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공정거래 잘 정착하고 있는 걸까?
농식품 공정거래 잘 정착하고 있는 걸까?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5.04.16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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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들의 횡포에 납품업체 속수무책

실효성 있는 개선책 필요, 익명제보센터 활용해야
경영까지 영향 미쳐 울상…균형잡힌 거래 시급

◈대형유통업체들의 ‘갑의 횡포’

최근 대형마트의 영향력이 상승함에 따라 납품 중소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형유통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기업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울상이다.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항하는 업체 수는 줄어들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내하는 업체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갑의 횡포’를 들 수 있다. 업체 납품단가를 내리라고 협박하거나 대규모 유통업법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를 살펴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 등으로부터 고용된 인력을 파견받아 자기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되어있지만 대형마트들은 무임금으로 불법 파견근무를 강요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8월경 까페베네는 수년동안 거래관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들에게 상습적으로 횡포를 부려 역대 최고액으로 19억42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이어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판매촉진행사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경영정보 제출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 149개 납품업체의 상품에 대해 대행업체를 통해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부담시켜 12월 적발됐다. 자기 점포의 매출 활성화, 상품재고 부담해소 등 판매 촉진을 위해 대행업체를 통해 시식행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들과 행사비용 등에 관해 약정하지 않고 비용을 모두 전가시킨 것이다.

롯데마트의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되는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행위에 해당(법 제11조)함에 따라 13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이마트는 48개의 납품업체에게 현대백화점은 130여개의 납품업체에게 다른 유통업체에서의 매출액과 상품공급가격 등 경영정보를 요구해 각각 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같은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 해당(법 제14조)하며 대형유통업체가 경쟁 유통업체에 대한 매출액․상품 공급조건 등 정보를 취득할 경우 납품업체에게 판촉행사 진행이나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공급조건을 강요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높아 이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가장 많이 제시된 5가지 유형의 불공정거래 사례.

◈힘의 불균형이 불공정거래행위 촉진시킨다

대규모소매업자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시장지배력이 수요독점적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납품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유통분야 불공정거래행위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노력에 대해 응답기업의 60% 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평가는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거래하는 대규모소매점 수가 적은 납품업체 즉, 특정 대규모소매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납품업체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속적인 조사 및 시정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소매점과 거래하고 있는 납품업체의 공정거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여전히 대규모소매점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가 만연하고 있고 일부 중하위권 대형마트 등 고시 적용이 배제된 유통업체의 경우에는 여전히 납품업체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소매점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강력한 구매자의 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소매점의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불공정거래행위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자와 납품업체 간 분쟁 줄이는 효과 창출

지난 2012년 ‘유통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자들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판매장려금 수령 행위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정책과제로 지적했다. 판매장려금은 본래 유통업체의 판매노력에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대가의 성격이었으나 최근 대규모 유통업체가 ‘납품대금 대비 일정률을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비용부담’으로 변질됐다.

대규모 유통업법 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판매장려금 제도를 허용하면서도 그 범위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하정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 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각종 명목으로 판매장려금을 수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판매장려금 제도를 ‘판매촉진’이라는 대규모 유통업법 취지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판매장려금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장려금, 무반품장려금, 시장판매가격 대응 장려금, 재고소진장려금, 폐점장려금 등을 금지토록 심사지침을 제정했다.

이후 공정거래사무국은 그동안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산지조직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사례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많았던 ‘판매장려금제도’의 폐지 및 개선을 관계 당국에 건의한 결과 기본 장려금 등 폐지로 연간 1조2000억원의 부당한 판매장려금 부담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다. 또한 ‘대규모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이 제정됨에 따라 관련사항을 명시함으로써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체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창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최근에는 대형유통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사례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그동안 농업법인의 대표조직인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내에 공정거래사무국을 운영함으로써 거래단절 등 불이익을 울해 불공정거래 신고에 소극적이었던 산지조직들에게 접근성을 높이고 자율적인 대응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많은 예산과 인력투입 ‘시급’

따라서 불공정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행 고시 및 각종 제도의 타성적 운영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과감히 벗어나 고시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나아가 독자적 법률을 제정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대기업과 대형마트의 ‘갑질’을 막기 위해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른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관행 개선’ 일환으로 ‘하도급·유통분야 불공정행위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익명제보센터는 공정위 홈페이지(www.ftc.go.kr)내에 구축됐다. 제보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입력하지 않고서도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에 알릴 수 있다.

한편 현행의 공정거래사무국 업무는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운영됨에 따라 산지 납품업체들이 겪는 불공정거래에 따른 사례와 애로사항을 수집, 파악하고 이를 농림축산식품부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협의해 제도개선 및 과제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은 정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고 있고 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이에 협조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사무국으로서는 업무적인 한계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지금보다 규모화된 공정거래사무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투입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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