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 도입 논란 “핵심은 시장 경쟁력”
시장도매인 도입 논란 “핵심은 시장 경쟁력”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3.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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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법인 역할 강화로 경쟁력 제고 가능

 

■ 도매법인과 경매제 의무화

서울시 가락동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개장 직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사업초기 부침이 있긴 했지만 엄청난 거래물량의 증가가 시작되면서 1980년대 중반 시작된 공용도매시장 건설 사업은 농산물유통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당시 도매시장에서의 가격발견기능이 투명하지 못하면서, 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중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매인들이 산지 생산에 깊이 관여하면서 가격 교란행위까지 만연했고, 거래주체별 분업화와 경매를 의무화하는 농안법이 제정되면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농산물도매시장은 취급하는 농산물을 누구나 출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생산자는 수요자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수요자도 산지에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소비지 근거리에 있는 도매시장에서 필요한 농수축산물을 구매 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비용,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 불로소득 도매법인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거래물량 증가와 전자경매를 통한 투명한 가격결정, 거래비용의 절감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매법인의 역할에 불만을 갖는 이들이 나타났다.

산지에서 시장까지 농산물을 가져오는 농민, 조합, 산지유통인, 그리고 도매시장에서 이들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해 소매점에 납품하는 중매인과 달리 도매법인은 경매를 주관하고 대금을 정산하는 역할을 하는데, 유통과정 중 기여도가 낮게 평가 됐고, 일부 중매인과 경매사의 유착한 사례 그리고 유통단계와 비용을 증가시키는 비효율을 낳는 주체로 지적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는 공영도매시장 내에서 경매제 이외에 정가수의매매를 허용했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을 모두 하는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유통단계와 유통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 거래안정성 약화

이러한 형태의 농산물 거래방식은 시장도매인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농안법 파동 이전에 중매인, 농민 중에서도 사업수완이 좋은 농민 또는 농업법인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대형마트 등에 직접 납품하기도 한다. 산지유통인도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농산물을 소매업체나 농산물가공업체에 납품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축산물의 경우 산지에서 돼지를 구매해 직접 도축해 제품화해 이를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육가공업자들이 활성화돼 있으며, 실제로 약 80% 물량이 도매시장을 거치는 한우와 달리 돼지는 약 20% 물량만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도매시장 내에서도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고 거래가 되는 비상장품목이 존재하고 있고, 대형유통업체들도 산지 농협, 산지유통인, 산지농민 등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주류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방식은 유통비용을 조금 줄일 수는 있겠지만, 거래비용(거래성사, 계약유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농민들이 주축이 된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는 소매업체들의 ‘갑질’에 어려움을 격자 농식품부로부터 공정거래사무국 운영을 허가 받고 불공정 행위 수집에 나서고 있다.

도매시장 내 비상장품목의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산사고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자 도매법인이 하고 있는 정산기능을 모방한 정산회사를 설립하고, 비상장품목 거래 시 이 정산회사를 통해 거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축산시장의 시장도매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육가공업자들의 경우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료육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어 오히려 도매시장을 통하는 것 보다 거래비용이 증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중도매인 과도한 규제

이에 반해 시장 내 중도매인들은 현재 농산물을 도매시장 내에서만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마트는 산지에서 직접 구매도 하고, 또 시장을 통해 구매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으나, 중도매인들에게는 이를 금지함으로써 중도매인과 거래하는 재래시장과 중소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도매시장을 통한 직거래방법인 정가수의매매를 허가한 상황으로 정부와 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반대하는 진영은 이를 활성화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장도매인 찬성과 반대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찬성하는 진영은 수요자인 중도매인이다. 중도매인들은 소비지 거래처를 확보한 만큼, 산지 농민이나 조합을 통해 일부는 공급 받고, 나머지 필요한 물량은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수급조절과 거래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산지에서 농산물을 구매하거나 계약재배 하는 산지유통인들은 자신들의 사업영역이 축소가 불가피 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매법인들은 많은 물량을 취급하는 대형중도매인들이 이탈할 경우 매수주체 축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출하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출하처를 바꾸면서 반입되는 농산물의 양이 줄어들어 시장 내 중도매인들이 도매시장에서 산지로 구매처를 이동하면서 경매 중심의 도매시장 기능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고품질 농산물의 시장도매인 독점

녀름 장경호 부소장은 경로 간 경쟁을 통해 농가 수취가격이 높아질 수 있고, 실제로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의 농산물매입 가격이 경매가격보다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의 산지직거래는 일정한 스펙의 농산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협의에 의한 거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조건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품질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러한 스펙요구와 가격협상의 대상은 조직화된 농협이나 영농조합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형농가에게나 가능한 방식으로 결국 전업 이상의 농민들이 생산한 고품질 농산물은 이들 시장도매인들이 점차 독점하고, 도매시장에는 이들이 외면한 중하품의 농산물이 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도매시장의 중도매인 이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축산물의 경우 산지에서 이러한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도축이라는 공정을 꼭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는데, 농산물의 경우 도매시장이라는 공간을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도매인들 상당수가 도매시장 밖에서 대부분의 상행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도매법인의 경직된 거래방식 전환 필요

현재도 도매시장이라는 경로와 이러한 직거래하는 유통인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참여 주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모화 된 도매법인이 산지수집이라는 적극적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고, 이를 수탁이 됐든, 매취가 됐든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중도매인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그때그때 경매를 통해 수탁판매하거나, 정가수의매매를 통한 선물거래, 도매법인이 산지로부터 직접 수매해 중도매인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는 매취공급 등 여러 가지 거래방식을 현재의 도매시장과 도매법인이 구현해 낼 수 있다면, 도매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도 보다 효율적으로 농산물이 수집분산되고 또 위험까지 해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안법이라는 법적 테두리 속에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 도매법인의 공익성과 또 사업체로서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어 농산물유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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