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조절 ‘재량’ 버리고 ‘시스템 구축’
농산물 수급조절 ‘재량’ 버리고 ‘시스템 구축’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4.10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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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정부-유통인-소비자 갈등 해소에도 한 몫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원예분야 컨트롤타워 위상 정립

2013년 4월 발족한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가 올해로 만 2년을 맞이했다. 그 동안 재량에 의한 수급조절로 농민과 소비자로부터 원성을 샀던 정부가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합의를 기초로 농산물의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선언을 한지 만 2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수급조절위원회 출범 의미
농림축산식품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의 하나인 ‘참여와 합의에 의한 농산물 수급조절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3년 4월 30일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는 생산자, 유통, 소비자, 학계, 정부 등 20명으로 구성하며 수급 불균형이 자주 발생하는 필수 농산물인 배추․무․양파․건고추․마늘 등의 수급조절의 위한 주요 의결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했던 2010년 배추파동 이후 지속된 ‘팔 비틀 기식’ 수급조절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수급조절위원회의 구성은 농산물 수급조절에 있어 정부와 국민이 ‘소통’하기 위해 처음 설치된 기구로 농산물(채소류 5개 품목) 수급대책 등에 관해 농식품부 장관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문제가 예상되는 경우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 의견을 사전에 수렴한 후 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며 이전까지 생산자들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할 경우 사후 대책을 내놓는 방식에서 탈피 여러 통계자료를 분석 이해 당사자인 생산자와 유통인, 소비자, 학계 등이 참여해 대책을 세움으로서 시장의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축산분야도 같은 시기 품목별 수급조절협의회를 발족시키는데 한육우, 낙농, 양돈, 계란, 닭고기, 오리 등 6개 협의회를 구성한 축산분야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와 다르게 축산국 훈령에 기초, 품목별생산자협회가 중심이 돼 협의회를 조직하고 이해 당사자인 정부와 생산자가 아닌 학계에서 협의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 수급조절위원회 기능
수급조절위원회는 품목별 수급상황 분석을 통해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간 이견 발생 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사전조정 한다는 전제하에 꾸려졌다.
위원회는 관측센터의 농업관측․관측속보, 통계청의 재배면적, 도매시장 경락가격 등의 자료를 가지고 품목별 연간 수급 및 가격 전망 등을 분석한다.
위원회는 미리 마련된 수급조절 매뉴얼에 따라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등락폭이 클 경우 위기단계를 판단하고 정부 및 각 단체가 수급조절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고 정부의 정책을 조언하게 된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주의단계까지는 매뉴얼에 따르되, 경계・심각단계는 위원회를 거쳐 수급조절 정책을 결정하고 위기상황 발생 시 수급안정대책 소요물량 분석 등을 담당하게 된다.
평시에는 수급조절 매뉴얼 등 수급안정제도 마련 및 사업집행과 관련된 심사 및 결정 등 지원하고 특히 품목별 ‘가격안정대’ 및 위기단계 구간별 범위기준 설정 등 위기단계에 따라 추진할 품목별 정책수단을 매뉴얼화하는 일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수급상황 분석결과에 따른 품목별 정책수단 등 세부사항의 적절성 등 검토하는 임무도 맡게 되는데 의무수입물량 증량 및 할당관세 운용 시 규모 및 기간 설정, 가격안정용 수매시 비축규모, 수매기간 등의 적합성 검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이해관계자간 갈등 발생 시 이견 조정은 물론 수급조절 시 기관별 역할 분담도 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 농산물 가격 하락 선제적 대응
수급조절 위원회 발족 이후 농산물 가격은 하락세가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태풍이 한반도에 피해를 주지 않았고 폭우와 같은 집중호우, 가뭄 등의 기상재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급증하며 농산물 가격이 요동쳤는데, 2013년 마늘과 양파를 시작으로 건고추, 고랭지배추, 가을배추 이듬해 겨울배추, 마늘과 양파, 다시 건고추, 다시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겨울무로 이어지는 공급과잉 상황에 농산물수급조절 위원회는 위원회를 계속해서 소집하며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게 된다.
농안기금을 기반으로 수매비축, 산지폐기 등이 실시됐고 위원회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공급이 과잉된 농산물의 수출에도 힘을 쏟았다.
과거 같으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그래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집회 등을 통해 생산자인 농민들의 딱한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려야 했고 그제야 정부는 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그래도 가격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산지폐기나 수매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물량을 줄이는 수순을 밟아왔다.
생산자인 농민들의 의견이 공식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언로가 마련되지 않다보니 농산물 수급조절에 정부가 나서기까지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고조되고 정부도 재량에 의해 수급조절 정책을 남발하다 보니 생산자‧소비자 양쪽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가격 폭락 또는 폭등의 원인이 충분히 토론되지 않으면서 수급불균형에 아무런 기여도 한 적이 없는 유통인들이 중간에서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 수급조절 매뉴얼 갈등 해소에 효과적
수급조절위원회라는 생산자와 산지유통인들이 현장의 수급상황을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면서,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가격 등락 원인을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와 학계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장시간 토론을 하며 원인을 찾아내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공유로 불필요한 갈등이 생겨날 수 없게 되고 각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이 매뉴얼로 만들어 있기 때문에 언제 정부가 개입할지 또 어느 수준까지 정부가 관여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 하고 다닐 필요도 사라졌다.
과거 이러한 매뉴얼과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는 정부가 재량에 따라 시장에 개입하고, 또 어느 수준까지 정부가 관여할지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은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재정투입 효과를 얻지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현재는 수급조절위원회가 작성한 매뉴얼에 따라 일정한 가격 이하로 내려가는 단계까지는 매뉴얼에 따라 즉각 정부가 행동하고 위기나 심각한 단계에는 위원회가 소집돼 합의에 따라 강도 높은 대책을 도입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부가 수급조절에 언제 나설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를 예측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과도하게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으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뉴얼을 계속해서 손질해 나감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수급조절 기능이 고도화되는 장점도 갖고 있다.

■ 축산수급조절협의회 위상과 역할 강화 필요
이렇게 출범 초기부터 여러 성과를 내고 있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와 달리 품목별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다행히 수급조절위원회가 출범할 때를 기점으로 그동안 불안했던 한육우와 돼지수급불균형 상황이 여러 이유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에 사실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가 농산물위원회와 같이 역할이 크게 부각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농산물위원회가 탄탄한 법적기반 속에 움직이는 것과 달리 축산물은 그렇지 못하고, 수급조절을 위한 수단도 확보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농경연의 축산관측, 통계청의 가축사육동향과 같은 기초데이터와 시장에서의 가격정보를 종합한 상황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고도화가 필요해 보이고 농협‧품목별협회‧자조금‧정부‧유통업계 등 각 이해당사자가 위기 단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역할 분담이 사전에 합의되어 매뉴얼 화가 시급해 보인다.
지난해 연도 말 한육우와 양돈이 수급조절매뉴얼을 완성했고 그에 앞서 낙농분야가 업계 간 합의를 통해 수급조절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 낸 것은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초부터 낙농수급조절위원회의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가 발생했지만, 아쉽게도 낙농수급조절위원회가 당초 업계 합의로 작성한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수급불균형상황을 탈출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유인즉 수급조절을 위한 총론만 합의를 하고 세부 행동요령을 수립하지 못하면서 재량에 의해 수급조절 대책을 마련해 발동한 것이 주된 이유로 수급조절협의회가 오히려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수급조절을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면, 가축사육두수를 기초로 생산량을 예측하고 동시에 각 유업체가 보유한 분유재고량 등을 종합해 소비부분에서 위기를 감지해 상황에 따라 수급조절에 나서야 했지만, 세부 행동요령을 만드는 데는 실패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수급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핵심은 시장기능을 통한 수급조절
수급조절위원회가 만능일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신속해 시장에 공개하는 정보제공과 재량이 아닌 예측 가능한 매뉴얼에 따라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시장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 시켜 시장참여자들의 합리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시장의 힘으로 균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와 정부의 개입은 시장이 실패하는 위기순간으로 한정하되, 위기시에는 어려움을 좀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신속함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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