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축산단체는 왜 배합사료 업계를 걱정하게 됐을까?
<이슈분석>축산단체는 왜 배합사료 업계를 걱정하게 됐을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6.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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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격 담합 이슈에 한우협 단호, 축단협 유화적 입장

사료가격 담합 이슈에 한우협회는 단호, 축단협은 유화적 입장

단체간 미묘한 입장차 사료자본 영향력서 발생

배합사료업계가 사료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 위원회 조사를 받고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 전문위원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농자재에 대한 담합은 화학비료, 농약, 농기계와 온실용 비닐까지 주요 농자재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왔는데, 축산자재의 경우 이번이 첫 사례로 과징금 규모와 축산업계의 대응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 공정위에 축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축산단체, 과징금 철회해 주세요”

지금까지 농자재 담합 사실이 발표가 되면 농민단체와 농업품목단체들은 일제히 관련업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거나, 해당 기업을 찾아가 집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업계를 질책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배합사료 담합과 관련해 피해당사자인 축산업계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6월 1일 ‘공정위 사료가격 담합처벌 농가에 부메랑 돼서는 안 돼’라는 성명을 내고 “당초 알려진 것처럼 수천억원 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이는 부메랑처럼 사료가격에 반영 돼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료가격 인하 조치 등 축산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결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배합사료는 원재료의 90%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와 유사하게 연동되는 가격구조를 가지고 있고 경재 심화로 담합이 어렵다는 측면을 들어 담합 의혹이 시각차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당사자인 축산단체가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한 의견 제시가 재발방지나, 관련업계의 사과 등의 요구가 아니라 오히려 배합사료업계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 철회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배합사료업체 담합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담당조사관은 다음 달 전문위원 결정을 앞두고 있어 담합 여부와 과징금 부과 유무를 확인해 줄 수 없으나 축산단체 논리대로라면 어떠한 담합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사한 담합사건 마다 징벌적 과징금이 이미 부과됐고 시정조치까지 내린바 있다며 재발을 방지를 위해서라도 과징금 부과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장 강력한 공정거래법을 실시 중인 미국은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 적발 시 회사가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고, 우리 공정위가 과징금을 소극적으로 부과해 업체들이 담합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의견까지 있음을 감안할 때, 과징금 부과 철회 요구는 피해당사자가 아닌 잘못을 저지른 업계의 논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정위 담당자는 담합 기업들은 제품가격 인하 등을 통해 피해 당사자에게 보상을 실시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피해당사자가 해당업체에 요구나 담합기업들이 여론 마무차원에서 실시한 것이지 공정위의 소관은 아니라고 답했다.
 

“단체 간 이견 있었나”

이번 축산단체의 성명발표에 앞서 전국한우협회는 이번 축단협 성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단체 간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축단협 성명에 대해 한우협회 관계자는 “이번 축단협 결정에 대해 한우협회가 잘못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다만 한우협은 명백한 진실 파악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공정위 발표 이전에는 성명에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우협회의 성명 불참과 관련해 다른 단체의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던 협회 관계자들과 달리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이번 축단협 성명은 한우농가 입장에서 봤을 때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료 값 담합을 한 것은 업체인데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나서 오히려)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표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료업계가 처한 상황은 이해되지만 공정위의 담합의혹 조사의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하고 사료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이번 기회에 바로잡혀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우협회는 축단협의 6월 1일자 성명 발표 직후 협회 도지회와 시군지회에 이번 축단협의 입장과 한우협회는 뜻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긴급 지도 공문을 내려보내기 까지 했다.

단체 간 이견이 발생한데는 배합사료 업계의 시장 구조, 축종별 사료시장 점유율 등을 분석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한우농가들은 농협사료와 농협계통사료 이용률이 매우 높은데, 농협사료와 축협사료공장은 이번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양돈, 양계, 오리 사료는 80% 정도가 민간배합사료를 이용하고 있다. 낙농사료도 민간의 시장점유율은 50% 내외로 결국은 이러한 시장구조는 배합사료업계가 각 품목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사료자본 힘 확인”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막강한 사료자본의 논리가 어떠한 식으로든 축산업계의 논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우협회는 민간사료회사 영향력 밖에 있다 보니 이번 담합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끝까지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료자본의 논리는 축산분야 언론사에도 영향을 주어 이번 성명에 나오기 전 축산전문 언론인 A신문은 기획보도를 통해 배합사료업계가 담합을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논리는 축단협이 발표한 것과 같이 배합사료는 원재료 90%를 수입하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물은 국제곡물가에 연동하기 때문에 업체간 가격 조정시기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담합 조사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진 농협사료의 경우 사료가격 인상과 인하시기가 민간배합사료와 달라 언론과 축단협의 논리와는 상충된다. 지금까지 배합사료 가격은 시장 지배자 위치에 있는 농협계통사료의 가격 조정이 이뤄진 이후 다름 업체들이 따라가는 식으로 이뤄져 왔으나, 수년 전부터는 그러한 가격 조정 패턴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축산단체들은 여러 차례 민간배합사료에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축산업계관계자는 국내 축산업을 실제 쥐고 흔드는 사료자본의 힘이 언론은 물론 축산단체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 놓았다.

배합사료 회사들이 연간 지출하는 광고비는 수억원 대로 전해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영세한 축산전문 언론이 사료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비단 배합사료업체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한 A신문뿐만 아니라 축산업계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신문들은 하나같이 배합사료업계의 가격담합 관련 보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축단협의 발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배합사료업계를 배려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여기에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축산단체협의회에는 배합사료회사를 소유하거나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단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사안이다.

육계협회에는 하림과 올품, 마니커, 성화식품 등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들 업체들이 속한 하림그룹과 이지바이오 그룹은 국내 1,3위(2015년 1분기 기준) 배합사료 회사들이다. 육가공협회는 현재 하림그룹 이문용 사장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고, 육가공협회 내에도 CJ, 사조 등 배합사료 부문을 보유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축단협의 성명도 축산언론의 보도도 사료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2006년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담합이 결정 난후 국내 최대 밀가루 사용업체 중 하나인 SPC그룹(샤니,삼립, 파리바게뜨)이 제분업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승소한 바 있다. 비료, 농기계, 농약 등의 담합이 적발된 이후 농협도 손해보상 소송을 검토하기도 했고, 한농연, 전국농민회 등도 마찬가지다.

축산단체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사료가격 인하가 됐든 어떤 식으로든 배합사료업계에 사과를 요구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인다.(현실은 사료업계를 두둔하고 있지만)

하지만, 단순히 이번 사안에 대해 축산업계가 분노하거나 처벌을 요구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번 사안이 마무리 한다면 또 다른 불공정한 행위가 반복해서 일어 날 가능성이 높다.

배합사료산업은 국내 축산업의 전방산업으로 축산업계의 주요 파트너이고 축산업이 국내에 존재하는 한 고우나 미우나 늘 함께 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동반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유통구조 개선을

특히, 담합 논란은 불투명한 유통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거래제도를 만드는데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부는 담합을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배합사료가격 표시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 제도가 취지처럼 담합의 유혹을 이겨내고 업체 간 품질, 그리고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배합사료 판매 경로의 계열화에서 기인하는데, 농협사료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료제조메이커들이 자사와 전속 거래하는 대리점 등 판매경로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은 제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는 수차례 배합사료의 불투명한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배합사료제조사가 이용 가능한 유통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배합사료의 하이마트라 비유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주체는 지역축협이라고 소개도 했다.

배합사료 가격 발견 기능의 교란은 농협계통사료의 시장지배자적 위치의 상실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표면적 시장점유율은 30%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우, 육우, 낙농사료에 집중되어 있고, 양돈, 육계, 산란계, 오리 사료에서 시장지배자는 하림그룹과 이지바이오 그룹이기 때문이다.

결국 품목별로 시장지배자가 상이하고 전통적 가격 발견 메커니즘이 붕괴되는 과도기에서 담합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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