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우 수출 가능성 진단
[이슈분석] 한우 수출 가능성 진단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5.1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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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우 중동갈 수 있을까?

 

■ 한우가격 폭락=수출 요구

한우고기 수출 이슈가 본격 등장한 것은 한우가격이 폭락했을 당시다. 1980년대 한우파동, 1998~2000년 2차 한우파동 처럼 한우고기 가격이 곤두박질치던 시절 어김없이 수출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1~2013년 공급과잉 시기에도 한우의 수출 필요성은 강하게 제기 됐다.

하지만, 한우공급과잉 시기 일부 시험 수출이 성사된 것 이외에 실제로 상업적으로 한우고기가 수출이 된 적은 없었다.

한우파동과 같은 위기가 아닌 평시 우리 한우고기를 일본의 화우수준으로 품질을 고급화(맛과 연도)한다면 수출이 가능하다는 상업수출 가능성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990년대 대비 맛이 월등히 좋아진 현재에도 한우를 수출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도 또 우리 한우를 사겠다고 나서는 국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규용 농림부 장관은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우리 한우를 맛본 해외 외교관들이 하나같이 한우의 맛이 훌륭하다고 했다며 수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실제로 한우고기는 서규용 장관 재임 시절 수출이 이뤄지지 못했다.

■ 물량도 가격도 수출하기에는 부적합

한우업계의 열망과 달리 왜 한우고기는 해외로 수출되지 못하고 있을까?

첫 번째는 한우고기의 낮은 자급률 때문이다. 공급과잉 시기였던 2011~2013년에 우리 쇠고기 자급률은 50% 내외에 머물렀다. 나머지 시장은 호주, 미국, 뉴질랜드 등의 수입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공급됐는데, 자급률 50%에 근접하자 가격이 하락했고 특히 제일먼저 송아지가격이 하락하며 국내 한우농가들의 수익이 급감하게 됐다.

수출을 하려면 우리가 소비하고도 어느 정도 수출 가능한 잉여 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산 쇠고기는 국내에 공급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고 2011~2013년 공급과잉 시기에도 어떤 식으로든 전부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의 사육규모로는 우리 한우고기 수출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두 번째 한우고기 수출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가격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쇠고기 시장을 살펴보면 한우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이후 육우, 호주산, 미국산 순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한우고기가 수입산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한우수입국에서도 한우고기의 가치를 국내처럼 높게 인정해 줘 높은 가격에 사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한우는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해외에서 들어온 쇠고기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한우가 중국에서 중국산 쇠고기 보다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은 높다. 중국에서 주로 사육되는 소는 물소로 고기소로는 부적합한 육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능력 면에서 월등한 호주산과 미국산, 뉴질랜드산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세계 쇠고기 주요 수출국은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를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쇠고기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토지가 우리와 비교해 무한이 많기 때문에 생산비에서 토지용역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더불어 소에게 급여하는 사료의 생산비 또한 우리와 비교해 낮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분야에서 경쟁 우위 요소를 찾을 수 없다.

■ 해외서 한우 프리미엄 가능성은?

일본의 화우처럼 미국, 호주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품질(맛)을 높여 수출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 한우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고 일본의 화우수출도 자국 생산량 대비 매우 작은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화된 모델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역이 점점 자유로워지고 통상관련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제 표준 가격에 근접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국내산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하지만, 당장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으로만 나가도 국내산 프리미엄은 사라져, 품질과 가격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한우고기의 수출이 가능해지려면, 국내 시장에 쇠고기의 공급 과잉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시장에 유통되는 쇠고기를 격리할 필요성이 높을 때나, 국가나 농협과 같은 거대 생산자단체가 주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추진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수급상황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농가가 있을리 만무하고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을 추진할 유통업체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 한우 수출 어려운 결정적 이유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을 모두 갖춰 수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수출을 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바로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검역문제다. 신선축산물의 수출입을 제한하는 장벽은 모두 사라졌다. UR협상 타결 이후 낮은 과세장벽만이 남아 있었으나, FTA가 체결되면서 낮은 저율관세마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축산물 수출입에 있어 비관세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데, 비관세 장벽 높이가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상시 발생하고 있어, 청정국이 되어 수출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수출길이 막힐지 가늠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때 국내 1위 오리 사육 및 가공 업체였던 화인코리아는 2004년 대일 수출을 위한 계약체결 그리고 수출을 위한 물량확보까지 마친 상황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면서 확보한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후 화인코리아가 확보한 수출물량은 두고두고 국내 시장에 부담을 주었는데, 수출을 하지 못한 오리고기를 국내시장에 유통시키면서 오리고기 공급과잉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수출을 하더라도 만약을 대비 국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출이 타진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우의 수출상품화 논의는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고 또 설사 모든 조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수출이 중단됐을 경우 우리 시장에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능성도 또 실익도 없는 수출논의를 중단하고 완전히 시장이 개방된 국내시장에서 국내산 쇠고기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또 과거부터 누려온 프리미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 그것을 찾는데, 우리 축산업계는 논의의 중심을 옮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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