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통합 15년… 시너지 효과 실종
농축협 통합 15년… 시너지 효과 실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5.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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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분야 투자 감소로 산업 영향력 갈수록 감소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 인삼협중앙회가 합병해 2010년 출범한 통합농협은 여러 사업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 전망했지만, 합병 후 15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합병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직이 비대해 지고 이사진 간 품목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투자가 이뤄져야 할 부분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또 투자가 필요 없는 부분에는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합병 15년차를 맞이한 각 부문별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인삼부문에 한삼인이 과도한 투자의 한 예라 한다면, 축산부문은 양돈과 양계, 오리 분야에서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적기 투자를 하지 못한 또 다른 예이다.

과거 축협중앙회 시절에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축협중앙회가 막강한 자금동원력을 앞세워 선제적 투자로 배합사료, 양돈계열화, 육계계열화, 육가공분야, 도축사업 등에서 민간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었지만, 통합농협 이후 축산분야 투자는 번번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한우와 낙농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농협은 사실상 군소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농협이 산업에서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2008년, 배합사료와 양돈계열화사업에서 선도 업체로 영향력이 컸던 대상의 팜스코, 선진이 매물로 나왔고 실제로 농협에 인수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왔지만 저울질만 하다 하림 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갔으며 닭고기 계열화업체인 마니커도 목우촌을 통해 인수를 추진하다 이지바이오그룹이 인수하면서 아쉬움만 남겼다.

오리 계열화업체 중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했던 화인코리아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결국은 사조그룹 품에 안기면서 주력사업인 배합사료도 한우사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산업주도권을 민간배합사료 업체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목우촌의 닭계열화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식프랜차이즈의 강화가 필요했지만, 2010년 이후 매물로 나왔던 BHC, KFC와 같은 선두권 치킨외식업체들이 물건으로 나왔지만 관심도 가지지 못했다.

앞선 여러 차례의 투자기회를 놓친 농협의 역사를 감안할 때, 최근 인수협상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체리부로를 농협이 인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수많은 투자기회가 있었지만, 농협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주요 투자 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이 회원농협 위주로 이뤄지면서 축산부문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책임경영이 불가능한 대표이사 체제로 인해 투자 실패 시 모든 책임을 실무책임자들이 져야 하는 잘못된 구조는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여러 이유로 인해 전략적 투자에 나서지 못하면서 국내 최대 생산자단체이자 축산분야 대표 기업인 농협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중소가축 분야에서 농협의 역할과 위상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계통사료를 이용하지 않으면 조합원으로서 활동이 불가능한 회원축협의 운영 구조를 감안할 때 농협은 전체 농가의 생산자단체이기 보다는 농협 계통사료를 이용하는 전체의 30%의 농가 조직으로 그 위상이 축소됐고 이는 중소가축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착화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단이 있겠지만, 우선은 산업이 계열화된 육계나 오리부문에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농협 조합원으로써 지휘를 회복시켜야 하고 한발 더 나가 농협이 산지 조직화를 통해 생산한 원료 가축을 민간회사에 공급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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