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갈등 뒷짐진 정부
깊어지는 갈등 뒷짐진 정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3.06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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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두 손을 등 뒤로 젖혀 마주 잡은 것’으로 풀이돼 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뒷짐을 지는 행동은 자신이 높은 사람임을 표현하는 무의식적 행동의 표출이다. 손을 뒤로 맞잡으며 배를 내밀고 위세당당함을 뽐내는 행위는 고급관리들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지위와 존재 가치를 알리기 위한 표현방법이다.

언론에서 뒷짐은 더욱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위에서 설명한 의미에서 나아가 상황을 목도(目睹)만 할 뿐 책임회피를 일삼는 대상을 향해 이 타이틀을 선사하며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굳이 기자가 뒷짐이란 단어를 설명해 가며 정부에 이 수식어를 붙여준 데는 최근 가락시장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도매인 도입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이다.
 
수십년 전부터 불거져왔던 이 문제를 두고 농식품부는 조건부를 내걸고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겠다’로 일관해 왔다. 조건부 승인의 조건 중 하나는 이해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였는데 당최 이 ‘원만한’이란 단어가 참으로 난제 중 난제다.
 
농식품부의 손발이 된 공사는 수개월 간 원만한 합의를 목적으로 이해관계자 협의회부터 시작해 공청회까지 수십차례 의견을 들어왔지만 결국 2월26일 전문가 대토론회를 끝으로 한치의 의견합치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가락시장 내 논란만을 부추기며 항상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게 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조율은 물론이거니와 시장 내 여론 수렴에도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당초 수집과 분산을 통합하는 거래제도의 주체가 누가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절대 의견조율이 이뤄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토론회와 협의회만 앞세워 ‘의견을 충분히 수용했다’라는 포장으로 결론 낼게 뻔한 스토리였다.
 
또한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도매시장의 약화로 전이될 경우 피해 당사자인 출하자(농민)와 소비자는 제외된 채 논의가 이뤄지면서 마지막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건전한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신뢰는 깨진지 오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 관계자들은 논란의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 도매법인, 중도매인, 출하자, 학계 간의 편 가르기로 번지면서 얼굴을 붉히게 했다. 마지막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도대체 왜 우리가 여기서 서로 으르렁거려야 되나요?”
 
이제 정부는 등 뒤에 맞잡은 손을 풀고 겸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 내 의견을 수렴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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