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배추계약재배 사업’ 공급과잉 주된 원인
농협 ‘배추계약재배 사업’ 공급과잉 주된 원인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1.2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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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 김재민 본지 편집국장

최근 배추를 비롯한 노지채소류의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에 대한 분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이 재해 없는 온화한 기후다. 태풍도, 집중호우도 없는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배추재배면적이 크게 늘었고, 더불어 생산량도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민간 농업경제연구소인 GS&J는 주산지 이외의 지역에서 배추 재배면적의 변화가 배추 수급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으로 이어진 배추 공급과잉 원인이 분명히 밝혀진다면, 대책도 분명해 지는 법 배추가격의 폭락 원인을 상세히 파헤쳐 본다.
 
■ 노지채소 공급과잉 원인
 
주요 채소류 공급 과잉 원인을 정부는 커다란 기상재해 없는 기후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 놓고 있다.
배추와 기후와의 상관관계는 파종시기의 기후 그리고 수확기 기후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종자가 아닌 모종을 정식하는 것이 일반화된 배추는 정식시기 기상여건이 배추재배면적에 영향을 준다.
8월에 이뤄지는 가을배추 정식기에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지속된다면, 8월에 집중출하되는 고랭지배추는 단수하락에 따라 가격은 상승하고, 더불어 가을배추 정식면적은 줄어들어 가을배추의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0년 여름배추(고랭지)와 가을배추의 가격폭등 사태는 7월과 8월 지속된 집중호우 덕분이었다.
당연히 7~8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낮았던 2013년과 2014년 여름배추와 가을배추의 폭락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2014년도의 재배면적이다.
2013년과 2014년 기후조건이 비슷하기에 배추재배면적이 추가로 늘어날 유인책은 없다. 2013년 수준을 유지되는 정도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늘어났다. 2013년 가을배추 가격이 폭락했고, 바로 전작기인 올해 여름배추의 가격도 좋지 않았다. 당연히 농가들이나 산지유통인들이 배추재배에 적극 나서지 않을 시장신호가 충분히 넘쳐나고 있었고, 계속된 배추가격 폭락에 배추재배의 큰손인 산지유통인들의 자금상황도 좋지 않았다.
 
결국 농가나 산지유통인 이외의 또 다른 주체가 배추재배면적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수 있다.
 
■ 농가는 손해 보지 않는다
 
상업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배추는 농가가 정식, 포전관리, 수확 그리고 수확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수행하지 않는다.
 
보통 농가는 밭을 갈고 배추를 정식을 위한 비닐포장 조성과 배추정식까지의 농작업을 수행하고, 이후 비료와 농약살포와 같은 포전관리 그리고 수확과 출하는 산지유통인들의 작업반이나 농협이 수행을 한다.
농가는 정식이 끝난 포전을 산지유통인과 농협에 넘기기 때문에 이후 배추가격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
 
당연히 누군가가 포전거래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설사 배추가격이 폭락할 조점이 보인다 해도 농가는 출하시기 배추가격과 상관없이 정식단계에서 들어간 비용과 농가 몫의 마진에 대한 정산을 끝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가 계속해서 추가로 산지에서 포전거래에 나서면서 농가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면서 배추가격 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 수급조절 대책의 허점
 
누군가가 배추재배면적을 크게 늘려 놓으면 당연히 배추가격은 폭락하게 되고 정부는 생산자 단체와 함께 배추 수급조절을 위한 대책 가동에 들어간다. 농협과 aT 등과 함께 배추 수매, 산지폐기 등을 실시하고 있고, 산지유통인들을 중심으로 자율폐기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가격 지지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기대했던 가격 지지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급조절 대책이 사후에 집중된다는데 있다. 파종면적을 보고 대책을 세우고, 수확기에 시장격리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애초 적정한 양이 파종되도록 하고, 부족시에는 비축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 가격을 맞추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배추가 산지유통인과 농협에 의해 계약재배 되고 있는데, 이들 계약재배 물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수급조절 위원회에서는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 농협 배추가격 폭락의 주범
 
농협이 배추 계약재배에 적극 나선 것은 2011년부터다. 농협은 이전까지만 해도 배추 계약재배에 뛰어들 의사가 없다. 배추 재배에 농협이 관여하게 된 이유는 정부의 압박 때문으로, 2010년 배추가격 폭등 당시 정부가 내 놓은 정책은 농협이 배추계약재배에 나서도록 해, 시장공급을 충분히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체 물량의 3% 미만 이었던 농협의 배추계약재배는 정부의 30% 목표 설정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현재는 2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이 배추재배에 본격적으로 뛰어 든 이후부터 배추가격은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20%를 돌파한 2013년부터는 늘 생산비 이하에서 배추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배추가 공급과잉 되면, 산지유통인들은 다음 작기 계약재배 물량을 소폭 감소시키며 물량조절에 나서는데, 농협은 산지유통인들이 줄인 물량을 낚아채다 시피하며 계약해, 산지유통인이나 농민들이 시장신호에 따라 결정한 수급조절 행위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가격 신호에 따라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늘리며 시장기구 안에서 수급조절이 장기적으로 이뤄지던 것을 농협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목표재배면적을 맞추려 하다 보니, 공급과잉의 단초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 편향된 원인 분석 그리고 잘못된 설계
 
2010년 이후 배추의 계약재배 확대 정책은 폭등한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었다. 결국, 배추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지금까지 존치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회복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가격 안정 대책은 공급 확대에 정책의 내용이 집중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폐기하고, 시장 기능회복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기구의 신호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배추계약재배 사업에 정부의 자금지원을 중단해 무리하게 계약재배에 나서지 않도록 하고,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약재배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격 폭락이나 폭등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배추비축 또는 시장격리와 같은 사후 대책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배의향조사, 관측, 재배면적 조사와 같은 통계자료를 정확 하고 신속히 전달함으로써 농가와 농협, 산지유통인들이 최대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결국은 배추 가격의 장기적 안정은 시장기구 내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의 회복일 것이다.
 
농협에게 지운 무거운 짐, 배추계약재배 목표 제시를 폐기하고, 필요에 따라 경영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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