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돈가 지속…삼겹살이 안 팔린다
고돈가 지속…삼겹살이 안 팔린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2.0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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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설문조사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쇠고기가 뽑혔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고기는 돼지고기고 그 중에서도 삼겹살과 목살은 회식과 가정 모두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부위로 나타났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이 설문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삼겹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수입되는 육류 중 삼겹살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2011년 구제역 이후 삼겹살이 없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는 삼겹살 수입 TF팀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수입도 삼겹살이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이 되고 부위별 가격 산정에 있어서도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갈빗살은 가장 비싸게 팔렸고 있는 부위이다.
이렇게 십 수 연간 유지되던 돼지고기 부위별 선호도가 최근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 삼겹살 전성기 끝났나
보통 정육점서 돼지 도체 한 마리를 가져다 판매할 때 각 부위별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 보통 구이용인 삼겹살과 목살을 가장 비싸게 책정하고 이후 갈빗살, 안심, 전지 순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러한 공식이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겹살과 목살에 대한 가격 비중은 10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들의 선호부위가 삼겹살 등 구이용과 비 구이용으로 나뉘어 선호도가 확실히 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가격 비중은 사뭇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겹살의 가격 비율이 22% 대로 과거와 비교해 2%, 목살은 1% 정도가 낮아졌다. 대신 전지와 후지, 안심, 등심과 같은 비선호 부위의 가격 비중이 소폭 상승하며, 삼겹살에서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 판매가 과거만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삼겹살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김장철에 삼겹살을 대폭할인하는 행사를 실시해, 재고를 털어내기까지 하고 있다.

■ 수입 축산물 영향인가?
이러한 가격 변화 조짐에 양돈업계에서는 십 수 연간 고착화 됐던 삼겹살 중심의 소비패턴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 보드 역할을 하고 있는 한돈자조금에서는 저지방 부위 마케팅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변화를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고돈가의 영향으로 삼겹살을 높일 수 있는 한계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PED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산 돼지의 공급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고돈가가 지속되자 비수기에도 돼지고기 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삼겹살이 판매 될 수 있는 한계점까지 가격을 올리고 그마저도 어려워 비선호 부위의 가격을 소폭 조정했다는 것이다.
칠레를 비롯한 FTA의 확대로 수입 삼겹살이 과거보다 더 쉽게 들어올 수 있어 국내산 삼겹살 가격에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미국에도 PED 발병으로 삼겹살 수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지라 전반적인 물량부족에 따른 고돈가 영향이 더 타당해 보인다.
두 번째는 소비패턴을 변화다. 닭가슴살과 저지방우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의 가격 변화는 이중 어느 한가지만이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삼겹살은 줄었는데, 저지방 부위는 그대로
삼겹살의 가격은 내려가고 저지방 부위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육가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과거 삼겹살과 목살에서 돼지원가를 뽑아내고 나머지 부위를 저가 판매해 수익을 내는 식으로 돼지고기 판매가 이뤄졌는데, 삼겹살 판매가 저조하면서 삼겹살 단가를 낮추거나 할인 판매를 하는 실정이고, 저지방부위 가격 또한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고돈가로 인해 전반적인 부위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부위의 판매가 아주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공급이 부족해 생긴 현상이기 때문에 다시 공급이 충분해 질 경우 어떤 식으로 가격을 배분할지 또 소비가 얼마나 뒤따라 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삼겹살과 목살 판매가 잘된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특별한 조리법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편이성도 작용했다. 이에 비해 저지방 부위는 돈가스나 제육볶음과 같이 조리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소비가 좀처럼 늘어나기 힘든 구조이다.
결국 삼겹살의 판매는 줄었지만, 나머지 저지방부위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닭고기나, 우유의 경우 저지방 우유 또는 저지방의 닭가슴살의 소비가 늘어나는 식으로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지만,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의 수요만 줄고 나머지 저지방부위의 소비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 가격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 변화는 육가공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삼겹살이 판매가 안 되니 할인 판매를 해 매출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후지 등 햄과 소시지에 사용되는 부위의 가격이 오르다 보니 육가공품 원가 상으로 어디에서도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고돈가로 할인판매와 같은 수요 진작 가격 정책을 과감하게 쓸 수도 없어 육가공업체들은 식육에서도 육가공품에서도 수익을 과거와 같이 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그 동안 삼겹살 대신 저지방부위 띄우기에 골몰했던 한돈 업계가 이제는 줄어든 삼겹살 수요를 살리지 못할 경우 육가공업체의 경영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육가공품 가치를 높여라!
현재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육가공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육가공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육가공품은 아질산나트륨과 첨가물 등의 논란으로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상황이다.
햄과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한 후지 등의 부위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데, 수년째 육가공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 육가공품의 절대수요가 김밥용 햄, 그리고 부대찌개에 많이 사용되는 프랑크소시지와 런천미트로 이들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햄과 소시지가 국내 식문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한때 햄과 소시지의 절대 수요처였던 도시락반찬용 수요는 간식이나 술안주 정도로 사용되는데 그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우선 웰빙 개념의 육가공품 개발과 국내 식문화에 녹아들 수 있는 조리법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삼겹살도 저지방 부위도 모두 수요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EU 등과 FTA를 체결하면서 이제 언제든지 수입 삼겹살이 국내 시장에 들어 올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수급조절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다면, 삼겹살 시장을 해외에 내줄 수도 있어 국내산 돼지고기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돈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저지방부위의 해외수출을 계속 타진해 왔다.
구제역과 돼지열병 등 질병으로 인해 수출이 계속 좌절되고 있는데, 시장개방시대에 한돈업계가 살아남는 길은 수입이 되지 않는 저지방부위의 가치를 높여 삼겹살 수준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선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호도 높은 육가공품의 개발이 뒤따라야 하며 김밥용햄과 부대찌개를 넘어서는 식재료로서의 육가공품, 그리고 닭가슴살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다이어트나 체형관리용 저지방돼지고기의 상품화 등을 통해 신선육에만 집중된 돼지고기 소비문화를 변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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