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운동가로 거듭나야 농협 미래 있다”
“협동조합 운동가로 거듭나야 농협 미래 있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3.13 0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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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조합장 동시선거가 일제히 치러지면서 일반 국민들은 협동조합의 맨얼굴을 제대로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투표율은 직전 선거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선관위에 적발된 불법 행위는 선관위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직전 선거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많은 농민들이 조합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뛰게 만들었을까?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약자인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함일까.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일까.

농축협은 작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금융기관이자, 농축산물 판매 및 가공, 농자재의 구매대행업체로서 지역 내에서 높은 독점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위치로 인해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조합장은 지역 내 기관장으로서 대접을 받고 조합장이라는 자리가 발판이 돼 기초 또는 광역의원, 지자체의 장으로 또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하는 등 출세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봉사보다는 자신의 명예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조합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당선을 위해 현금살포와 같은 무리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 농축협 조합장의 자격
하지만 협동조합 아니 농협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이 출자해 결성한 법인으로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통해 개별 농업인들이 하기 힘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또 조합을 적극 이용함으로써 부를 공동으로 창출하며 이를 이용실적에 따라 조합원간 공평하게 나누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조합장은 흩어져 있는 농민들을 조합 중심으로 단단히 결속시켜 조직화하고 농민들에게 농자재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며 또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판매해 농민들의 실익을 높여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는다.
당연히 자신의 사욕보다는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더 높은 소득을 어떻게 하면 안겨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온 사람이 조합장 자격이 있고 또 농자재 공동구매나 농산물 공동판매(계통출하)에 적극 협조한 조합원이 조합장 선거에 나설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권자인 농민조합원들은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는 또 살아온 사람을 후보로 발굴해 선거에 출마시켜야 하며 사욕보다는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 협동조합 운동가?
이러한 사람을 필자는 협동조합 운동가라고 부른다.
협동조합의 생리,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농민의 조직화 그리고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라는 기본적 사업에 농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농민들을 설득하며 독려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협동조합 운동가이다. 협동조합 운동가들은 농민들이 협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농업인들에게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사람이며 협동조합의 가치와 사업방식에 대해 조합원들을 꾸준히 교육함으로써 조합원 대다수가 협동조합 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농민조합원들은 쉽게 경제적 유인에 이끌려 조합 사업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합 내에 협동조합 운동가가 없고 조합원들도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의 폭이 좁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 운동가 부재한 농협의 실상
당연히 협동조합 운동에 투신한 농민, 또는 농협의 직원들은 농민들이 자신의 사익만을 앞세우지 않고 어떤 식으로 협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실상 농협 대의원총회만 가보면 과연 이곳이 협동조합의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총회자리가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때가 너무나 많다. 조합 사업에 대해 몬가 알고 있는 대의원은 많은 불만을 쏟아내기 일쑤고 대다수가 조합과 거래를 하면서 더 큰 이익을 날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그에 대한 보상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또 조합이 제공하는 농자재의 가격이 어떤 품목은 왜 더 비싼지, 조합이 더 큰 수익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따져 묻거나, 또는 더 많은 환원,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조합장과 직원들은 이에 답변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데 보통 농협의 기본적인 사업인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포함해 신용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가 주가 된다.
특히 지역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조합원들은 이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사업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이들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큰 벼슬인 것 마냥 생색을 내며 더 많은 배당과 환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 농협의 자리 누가 대신하나
협동조합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부터 조합원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운동가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기에 농협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아니 한국 농업과 농민의 매래가 암울하다. 농협이 이렇게 헛발질을 하고 있는 사이 그 틈을 기업들이 메워가고 있고 선도농가들 중심의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이 대신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축산분야에서는 하림, 이지바이오, 사조와 같은 기업들의 세력 확장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농가들은 많이 있지만, 이들 기업의 자리를 대신해 축협을 중심으로 똘똘뭉치기 보다는 탓만 하다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를 두고 농축협 통합의 부작용 등 여러 변명을 하지만, 결국은 축협 내에 협동조합 운동가의 부재 속에 농민 조직화에 실패한 것이고 민간 기업들이 축산농민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구경하며 세월을 낭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선거 이후 사업 앞서 협동조합 운동 먼저
전국 동시 선거 이후 농협의 할 일은 협동조합 운동의 시작이다.
먼저 당선된 조합장부터 협동조합 공부를 새롭게 하고 협동조합의 역사 그리고 역할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농민들을 조직화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거창한 사업이나, 환원 또는 배당 공약은 잠시 뒤로 미루고 협동조합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새로운 당선자들은 매진할 필요가 있다.
농민들에게 영농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실용적 교육에 앞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협동조합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조합장과 조합직원, 그리고 농민조합원들에게 알려주고 교육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진행되는 공동구매사업, 농산물계통출하사업은 이전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고, 농민들에게 주어진 난관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마련될 수 있다.
재선에 성공을 한 조합장이던 새로운 얼굴이든 간에 전국 1326개 조합의 조합장의 임기가 동시에 시작된다. 앞으로 4년간 누가 또 어느 조합이 협동조합 운동을 잘했는지는 조합의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농협의 운명은 협동조합 운동가를 얼마나 양성해 내느냐로 귀결 될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에 농업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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