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농협 출범 15년' 시너지 효과는 어디로
'통합농협 출범 15년' 시너지 효과는 어디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6.29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성 없는 이사회 의사결정 난맥, 투자 지체․실패 원인

비대한 조직, 순환근무, 주인 없는 조직… 혁신 이끌 인재 양성 실패

품목별연합회 양성화 통해 지배구조 개선, 전문성 높여야

7월 1일은 농협중앙회․축협중앙회․인삼협중앙회가 합병해 통합농협이 출범한 날이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올해는 통합농협 출범 15년이 되는 해다.

통합 협동조합법 제정을 통해 쉽게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던 농축협 통합은 국민의 정부 인수위 과제에 오른 이후부터 따진다면 1998년 1월 국정 과제에 오른 이후 약 2년 6개월여 만에 통합이 마무리 됐다. 2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구 축협중앙회 신구범 회장이 국회에서 농축협 통합에 반발해 할복을 시도하는 등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농협․축협․인삼협 중앙회가 합병한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화학적 통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여러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 등이 당시에 발표됐다. 통합농협 출범 15주년을 맞아 당시 밝혔던 시너지 효과는 과연 발생했는지 농협은 농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통합의 시너지는 어디에
농축협 통합은 여러 사업에서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 전망됐던 것과 달리 합병 15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합병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축협 · 인삼협이라는 간판 대신 농협이라는 간판을 바꿔단 회원축협이나 인삼협 모두 신용사업이 크게 신장하면서,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여윳돈으로 목적사업이라 할 수 있는 경제사업 부문까지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중앙회의 경우는 합병 이후 축산부문과 인삼부문의 성적표는 좋지 못하다.

본래 농협이라는 조직 자체가 매우 거대했는데, 거기에 축협중앙회와 인삼협중앙회까지 갖다 붙이니 조직이 비대해 지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은 더욱 어려워졌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 그리고 대의원회 구성원들이 다른 품목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다른 부문의 확장을 견제하면서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등 합병 15주년을 앞둔 현재까지 합병의 시너지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투자실패 대명사 한삼인
인삼부문의 경우 합병 직후 한삼인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2009년 증평에 GMP시설을 갖춘 인삼가공공장을 완공했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 1위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을 곧 따라 붙을 것처럼 자신했었다. 하지만 계속된 사건사고로 농협인삼의 이미지는 실추됐고, 시장점유율은 회원인삼농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기까지 했다.

회사의 청산도, 계속경영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결국 자본금 수백억 원을 중앙회가 더 집어넣고 ‘농협한삼인’이라는 회사명도 농협홍삼으로 바꾸는 등 고강도의 사업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농협홍삼의 좌절은 포화상태에 있는 인삼가공시설에 대한 무리한 고정투자가 원인으로 회원조합들이 보유한 공장에 제조를 맡기고 중앙회는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전념하는 분업화를 추진했다면 자본금 잠식이라는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한국인삼공사 등과 산지는 물론 소비지까지 경쟁하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협력하는 모델로 사업방식을 바꾸는 등 산지조직화를 통해 원료인삼의 메인 공급자 역할로 사업모델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농협홍삼뿐만 아니라 회원인삼조합 모두 원료인삼의 수매와 가공, 판매까지 모두 하는 수직계열화된 모델로 사업을 추진 중이나 계통 조직 대부분 판매 부진과 막대한 재고부담으로 제대로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 10년간 투자 중단 축산부문
인삼부문이 과도한 투자와 사업모델의 잘못된 선정이 실패의 원인이라면, 축산부문은 2000년 합병 이후 10여 년 동안 투자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축산부문에서 농협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실수를 범했다.

농협중앙회가 2000년 합병이후 현재까지 실제 투자는 가락축산물공판장의 음성이전, 안성목장의 체험목장으로의 전환, 농협사료 경주공장, 원주공장의 인수, 군산공장 재가동, 유기사료공장 건설 정도다.

이중에서 음성공판장의 경우 서울시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과정에서 혐오시설인 도축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투자였고, 실제 투자는 농협팜랜드와 배합사료 부문의 투자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투자가 2008년 이후 이뤄졌기 때문에 통합 후 8년간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축협시절 자산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분석이다.

오히려 이 기간 축산자회사의 축산유통을 폐지하고, 청양유가공공장 매각, 화성육가공사업소 등 육류가공장에 대한 매각 등 보유자산에 대한 매각과 축산조직의 축소에 더 힘을 쏟았다.

■ 농협 생산자 단체 역할 대폭 축소
2000년 축협이 농협과 합병을 앞둔 시기 국내 배합사료 업계는 큰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축협과 농협이 별도로 있던 시절 민간배합사료회사들은 농협 조직을 통해 상당한 배합사료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농축협이 통합될 경우 농협계통사료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배합사료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10여년 간 농협은 사실상 투자가 중단된 상태였고, 민간 축산관련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육계와 양돈부문 계열화에 민간기업들이 집중하면서 농협의 역할이 축소되고 말았고, 양돈부문의 경우 도드람, 부경양돈, 대전충남양돈이 아니었다면 농협중앙회는 한우와 낙농 부분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생산자단체로 그 위상이 추락할 뻔했다.

특히 육계부문의 경우 산업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농가를 조직화 하고, 배합사료와 육가공, 유통부문의 투자가 필요했으나 1999년 음성계육가공공장 준공이후 이렇다 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민간업자들이 시장의 97.5%를 점유하고 농협은 2.5%의 시장점유율에 50여 농가만이 농협을 통해 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여기에 하림과 이지바이오 등의 기업들은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배합사료부문과 양돈계열화, 육계계열화사업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농협은 하림그룹의 자회사인 팜스코와 선진, 이지바이오그룹의 자회사인 마니커, 현재 사조그룹 자회사인 화인코리아 등이 매물로 나온 당시 검토만 하다 경쟁사가 모두 인수해 가면서 2010년대 들어 산업의 주도권을 민간에 넘겨주는 실수를 범했다.

현재는 국내 중견 닭고기 가공업체인 체리부로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또 다시 인수불발로 그치지 않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농협경제도 마찬가지
농업경제부문도 2000년 자회사인 남해화학이 영일케미컬(현 농협케미컬) 인수와 최근 국내 1위 종자업체인 농우바이오를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투자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몇몇 지역에 하나로마트와 대규모 농산물유통센터를 건립하기도 했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유통재벌들의 투자와 비교했을 때 농협중앙회의 소매유통부문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안성유통센터 건설과 농우바이오의 인수도 정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했던 것으로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나마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들이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야 했지만, 아름찬 농협김치 외에는 국내산 농산물을 가공해 대중적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축산부문 목우촌의 햄과 소시지, 농협홍삼의 인삼가공품 마저 없었다면 식품분야에서 농협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축소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농협 이사회가 실패의 주된 원인
농협이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농협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사회를 지역농협조합장들이 장악하고 있고, 축산과 인삼부문은 전체 이사진 규모를 고려 할 때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중앙회장도 회원농협 출신으로 다양한 품목을 담당하고 있는 통합농협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탁월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앙회장, 이사진 모두 비상임에 4년 임기제이기 때문에 경영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임대표이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임기가 2년에 불과하다 보니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 실적에 몰두할 수밖에 없어 지속가능한 성장 또한 저해하고 있다.

여기에 2013년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는 경제지주를 출범 시키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지주 출범에 따라 농협은 3중의 이사회 구조를 가지게 됐는데, 자회사 이사회-농협경제지주 이사회-농협중앙회 이사회로 자회사 이사회가 어떤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주이사회, 중앙회 이사회의 의결을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이 추진되기가 어렵고 비밀유지 또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느린 의사결정 구조에다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막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주요 결정에 가담했던 회장, 대표이사, 이사, 집행간부인 상무들은 짧은 임기로 자리를 떠나거나 또는 비상임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이를 추진했던 실무담당자들이 징계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책임을 질만한 사업을 개발해 추진하기 보다는 주어진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승진을 위한 이력관리에 몰두하는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 ‘순환보직’ 전문성 부족 이상한 매뉴얼
여기에 공무원 사회나 있는 순환보직제도 운영으로 직원들의 전문성이 없다는 것도 신규 사업 등 고정투자에 매우 보수적으로 임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력사업에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농협은 사건사고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직을 2~3년 주기로 바꾸다 보니 업무의 숙련도도 떨어지고,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 혁신을 주도할 만한 인재 또한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농축산물 판매 부문의 경우 민간 기업들은 거래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영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현장조직에 주어지지만, 농협은 신용파트, 농자재파트, 유통, 가공 할 것 없이 모든 사업영역에 동일한 규칙과 매뉴얼이 주어지고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어 사업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나마 내부거래와 회원조합과의 거래가 많은 사료, 비료, 농약과 같은 농자재는 사업 파트너인 회원조합도 매뉴얼에 따라 거래를 하기 때문에 문제될게 별로 없지만, 무수한 민간업체와 경쟁하고 거래를 해야 하는 유통이나 목우촌과 같은 사업부서의 경우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규정으로 인해 소극적 영업활동으로 일관하면서 대부분의 계열사 매출이나 손익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 중앙회 지배구조의 변화 필요
이러한 농협의 구조적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농협 조직을 1인 지배 구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3년 사업구조 개편 이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모두 하나의 조직 안에 있다 보니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수익을 경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중앙회 내부로 뭉쳐야 했지만, 지금은 금융부문이 분리된 만큼 각 부문이 중앙회나 경제지주라는 조직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사업확장을 위해서는 현재 농협의 사업부문을 과감히 분야별로 분리해 독립시키고 농협중앙회장에 버금가는 권한과 책임을 각 부문별 회장에게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업연관성이 없는 축산경제와 농업경제를 분할하고, 이를 더 전문화 해 농업경제부문은 식량, 청과, 특작 등으로 전문화 하고, 축산부문도 한우, 양돈, 가금, 낙농으로 전문화 하되 이들 연합조직이 유통이나 사료나 비료 등 사업연관성이 높은 사업부서나 자회사롤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추진했던 품목별 연합회, 품목별 연합조직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품목별 조직 중심으로 사업부서와 인원을 배분할 경우 관련된 분야 내에서 순환업무가 가능해져 전문 인력이 다수 배출 될 수 있고, 조직과 직원의 전문성이 높아져 혁신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소수가 지배하는 거대 협동조합의 폐해인 비전문성과 함께 지나친 사내정치, 선거운동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줄서기와 부정부패 등의 문제를 해소해 낼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명망 있는 리더가 곳곳에 배치될 수 있어 책임경영은 물론 분야별 반목과 갈등에서 오는 비효율이 사라지면서 협동조합의 정상화에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