험을 가했던 것은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이었다.
곡물 작황이나 경제변수의 경우 이미 공개된 위험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생산량을 줄이거나 대비책을 세울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은 예측도 어려울뿐더러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0원 가까이 환율이 치솟았는데 1996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원달라 환율은 1달러에 700~8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달러의 가치가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우리 배합사료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사료회사들이 외환을 구하지 못해 곡물을 들여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당수의 농가들이 사료가격 폭등, 축산물가격 폭락 속에 결국 사료대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외상사료값을 채권으로 전환한 축협의 경우 연체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2000년을 전후해 상당수가 통폐합되거나 청산됐다.

■ 두 번째 미국발 경제위기 도래
이러한 축산업의 리스크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꺼내 놓은 이유는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 외환시장의 미래가 매우 암울하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지만 미국, 유럽, 일본 모두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이사회가 10월 29일(현지시각)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연준은 0% 가까운 초저금리는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채권매입, 주택모기지 매입과 같은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중단해 달러 풀기는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이를 눈치 챈 해외투자자들은 10월초부터 우리 금융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해 주가가 폭락하고 1000원대를 향해 내려가던 원달라 환율이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달러를 많이 찍어내 공급하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약 3배 가까운 외환을 공급했고 이 돈은 미국의 초 저금리 기조를 타고 세계 주요주식과 채권에 투자됐다.
미국이 당장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양적완환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한 만큼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금리 인상은 국내에 투자된 달러화가 미국 본국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고 이로 인한 환율변동을 막기 위해서 국내 금리도 인상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수입물가 폭등,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파산하는 중산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997년처럼 환율은 폭등하고 국내 경기는 침체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전설적 상품투자 귀재 ‘짐 로저스’도 “미국보다는 중국과 북한에 투자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등 조만간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등 미국발 경제위기는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국내 배합사료업계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는데, 낙관적 달러화 전망을 했던 농협사료는 12월 말까지 할인판매를 계획했으나, 갑작스러운 달러화 강세로 초긴축 프로그램으로 경영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 해법은 있을까?
우리 축산업은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면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너무 비관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현재 미국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종료된 만큼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침체는 2007~2008년을 능가하고 전 세계로 풀려나간 달러화의 양을 감안할 때 그 충격은 2008년의 세배 이상의 충격을 줄게 뻔하다.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의 펀드멘탈이 튼튼해 소비가 받쳐줬고 동시에 지난 7~8년간 우리 축산경기 호황으로 농가들이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도래하는 외환위기와 경제침체기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부분은 정부도 가계도 모두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고 이자부담에 파산하는 기업과 가정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축산농가들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한우의 경우 2010년 이후 3년 넘게 가격 하락에 체질이 매우 허약해져 있고 양돈분야도 한우와 마찬가지로 반복된 질병과 공급과잉에 자본축적이 쉽지 않았다. 양계부분은 고질적 공급과잉으로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으며 낙농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소비감소에 쿼터 감축 등 자구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축산업계는 신규투자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공급 감소를 대비해 사육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수급조절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미래가 불안하다. 위기 가운데 기회가 있다고들 이야기 하는데 위기에 기회를 잡는 사람은 그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부를 어느 정도 축적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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