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탁우 사업 왜 정의롭지 못할까?
[이슈분석] 위탁우 사업 왜 정의롭지 못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2.13 09: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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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하까지 40개월

한우비육은 농가들이 번식우에서 송아지를 생산해 비육우를 출하할 때까지 30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암소가 임신하고 있는 기간을 합하면, 40개월 가까이를 소 사육에 투자해야 마침내 시장에 내다 팔수 있고 지금까지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우와 같은 비육우사업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만약 매월 10마리씩 출하를 목표로 한다면, 매월 2500만원 정도를 투자해 송아지 10마리를 사야하고 이 같은 송아지 구매는 8개 월령의 송아지를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아무런 소득없이 22개월간 지속돼야 한다.

투자가 송아지 구매로 그친다면 좋겠지만, 매월 송아지 구매와 함께 소들에게 배합사료와 조사료 등도 급여해야 하는데, 소 한 마리가 출하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료비용으로 25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22개월 뒤 220마리의 소로 축사가 가득 찰 때까지 아무런 소득없이 투자만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소를 키워온 농가들은 이미 과거에 입식한 소를 출하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비용 회수로 농장운영에 문제가 없지만, 사육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이라도 하면 일정 기간 수입없이 투자만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우사육에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위탁우 사업 한우산업 위기 돌파 수단

한우산업은 2000년대 들어 여러 번 위기에 직면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지속된 2차 한우파동이야 1990년대 발생한 위기 때문으로 제외하고 07~08년 사료가격 폭등, 한미 FTA 타결, 미산쇠고기 수입 재개, 광우병 파동이라는 복합적 위기상황, 그리고 2010년 미국 곡창지대 대규모 가뭄, 2011~2013년 한우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 등 수차례 위기상황을 통과하면서 많은 폐업 농가들이 생겨났고 전국에 빈축사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러던 중 2000년 중반부터 전국의 축협을 중심으로 한우브랜드 사업이 시작됐는데, 연이은 한우산업 악재로 한우수급에 빨간불이 켜졌고 농가들이 한우사육을 기피하면서 궁여지책으로 위탁우사업이라는 것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한다.

위탁우 사업은 폐업했던 축산농가의 축사를 활용, 축협이 송아지와 배합사료를 공급하고, 매월 일정한 금액의 사육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농가는 송아지 구입비와 사료구입비라는 커다란 부담을 회피하고 매월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조합은 필요한 원료육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2010년 이후에는 한우공급 과잉에 송아지가격이 급락하자 축협들이 번식농가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위탁우사업을 확대하기에 이른다.  07~08년 그리고 11~13년은 농가들이 소를 키워도 수익을 낼 수 없던 시절로 07~08은 사료 값의 폭등으로 11~13년은 소 값 폭락이 주된 이유였다.
 
생산비급등이나 한우공급과잉으로 농가가 한우를 키우면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일정한 금액의 사육보수를 정액 지급하는 위탁우 사업은 농가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었으며, 많은 농가들이 위탁우 사업에 참여했다.
 
■ 한우 연 5% 수익률… 현실은

송아지 한 마리를 입식해 출하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사료비와 송아지 구입비를 합하면 500만원 가량 소요된다. 수도광열비, 농가노임, 축사시설의 감가상각비, 자본이자비용 등을 모두 무시하더라도 240마리의 송아지 구입비와 사료비로만 12억원의 자금이 있어야 하며 송아지 단계에서는 사료급여량이 적다는 것을 감안 했을 때 최소 7~8억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매월 10마리의 소를 출하할 수 있는 농장을 유지할 수 있다.
 
소 값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형성될 경우 소 한 마리 출하로 얻는 순익은 평균 50만원 정도로 농가의 노동에 대한 보수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소한마리에 약 500만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연 5%대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우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이 된다. 한우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경우 약 5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급이 갑자기 줄어든다던지, 아니면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50만원이라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한우사육에 있어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30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농가들이 구매하는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도 변동으로 농가에 손실을 입히기도 하는데, 07~08년은 배합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며 생산비가 과다하게 지출되며 농가들이 손실을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배합사료 가격 폭등 원인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산업 부양, 투기세력의 선물시장 진입,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의 급변동 등이 맞물리며 비정상적으로 국제곡물가격을 끌어 올리며 발생했다.

2년 뒤에는 세계최대 곡물 수출국 미국의 곡창지대에 대규모 가뭄 피해를 입으면서 식량 빈국이자 사료원료 대부분을 미국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를 어렵게 했다. 2011~2013년은 한우공급과잉으로 인해 농가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작은 규모의 농가가 독점적 경쟁시장, 완전경쟁시장에서 5%의 수익률을 스스로 지키기란 쉽지 않다.
 
■ 대출로 농가들의 자립 기회 제공
 
전북한우 농가들은 위탁우 사업이 위기 시 농가들에게 소를 사육하며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소는 농가가 직접 키우는 게 맞고 수급상황‧등급출현률 등에 따라 5%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위탁사육을 하더라도 시세차익이 생기면 농가들에게 이익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탁우 사업은 농가들에게 축협이 강요한 사업도 아니고 농가들이 필요에 따라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중단 요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일부 농가들이 주장하는 소 입식자금이나 사료구매자금을 농가에 대출해서 농가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조합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소를 키울 경우 소는 농가의 소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돈을 대출해 준 조합 소유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입식비용과 사료구매비용을 모두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면 소 출하 시 이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데 상환하는 순간까지 그 소는 농가가 맡아 키우고 있지만 대출 받은 금액만큼은 조합 소유라는 것이다. 여기에 소 출하시점에 소 값이 좋지 못하거나 사료가격이 많이 올라 농가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 생기면, 농가에는 현금이 아니라 상환해야할 일부 대출원금과 이자만이 남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앞에서도 농가가 월 10두 정도를 출하하는 규모라면 농가는 송아지 구입과 사료구입에만 12억원이 소요 농가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연 5%의 수익률은 더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위탁사육농가들은 조합에 따라 사육보수가 틀리긴 하지만 2만5000원~3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22개월 간 사육할 경우 두당 50만원 이상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 농민월급제vs한우위탁사육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재 전북지역 한우농가들은 축협의 위탁우 사업을 못마땅해 하고 있고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쌀 생산농가들은 한우 위탁우 사업과 비슷하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출하처인 RPC로부터 받는 월급제를 선호한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처음 시작한 농민월급제는 일정규모 이상의 쌀 생산농가가 RPC와 출하약정을 맺을 경우 해당 농가의 평균적인 쌀 생산량과 쌀 가격을 고려해 예상 수매가를 정하고 이를 12개월로 나누어 미리 선불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선물거래와 비슷한 거래방식으로 1년에 1회 출하하는 쌀 재배농가는 월급처럼 쌀 정산대금을 미리 받아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RPC는 매입할 쌀을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크게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농민월급제는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쌀 이외의 품목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농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농민월급제는 한우위탁우사업과 매우 흡사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농가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화성시의 농가들의 경우 월급제 대상농가를 더욱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우농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쌀 수급, 쇠고기 수급과 상관없이 농가들의 소득을 보장 받는 것은 농가들의 오랜 꿈이지만 한우농가들은 저위험·저수익보다는 고위험·고수익을 선호하고 있어 위험을 즐기는 투기적 성향이 좀 더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 병아리 위탁사육vs한우위탁사육

마지막으로 한우농가들은 육계부분의 병아리위탁사육과 한우위탁사육은 방식이 같기 때문에 농가들을 소작농화 하는 제도라며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축협의 위탁우 사업과 하림 등 육계계열화회사의 병아리위탁사육의 차이점을 찾아봐야 한다.
 
먼저 육계는 30일이면 출하되는 짧은 사육주기로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하다. 농가들이 여러 차례 가격 폭락 상황을 겪으면서 일반닭 사육보다 위탁사육으로 돌아선 이유이며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우는 사육기간이 30개월로 육계의 30배나 긴 시간을 사육해야 하고 가격 변화도 추세적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 위탁우 사업이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이유다.
 
농가들이 원한다면 위탁우 사업이 아니더라도 소를 키울 방법이 있지만, 육계는 이미 시장이 수직계열화 체계로 전환 된지 오래여서 원자재인 병아리 공급처인 원종계장과 부화장, 출하처인 도계장을 계열업체들이 소유하고 있어 계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닭을 사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우는 언제라도 사료를 공급하겠다고 나설 조합과 사료회사가 즐비하고 우시장과 송아지 경매장이 대게 시군마다 1개소가 운영되고 있어 송아지 구매도 용이하다. 쇠고기 유통도 도매시장과 공판장을 중심으로 활성화 돼 있어 언제든 출하가 가능하다.
 
축협과 한우농가, 육계계열회사와 육계농가의 종속관계는 요즘 많이 회자되는 갑을 관계의 형성이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이러한 산업의 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육계계열사는 주식회사로 자본을 투여한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고 농가에 위탁한 병아리와 배합사료에 대한 권리도 자본가에 있으며 이렇게 닭고기를 판매해 발생한 이익도 농가들에게 돌아갈 사육보수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이익은 자본가에게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축협은 농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농민 한사람이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축협이 위탁우 사업 계열화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익이 조합으로 귀속되더라도 환원이나 배당 등을 통해 농가에게 귀속될 수 있게 된다.
 
특히 위탁우 사업을 하다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농민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총회, 대의원회, 이사회 등을 통해 언제든지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높지만, 주식회사의 경우 거래하는 농민보다는 주주의 이익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농민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 할 수밖에 없다.
 
■ 고위험·고수익vs저위험·저수익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한우 위탁우 사업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리스크를 누가 짊어지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의 배분도 달라지는 것이다. 투자, 가격변동, 생산비 증감이라는 리스크를 농가가 감수한다면 농가에게 소 사육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맞는 일이고 반대로 조합이 위탁우 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조합이 감당한다면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수익중 상당액은 조합으로 귀속되는 것이 맞다.
 
자본력이 풍부하고,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원자재인 배합사료와 송아지를 직접 구매해 사육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의 모험적인 투자방법을 취하고 반대로 자본력이 약한 농가는 저위험·저수익의 위탁우 사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자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한다면, 위탁우 사업은 정의의 문제도, 또 농가를 수탈하는 사업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위험 관리를 중시하는 농가들에게는 매우 합리적 거래 방법이 되며 농가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소 사육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우사육방식, 거래방식 중 하나로 남겨 놓는 것이 농가에게는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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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j0099 2016-06-19 17:20:44
도움 될 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농선배님들의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메일 주세요^^
psj0099@naver.com

psj0099 2016-06-19 17:18:48
때문일것입니다.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한우사업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몇년간의 계약으로 위탁함으로 인해서 초기에 들어가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수 있고 거기에
또한 경험도 같이 쌓을수 있기때문에 축산업으로 귀농하는 사람이나 처음으로 축산업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어떠한가 생각됩니다. 저 또한 축산업을 하려고 고민하고 있어서
적어봅니다

psj0099 2016-06-19 17:08:2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양면의 날 같습니다. 한우를 이미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규모화로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것을 우려하고 축산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혹시 모를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수 있다는 점과 자금회수를 위해서는 오랜시간이 걸리는 한우이기때문에 시작하기에는 힘든 사업입니다.그것을 보안할수있는 부분이 위탁사업 같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을 경험과 함께 돌려 받기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