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계열화 어디까지 왔나?
농협유통계열화 어디까지 왔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4.0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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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화사업 궁극적 목적 농민의 수익을 높여라”

청과, 축산부문 대비 유인책 약해 계열화사업 난항
농민의 수평적 통합 선행돼야 농협유통계열화 가능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는 생산자는 더 받고(5%이상) 소비자는 덜 내는(10%이상) 구조 마련하겠다는 계획 하에 추진되고 있다.
농협의 유통사업은 대형마트에 비해 물류효율이 낮고, 직거래는 초기단계에 머무르는 등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에 있어 전문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산물의 경우 산지 규모화ㆍ전문화, 도매기능 강화, 소비지 소매채널 확대를 통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협동조합 채널을 통해 일관 계통출하는 유통계열화를 추진 중이며, 축산물은 도축ㆍ가공ㆍ유통을 전담하는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통해 생산자단체의 농축산물 유통역량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24주년 특별기획으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려 한다.

<편집자 주>

■ 농협사업구조 개편
2013년 농협중앙회는 농협법 개정에 따라 농협중앙회 사업부문을 금융, 경제, 교육지원 세주체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한다.
금융의 경우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보험, 카드, 증권, 투신 등을 하나로 묶는 농협금융지주가 탄생했고, 경제부문은 농업경제와 축산경제 조직의 독립성을 살리면서 농자재 생산, 농축산물의 가공과 유통을 하는 자회사와 사업군을 아우르는 경제지주를 탄생시켰다.
또한 농협중앙회 내에는 회원조합 및 조합원 지원과 회원조합의 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지원부문 그리고 회원조합 상호금융업무를 지도 감독하는 상호금융부문 중심으로 재편이 이뤄졌다.
농협법 개정과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이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판매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제기 된 것으로 금융부분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던 것을 경제사업 쪽으로 돌려 놓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진행 중이며 농협중앙회에서 먼저 금융부문이 그리고 경제사업은 매년 연차적으로 사업을 경제지주로의 사업 이관과 투자가 진행 중에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최근 역대 정부와 달리 농협 개혁 과제를 내 놓지 않았는데, 대신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사업에서 농협에 농산물유통계열화라는 과제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구조개편 당시 내걸었던 구호인 ‘판매농협’이라는 용어 대산 ‘농산물유통계열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계열화의 두 가지 방법
계열화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수직계열화와 수평계열화로 수직적통합과 수평적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열화의 두가지 방식이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목적으로 진행이 된다.
수직적통합은 원자재의 조달부터 최종제품의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체 또는 일부 과정을 하나의 기업이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연관산업 또는 기업관 거래를 통해 이뤄지던 관계를 계약을 통한 방식부터 사업부문을 인수해 관계회사로 만들거나 또는 내부화 하는 방법을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수직적 통합은 전방통합과 후방통합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삼성이나 LG와 같은 전자제품 생산기업 또는 최근에는 화장품 생산업체들이 자사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속판매점을 운영하는 것을 전방통합이라 부르며, 반대로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PB상품을 생산하거나, 현대자동차가 자동차가 부품전문회사인 모비스 등을 운영하는 것이 후방통합의 예라 할 수 있겠다. 농업계에서의 수직적통합의 예는 최근 농협중앙회가 원자재인 종자를 생산하는 농우바이오를 인수한 것은 후방통합의 사례로 볼 수 있고,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생산농가들이 유가공산업과 유통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방통합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하림과 같은 닭고기 회사도 배합사료와 가축생산, 도축과 유통의 전과정을 하나의 주체가 담당하고 있어 수직적 통합의 예라 할 수 있겠다.
수평적통합은 수직적통합과 달리 동종업종의 기업이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를 통해 대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높여 시장지배력(독점력)을 높일 수 있게 되고,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규모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단위당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대표적 수평적통합 사례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들 수 있고, 농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한강CM과 신명의 인수, 동부그룹이 기존 동부팜한농 이외에 흥농종묘 등을 인수한 것도 수평적통합의 예라 할 수 있다.

■ 농민 조직화 선행
그렇다면 농협의 유통계열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 중일까? 수직적 통합일까? 수평적통합일까?
농협의 유통계열화는 규모를 키우는 수직적 통합보다는 수평적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농민, 지역‧품목농협, 산지유통센터, 농산물공판장, 도매물류센터, 농협하나로유통 등 산지부터 소비지에 이르는 다양한 유통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각 주체를 효율적으로 묶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농산물 물류의 비효율성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수직적 통합은 각 단계마다 발생하는 거래비용의 축소에 방점을 두고 있고, 그에 따른 물류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계열화 시킬지에 대한 방법론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서의 움직임은 중앙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 가능하겠지만, 농민조합원이 지역 또는 품목농협과 전속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또 회원농협이 자체 유통망이 아닌 농협중앙회의 유통망을 전속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그림은 아직 그려져 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농협유통계열화의 핵심은 수직적통합 이전에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어떤 방식으로 회원조합이 수집을 하느냐로 갈리게 된다.
현재 국내 농산물의 유통흐름은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데, 더 높은 가격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농민들이나 산지유통조직은 움직이기 때문에 우선 중요한 것은 농민들 그리고 회원조합들이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데 있다.
농산물에 비해 조직화를 먼저 달성한 축산물의 경우 여러 유인책을 가지고 있는데, 육계의 경우 모든 원자재를 제공하고 닭 사육에 대한 일정 보수를 지급하는 식으로 닭 사육을 위한 투자비용을 절감시키고, 닭고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계열주체가 분담함으로써 계열화에 성공했고, 한우의 경우 전용사료이용을 통해 조성된 이익을 농가에게 배분하고, 또 고급육생산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함으로써 농가들이 개별 사육대신 한우수직계열화사업인 브랜드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 축산분야 수직계열화
축산부문 계열화는 농업부문에 비해 역사가 매우 깊다.
농업부분도 계열화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 문제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축산분야의 경우 낙농부문은 산업 태동기부터 계열화 됐고, 육계와 양돈은 1990년부터 한우는 2000년대 들어 계열화가 시작됐다.
한우의 경우 농가참여 비율 26.7%, 사육비율로는 55.7%, 돼지는 농가 54.7, 사육48.3, 육계는 농가 97.8, 사육 92.9, 계란은 농가 22.4 사육 50.4가 참여 중일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다.
이 같이 계열화 율이 높은데는 앞에서 이야기한 유인책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축산분야만의 유통구조도 여기에 기여를 했다.
낙농유가공산업은 99.9%가 계열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유업체가 소유한 유가공공장에서 처리와 포장이라는 제품화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90%대를 넘어선 육계부분도 마찬가지로 도계장에서 도축과 포장이라는 공정을 거쳐야 하고, 이들 도계장들이 계열화사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계열화 율이 낮은 한우와 양돈은 도축사업자가 계열화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브랜드사업이나 계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출하 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유통경로와 브랜드사업을 추진하는 경영체와 농가와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사업 참여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브랜드 사업 참여 농가들에게 직간접적 인센티브 제공과 브랜드 경영체들의 유통노하우가 쌓이면서 브랜드사업은 확장을 계속 하고 있다.

■ 농협유통시스템 참여 위한 유인책은?
농협은 농협과만 배타적으로 거래를 하는 전속출하농가와 조직을 육성하고, 이들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나 조합공동법인 등이 운영하는 APC로 집중시킨 후 광역물류센터(안성물류센터)의 도매파트 그리고 중앙회 12개 공판장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수직계열화 도식에서 핵심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어떻게 하면 흩어져 있는 농가들을 하나로 모으느냐에 있다. 그리고 이들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품질을 끌어 올리고 균일화 해 소비지에서 농협계열화 시스템을 통하는 농산물의 가격을 높게 인정받느냐에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축산부분의 계열화는 축산농민들이 육계나 양돈계열화 그리고 한우 브랜드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유인과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농산물의 경우 이러한 유인이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공선출하회(공동선별‧공동출하회)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회원농협과 중앙회 등이 공동출자해 운영중안 조합공동사업법인 등 다영한 조직과 인프라가 산재해 있지만, 모두 농민들이 농산물 유통을 월활히 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조직이나 인프라가 아니고, 정부와 농협이 각국의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만들어낸 것들로 위에서 아래로 제도와 인프라를 내려 보냈기 때문에 농민들이 농협의 농산물 유통시스템 참여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낙농과 육계와 같이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상품화가 가능한 소비재 성격의 농산물인 청과물의 경우는 더더욱 농가를 조직화, 계열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농협계열화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도 농산물 판매를 대행해 주는 산지유통인 등이 많이 존재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전업 이상의 농민들은 자체 판로를 개척하거나 영농조합 등을 만들어 농산물을 판매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계열화시스템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축산분야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이 기존 유통경로를 뛰어 넘는 가격 또는 서비스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농협과만 거래하는 전속거래농가를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해결책은 협동조합 운동 
결국 농협의 유통계열화는 축산분야와 달리 농가들을 계열화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농협중앙회도 여러 농산물 수탁 판매 경로 중 공선출화회와 같은 농협의 계열화시스템을 통해 판매된 농산물의 수취가격이 가장 높다는 것을 농민들에게 홍보하고 있고 한발 더 나가 농협계열화시스템을 통해 거래되는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산지유통관리사를 각 APC마다 파견, 생산단계부터 품질을 높이고 상품의 균일화를 이뤄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흩어져 있던 농협의 소매유통조직을 하나로 합병하고, 도매분사와 농협의 소매유통부문에서 농협의 계열화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이라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출하 할 수 있는 경로 그리고 산지에서 규모화된 전업농이나 영농조합과 직거래하는 대형유통, 그리고 산지유통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농협의 유통계열화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농민들이 깨닫고, 적극적으로 농협을 이용하는 문화 즉 협동조합 운동이 바닥부터 일어나야 한다.
협동조합 운동에는 조합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며 단순히 농산물을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를 통해 한해 생산량을 결정하고,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형유통, 산지유통인 등 민간 농산물유통조직과 경쟁이 아닌 협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 수직계열화 결국은 수평적 통합이 먼저
농협이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농산물의 수직계열화의 성공열쇄는 수평적 통합에서 먼저 찾을 필요가 있다.
도계장이라는 유통경로를 장악한 육계수직계열화 업체처럼 농산물유통경로를 장학하든지 그게 어렵다면, 선지에서 농협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어느 지점에서든지 수평적 통합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전방 통합이나 후방통합은 어쩌면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농협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소매부분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당연히 소매부분을 중심으로 한 후방산업의 통합은 단시간 내에 이뤄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산지에서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농민들을 조직화 해 낸다면, 반대로 전방산업의 통합은 보다 용이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농협이 유통계열화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정 고리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 하도록 먼저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직적 통합을 추진해 내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 유통계열화 궁극적 목적
수직적 통합, 수평적 통합 그리고 추진방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쏟아 내다보니, 정작 유통계열화를 왜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해 졌다.
계열화는 결국 농민의 조직화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앞에서 이야기한 소비자는 덜 지불하고, 생산자는 더 지불받는 구호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된다.
농협의 유통계열화가 수평적 결합과 수직적 결합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서의 독점력은 키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농산물유통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관행유통경로보다 좀 더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매입해 농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한편으로는 효율성을 극대화 해 다른 경로보다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평적 통합은 시장점유율 늘려 독점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행돼야 하며 거래비용을 줄이고 물류의 효율화를 위한 수직계열화에 동시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단순히 산지에서 마구잡이로 생산된 농산물을 선별해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가격 농협계열화시스템이 농민과 계약생산을 통해 농산물 수급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으며, 농산물의 품질의 지속적인 상승과 균일성 유지를 위해 현재 대형마트들이 하는 것과 같은 품질관리 업무까지 역할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협의 소매유통과 또 농협이 취급하는 농산물을 구매하는 수요업체들과 함께 상품의 기획, 파종 및 입식시기 조절 등을 능동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농협 내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는 생산 그리고 유통관련 조직을 하나로 묶어 내는 시스템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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