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사람] 강소농 민간전문가 정운호 매니저
[초점-이사람] 강소농 민간전문가 정운호 매니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12.05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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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공직 노하우 강소농 민간전문가 밑거름
적시적기 현장 컨설팅으로 강소농 ‘함박웃음’
정운호 매니저, 분야막론 농민 지원군 자처

■ 40년 공직생활···민간전문가로 재탄생
 
 “농업은 우리가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줘야 합니다.”
 
정운호 씨가 우리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한마디였다. 농업 현장을 돌며 농업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 그의 말에서 그 만의 농업철학이 배어있었다.
 
각종 시장개방과 농촌의 고령화, 농자재 값 상승으로 국내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정 씨는 ‘농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생각으로 농업부흥에 일조하고 있다.
 
정 씨는 1970년부터 20여년 간 충청북도 충주, 진천, 영동, 단양군에 소재한 각 농업기술센터를 거치며 현장경험을 했고 1990년부터는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지원기획과에서 농업과의 뿌리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농업관련 공직생활만 40년. 길고도 긴 농업과의 인연은 오랜 기간의 현장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민간전문가로 다시 연을 맺게 됐다. 공무원 퇴직 후 2012년 강소농 민간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4년까지 3년 연속 농가현장에서 농민과 함께 호흡하며 농가 현실을 마주했다.
 
“농가들은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 협동농장을 구성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충북 포도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와인제조 등의 가공관련 법규제한을 완화해야 합니다”, “고품질 농산물로 각종시장개방 속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농업전문가 눈에 비친 국내 농업은 극복해야 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그의 말에서 쉽진 않지만 우리 농업이 헤쳐 나가야 할 해법이 보였다. 식물보호기사, 인공수정사 등의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는 정 씨는 농업에 대한 사랑 하나로 아직도 농촌을 누비고 있다.
 
 
■ 현장 어려움 몸소 체험···친환경·두류유지작물 컨설팅에 최선
 
강소농지원단의 민간전문가들은 매니저(manager)라 불린다. 매니저는 한 조직이나 부서의 관리자라는 뜻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돕고 상담해주는 등 종합적인 관리자 역할을 하는데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정운호 매니저는 지난 2년간 매니저로써 어떤 역할을 했을까.
 
2012년 민간전문가로 발을 들여놓으며 그는 친환경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농업기술원 작물계장으로 작물과 친환경 부문에 조예가 깊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가들은 특히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애초부터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외형이 매끈한 품질의 농산물이 생산될 수 없어 소비자의 손길이 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자재 값도 관행농법 경영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 매니저는 먼저 친환경 농업을 영위하는 농가들에게 친환경 농자재를 찾아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작목별 적절한 관리지침, 재배 매뉴얼 등에 대한 상담에도 나섰다. 또 친환경 농산물 판로개척 뿐만 아니라 정부의 친환경 보조지원 정책에 대한 인식전환에도 힘을 쏟았다.
 
“친환경 농업을 영위하는 농가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역별 작기별 재배 메뉴얼 정립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이듬해 그는 참깨, 들깨, 콩 등 두류유지작물 컨설팅에 나섰다. 중국 평택항에서 가격이 싼 중국산 참깨·들깨 등을 한보따리씩 메고 가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목의 재배 필요성을 느낀 게 동기가 됐다.
 
당시 충북의 두류유지작물은 소량씩 비전문적으로 재배되고 있었다. 정 매니저는 바로 농업기술원 유지작물 담당자와 협의해 충북 내에서 유지작물 생산량이 많은 농가들의 명단을 만들어 현장컨설팅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종자를 구하는 문제였다. 그는 이런 일화도 소개했다.
 
“충북에서 땅콩만 1만2000여평을 재배하는 농가가 있었습니다. 그 농가가 종자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죠. 저는 당장 전국에 땅콩 종자를 수배했습니다. 당시 밀양의 두류유지작물과 배석복 박사님과 인연이 닿아 그분이 땅콩종자 180kg을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은 매니저로써 큰 보람을 느꼈던 일로 기억됩니다.”
 
정 매니저는 “참깨, 들깨는 치밀하게 농사계획을 짜야한다”며 “적기영농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강소농의 든든한 버팀목 될터...강소농 지원사업 유지 필요
 
정 매니저는 올해 마케팅분야 민간전문가로 활동을 했다. “현장 농가들은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파악해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농사를 지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가 올해 만난 구룡농원의 이연숙 대표는 고구마를 주작목으로 소득을 올리는 강소농이다. 규모와 인력의 한계에 부딪친 이 대표는 정 매니저에게 컨설팅을 받았다. 정 매니저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구룡농원은 농업에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해 즐거움을 주는 농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또 맛, 가격, 청결, 서비스를 강화해 상품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구룡농원만의 자체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 아울러 절처한 고객관리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도모해 지금은 농업소득 2억원을 목표로 하는 강소농으로 발돋움했다.
 
‘아리숲 대추진빵’을 생산하고 있는 박영옥 대표도 강소농지원단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강소농이다. 농진청 가공분야 민간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제빵기술을 접목해 ‘아리숲 대추찐빵’ 매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정 매니저와 인연을 맺은 박 대표는 지난해 제빵기술 종합 컨설팅을 받았으며 지역언론 홍보 및 보은대추 축제 참가로 이름을 알렸다. 또 연말 경영분석을 통해 수입과 지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고소득 창출을 위해 대추찐빵 제품에 대한 단·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보은 특산품인 대추를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작성 중이다.
 
“‘비·품·고·가·역’이란 말이 있습니다. 비용절감, 품질향상, 고객관리, 가치향상, 역량개발의 앞 글자를 딴 말이지요. 이 말은 바로 우리 농가들이 품어야할 마인드입니다. 농가들은 이제 생산에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자립하고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해야 합니다. 그 뒤에서 우리 강소농지원단이 든든한 버팀목으로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강소농 지원사업은 2017년으로 일몰예정이다. 정 매니저는 강소농에 꼭 필요한 이 같은 사업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농업의 규모는 작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인 건 모든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먹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강한 농업, 알맹이 농업은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농업의 미래모습입니다. 여기에 바로 강소농지원사업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민이 떵떵거리고 사는 사회, 정 매니저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현장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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