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방역당국, 구제역백신 문제 알고도 수년간 방치
[이슈분석] 방역당국, 구제역백신 문제 알고도 수년간 방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1.19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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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효능 낮다” 영국 구제역 표준연구소 확인

지난해 충북지역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병할 때만 하더라도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곧 구제역 이슈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2010~11년 전국을 강타했던 구제역은 살처분과 소독약 살포 중심의 방역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잡지 못하자 결국 모든 우제류 가축에 백신접종을 결정했고 1년 4개월여 만에 구제역 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믿었던 백신마저 돼지에는 잘 먹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방역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유독 돼지에서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병하는 이유를 따져봤다.
 

■ 겨울에만 발생하는 구제역 이유는?

보통 구제역은 겨울철 발병을 한다. 겨울철 구제역이라는 공식은 아마도 춥고 건조한 날씨 와 이 같은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양돈농가들의 대처에서 온다 할 수 있다. 추운날씨는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되고 또 하나 소독약의 활성화를 가로 막는 원인이 된다.

항상 같은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가축들은 추위가 오면 몸에 축적된 에너지를 소모하며 체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져 면역력에 떨어지게 되고 건조하기까지 해 면역력을 유지하는데 쉽지가 않다. 유럽의 경우 지중해성 기후의 특성으로 겨울에 습하고 여름에 건조한데, 겨울에 건조하고 여름에 습한 우리나라는 겨울이고 여름이고 각종 질병에 취약한 환경을 갖고 있다. 추위에 약한 돼지의 경우 난방을 해야 하고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농가들은 환기를 잘하지 않게 된다.

이미 좁은 공간에 여러 개체의 가축이 동거하고 있고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 호흡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적인데 환기까지 최소화 하면서 가축들의 사육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결국 체온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비와 면역력 저하에 환기를 최소한으로 하는 나쁜 사육환경이 겹치면서 가축들은 질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직면하고 농장으로 유입된 구제역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소는 반추위를 가지고 있어 추운 겨울에 더 생산성이 좋아지는 등 추위에 잘 견디고 야외에서 사육해 환기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 백신 왜 효과 없나?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백신이지만 구제역 백신이 애당초 소를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소에 비해 돼지의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소의 항체형성률은 95% 이내, 돼지는 60% 이내로 돼지는 백신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의 경우 항체형성률이 평균에 못 미치는 20~30%대로 밝혀졌다.

문제는 구제역 백신을 수입 보급하고 있는 정부가 돼지의 낮은 항체형성률이 문제가 된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에 적합한 백신을 수입하거나 또는 개발해 보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농가들이 방역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하는 수준에서 이를 덮어 버림으로써 구제역 재발을 방조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실제로 구제역 백신문제는 한돈협회 등 생산자단체들이 연구용역을 실시해 올바른 접종방법 등을 찾아내 농가에 전파하는 등 노력을 펼쳤지만, 항체형성률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영국의 구제역 표준연구소에서는 국내 보급된 백신이 국내에 발병된 구제역을 완전히 통제하기 힘든 종류라고 밝히는 등 백신 문제는 이후 양돈농가와 방역당국 간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양돈농가 백신접종 기피 사실인가?

하지만, 정부는 양돈농가들이 유산이나 이상육 발생 등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기피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농가들이 백신 기피는 돼지의 가축 본래의 특성 그리고 사육규모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소의 경우 규모화된 농장이 많지 않고 전체 사육마리수도 전체 소 사육마리는 2014년 12월 기준 324만9000두로 1009만두인 돼지의 약 34%에 불과하다. 농가의 수도 젖소와 한우 등을 합친 소 사육농가는 10만9530호로 농가당 평균 29.1두를 사육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돼지의 경우는 5177농가가 호당 평균 1949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결국 한 농가가 관리해야 하는 가축 마리수가 많은 차이가 나고 한 마리 한 마리 개체관리를 하는 소와 달리, 여러 마리를 군으로 나눠 관리를 하는 돼지의 관리가 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육규모의 차이는 백신을 접종함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는데, 소의 경우 아무리 사육규모가 커도 300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양돈의 경우 호당 평균 2000두 가까이를 사육하고 있고 실제로 1000두 미만 사육하는 농가는 전체 양돈농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00여 농가로 대부분이 수천 두의 돼지를 키우는 대형농가여서 철저한 관리 가능성은 낮아진다.

특히 너무 많은 돼지를 사육하다 보니 질병에 발병한 돼지를 예찰을 통해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아 한번 전염성 질병이 발병하면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전파된 상태고 백신의 접종도 수많은 돼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관리상의 어려움은 소에 비해 가중된다 할 수 있다.

가축질병 통제의 어려움은 사육규모에서 오는 차이뿐만 아니라, 돼지의 성격과 습성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소의 경우 성격도 온순한데다 목걸이를 통해 고정을 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아 백신을 접종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돼지 자돈의 경우 소리를 치며 도망 다니기 때문에 돼지를 손으로 일일이 포획해야 하고 또 강하게 저항하는 돼지에게 신속히 주사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백신을 정확히 접종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양돈농장의 백신접종은 접종을 해야 하는 가축의 수나 포획과정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노동 강도가 매우 높고 정확한 백신접종도 힘들어 백신프로그램에 의지해 질병을 차단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양돈업계는 구제역 백신 이외에도 여러 백신을 사용하고 있어, 관리자가 제때 백신을 접종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양돈농장의 질병이 백신으로 근절됐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 백신‧소독약 사용 최소화 할 순 없을까?

앞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돼지는 현재의 사육시스템 속에서는 질병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구제역 발병농장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최신설비를 갖춘 양돈장과 종돈장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시설을 갖춰도 아무리 백신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해도 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과 소독약을 적게 사용하면서 질병을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첫 번째가 사육밀도를 낮춰 가축의 생육환경을 개선시켜주고 더불어 농가가 관리하는 가축의 수도 줄여줘야 한다. 또한 질병이 쉽게 농장 안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건폐율을 강화해 외부에서 농장으로의 진입이나 접근이 어렵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이에 대해 규모화가 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양돈업계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무작정 많은 양을 생산해 가치와 가격을 떨어뜨릴게 아니라 조금 적게 생산해 가격과 가치를 유지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허니버터칩이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돼지를 조금 적게 키우는 농장의 다운사이징은 가축질병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더불어 적은 비용으로도 더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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