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열화사업 농협이 산업에 더 도움 된다” 판단
<단독>“계열화사업 농협이 산업에 더 도움 된다” 판단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5.2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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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회장, 체리부로 매각 과정 전말 공개

 인수주체와 체리부로 시너지 발생 등 종합적 판단해 추진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이 자사의 농협 매각 추진 과정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김인식 회장은 체리부로의 농협으로 매각 추진은 앞으로 육계시장의 판도 변화, 농가들의 요구, 양사 결합에 따른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고, 인수금액으로만 판단한다면 농협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기업도 있었지만, 농협이 육계산업에서 역할을 해주는 게 산업에 유익하다는 판단 하에 농협으로 매각에 공을 들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초 접촉 이후 협상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체리부로가 어려워졌다는 루머가 돌고 이로 인해 농가들과 직원들이 동요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여러 차례 협상 중단을 고려했지만, 농가들의 강한 열망을 지나칠 수 없어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농협만 바라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협상 결렬을 대비한 독자 생존 방안 등 지속경영을 위한 자구책도 함께 마련하는 등 육계산업에서 체리부로가 계속해서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인식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주>

만난사람 : 김재민 국장<본지 편집국장>
사진․정리 : 김수용 기자

― 여러 업체가 체리부로 매각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 농협을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건강악화로 큰 수술을 받으며, 더 이상 경영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회사의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이야기 한 대로 여러 업체가 인수의사를 밝혔으나 국내 육계산업 그리고 양계농가들의 처지를 감안할 때 농협이 맡아 경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매각 대상을 농협으로 정했다.

― 50세라는 꾀 늦은 나이에 창업한 회사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리부로 어떤 강점이 있는 회사인가.
▲육계계열화사업의 완성을 위해 하림 이외에 어떤 회사도 하지 못한 원종부문에 대한 투자를 1990년대 단행했고, 종계 및 부화, 배합사료까지 일찌감치 투자함으로써 수직계열화시스템을 완성해 냈다. 2005년에는 일본으로 닭고기 수출을 위해 AI 청정지역인 제주도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국내 육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로 산업에 기여해 왔다. 아쉽게도 2004년 AI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호지분투자를 받아 2007년 최신 도계시설을 도입하며 업계에서 선도업체로서 역할을 이어올 수 있었다.

― 사육농가들과 어떤 육계계열화 회사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창립 이후 회사와 농가들은 파트너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04년 AI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농가들이 회사 회생을 발 벗고 나서주었다. 이후 회사 경영의 주요한 결정에 농가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며 사업 파트너로서 서로 인정해 왔다. 이러한 주요한 경험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회사경영에 농가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했다.

― 농협은 국내 대표 생산자단체이자 기업이기는 하지만, 육계부문 시장점유율 2.5%로 이 사업에서 만큼은 영향력이 미미한 기업이다. 농협을 매각 대상자로 삼은 구체적 이유를 밝혀 달라.
▲가장 큰 고려는 농가들의 강한 열망 때문이었다. 농협이 한우나 낙농처럼 육계부분에서도 역할을 해준다면 육계농가들의 위상도 한우나 낙농처럼 높아 질수 있음을 나도 알고 있고, 농가들도 그 것을 원했다. 위기에 가장 먼저 회사 회생을 위해 노력해 준 농가들의 열망을 뒤로 하고 다른 민간기업과 협상을 해나갈 수 없었다. 여기에 현재 농협 목우촌이 낮은 시장점유율로 고전하고는 있지만, 체리부로의 앞선 계열화시스템과 전국에 퍼져 있는 대리점, 농협이 보유한 탄탄한 소매판매 망이 만난다면 시너지 또한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현재 닭고기 산업은 서너 업체들이 주도하는 과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현재 체리부로가 그 서너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한두 차례 공급과잉에 따른 위기가 지나면 이들 업체들의 독점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과정에서 체리부로가 농협이 보유한 자본력과 결합한다면 이들 서너 업체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농협과의 매각 협상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협상이 마무리되고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단계에 와 있을 텐데, 이로 인해 협상 중단 등도 고려했던 것으로 아는데.
▲농협과의 매각 협상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협상 중단 선언을 여러 차례 고민했고 지난 3월 말에는 실제로 협상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와 인수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가들이 찾아와 더 노력해 보자는 강한 열망을 무시할 수가 없었고 거대 협동조합인 농협의 의사결정 방식이 일반 사기업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농축유통신문 김재민 국장의 기사를 통해 이해하게 되면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농협의 반응을 기다리기로 마음을 돌렸다.

― 농협의 반응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복 장사를 해야하는데 매각에만 매달리다 회사가 중요한 시기 어려워 질수도 있지 않은가.
▲지난해 AI 여파로 도계가 장기간 중단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난 1분기 닭고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단기적 경영상의 문제는 완전히 해소해 냈다.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필요한 투자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올해는 종계장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 지었고 냉장창고에 대한 투자는 진행 중이이다. 농협과 매각 협상 결렬에 대비해 불용자산에 대한 매각 등 재무건전성 확보와 지속 경영을 위한 장기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
체리부로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하림이나 마니커, 동우처럼 주주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재무재표 관리는 잘 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농협과의 매각 협상에서 이러한 것이 체리부로가 저평가 되는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계획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있어 독자 생존은 물론 회사의 가치를 높여 다른 기업과 매각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우선은 농협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다. 체리부로는 물론 육계농가, 농협에도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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