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가격표시제 도입 … 실효성은 제한적
배합사료 가격표시제 도입 … 실효성은 제한적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1.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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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촉진 원한다면 판매창구 일원화 필요

사료판매업소의 배합사료의 가격 표시 의무화와 품목별 축산단체들이 사료 판매가격을 회원농가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배합사료 가격표시제가 11월 1일부로 전격 시행됐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3조 및 같은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도입된 이번 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고시로 시행되며, 불투명한 배합사료 가격의 투명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의 도입은 그간 배합사료 공급업체들이 여러 농가와 거래함에 있어 기존 농가, 신규농가 간 그리고 농장의 규모나 신용도에 따라 가격차별을 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또 공산품과 같이 사료판매가격을 비교할 만한 자료가 없다 보니 농가들이 제품가격의 무지로 인해 사료를 비싸게 구매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가격 표시제 요구가 농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 됐다.
이제 판매업체가 가격을 표시하고, 또 품목별 축산단체들이 판매가격을 취합해 농가들에게 제공할 경우 농가들이 가격을 참고해가며 거래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합리적 구매 패턴이 생겨나 배합사료업체들의 가격과 품질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키고, 사료가격 거품제거로 인한 배합사료 가격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정부와 농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 가격 표시제 영향 제한적
문제는 배합사료 가격 표시제도가 시행됐다 해서 경쟁 촉진시켜 기대했던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기자는 이번 가격 표시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한다.
먼저 현재의 배합사료 유통환경이 공급업체와 유통업체가 계열화되어 있다는데 있다.
일부 여러 업체의 배합사료를 취급하는 업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매우 소량을 판매하는 곳들로 부업 또는 전업규모 이상의 농가와 거래하는 사료판매업소들은 대부분 제조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사료판매를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설사 가격 표시를 한다 해도 농가들이 여러 대리점에 사료가격을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한 불편함은 품목별축산단체가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면, 충분히 정보의 비대칭성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과연 판매업체가 공시한대로 판매했는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지자체에 조사와 보고업무를 위임하도록 돼 있으나 지자체의 인력 문제도 있고, 현재 대부분의 사료회사들이 휴대폰 판매와 같이 출고가는 높게 책정해 놓고 마케팅 비용을 통해 할인 또는 판매 장려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공시의 정확성에 대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가격표시제도와 같은 유통 투명성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산업분야 대부분이 이 판매 장려금이나 리베이트 근절을 통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제품가를 낮추려는 의미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표시제의 영향이 제한적인 마지막 이유는 농민들이 설사 현재 거래하는 배합사료회사의 제품 가격보다 타사 가격이 낮다 할지라도 거래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가는 1~3개월 정도 배합사료업체와 외상거래를 하고 있는데, 1개월 가까운 외상값을 한 번에 상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판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농가들이 무리를 해가며 제품가격이 낮은 업체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배합사료 직거래자금을 융자지원하고 있지만, 이도 결국은 상환해야 하는 빚이기 때문에 배합사료 가격이 변동할 때마다 이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배합사료 멀티샵 필요
배합사료업체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가격 표시제 보다는 판매창구의 일원화가 더 시급해 보인다.
지금처럼 판매창구가 제조사에 계열화 된 상황에서는 제품의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판매장에서 여러 업체의 배합사료를 취급할 경우 농가들이 품질과 가격, 서비스 등 여러 가지를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거래업체가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료외상값을 상환할 필요도 없고, 정부의 사료직거래자금을 융통할 필요도 없다.
제품선택에 있어 장벽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배합사료 업체 간 경쟁이 촉진되면서, 판매가격, 품질,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현재 지역 및 품목축협들은 농협사료와 12개 축협들이 생산하는 배합사료를 취급하고 있는데, 시장점유율 18%로 어느 정도 독점력을 갖고 있는 농협사료가 가격을 변동시킬 때마다 12개 축협의 배합사료 가격도 신속히 조정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농가들이 농협사료와 축협사료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유통환경이 한몫했기 때문으로 이에 반해 농협사료와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배합사료는 농협사료의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정을 통해 시장 방어를 잘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합사료 유통 경로가 다르기 때문으로 농협사료의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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