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민주화에서 신경분리까지
협동조합 민주화에서 신경분리까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7.17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 번째 농협개혁의 방향과 과제

머지않은 시기 농협개혁 필요성 또다시 대두 될 것
품목별 연합회 중심의 분산된 지배구조 대안
회원조합 규모화, 전문화 동시 추진해야 성공

본지에서는 농협, 축협, 인삼협 3개 협동조합 중앙회 통합 15주년을 맞아 ‘통합농협출범 15주년’이라는 주제로 작은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6월 22일자 “통합농협 출범 15년 시너지 효과는 어디로”라는 제목의 보도에서는 3개 농협의 통합으로 중앙회는 슬림화 되고 회원조합은 규모화가 되면서 여러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3개 조합의 통합은 중앙회는 더욱 비대해 지고 회원조합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면서 여러 난맥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잘못된 지배구조, 전문성 부족, 품목 간 견제와 갈등 등으로 인해 통합 농협은 각 품목의 전문성이 훼손되고, 산업에서의 영향력이 저하되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한바 있다.

7월 6일자 당시 통합농협 출범을 주도했던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과의 인터뷰에서 김 장관은 당시 농협개혁의 목표가 중앙회의 규모는 축소하고, 회원조합을 700여개로 합병 규모화 함으로써 실제 사업을 회원조합 중심으로 끌어가는 방안이었다며 1단계 구조조정 이후 2단계 농협구조조정이 실천되지 못한 점에 대해 큰 유감을 밝혔다.

신경분리와 관련해서는 판매농협 구현이 목표였다면 신경분리를 하지 않고도 여러 가지 대안이 있었을 터인데, 자금줄을 잘라버리는 신경분리 보다는 신경통합경영이 농협의 사업 활성화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주인은 빠진 농협 개혁 논의

두 번의 특집 보도를 위한 취재 그리고 농협 구성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깨달은 것은 농협 개혁 중심에 농민과 농협직원은 없었다는데 있다.

실제 농협개혁의 주체가 돼야할 농협조합원 그리고 그들의 대표인 조합장은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관료와 정치권, 농민단체의 요구가 반영되는 모양이 그 동안 농협개혁의 추진 과정이었다.

농협개혁의 주체가 됐던 학계, 관료, 정치인, 농민단체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농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의 실제 문제 그리고 그 문제로 인한 현상을 명확히 짚어 내야만 농협 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는데 농협개혁의 주체들은 맹인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 듯, 농협의 일부 문제점을 침소봉대하거나 겉모습만 가지고 농협의 문제를 지레짐작해 판단하고 진단하다 보니 농협개혁 이후 농협의 사업이 더 후퇴하거나 정체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진단이 부실하지 처방전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농협개혁의 대상이 되는 농협구성원들의 비협조까지 더해지면서 농협은 개혁이 추진될 때마다 농민들의 기대와 멀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협동조합의 민주화

농협 1990년 이후 농협은 세 번의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여기서 농협은 통합 이전 축협, 인삼협 시절을 포함) 1990년 농협의 민주화, 2000년 통합농협 출범, 2013년 신경분리로 각 시기별 농협개혁은 어쩌면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농협이 민주화되기 이전에는 중앙회장을 정부에서 임명하고 회원조합장을 중앙회장이 임명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농협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공기업과 같이 운영이 됐다.

은행과 농산물판매, 농자재공동구매와 같은 목적사업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많은 사업을 대행하기도 했다. 정부의 행정력보다 농협이 조직력이 막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해 협동조합으로서 자율성은 사라지고 조합원들도 농협을 하나의 관공서처럼 취급을 했다.

당연히 협동을 통해 판매교섭력, 구매교섭력을 키우는 노력보다는 농민들의 민원해결 창구로 전락하고 말았고 농협 중심의 협동조합 운동을 통한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는 고착화 됐다.

1980년대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해 제도적 민주화가 빠르게 도입되던 시기, 협동조합의 민주화도 추진됐으며, 그 동안 정부가 임명하던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투표로 선출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의 민주화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조합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말았다. 먼저 농민들 자체가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합장에 당선된 농민조합원은 협동조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랐다.

더더욱 전문성이 없는 은행까지 운영해야 하다 보니, 잘못된 대출 등이 난무하며 농협의 방만 경영, 부실경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농협의 이미지는 극도로 나빠졌다.

특히 이전까지 농협중앙회장은 대게 농업고위 관료들로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있었으나, 민주화 이후 농협회장의 경우 조직 운영경험이 적고 관료보다 교육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다 보니 여러 난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 통합농협 출범

통합농협의 출범은 중앙회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회원조합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중앙회가 보유한 사업장을 회원조합이 직접 경영하게 하고, 대신 회원조합의 수를 당시의 절반이하로 통합시켜 회원조합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었다.

중앙회 슬림화라는 개혁목표는 이뤄지지 못했고, 축협, 인삼협의 흡수한 농협중앙회는 더 거대한 농협중앙회가 되고 말았고 회원조합의 구조조정은 이뤄내지 못했다.

통합농협 출범 이후 기대는 이번에는 농협이 농산물유통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줄 것이냐에 있었다.

때만 되면 산지유통의 절반까지는 농협이 책임지겠다는 구호가 있었지만, 통합농협 출범 이후 15년이 흘렀어도 농협의 농산물 판매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그 사이 민간대형유통의 힘이 강해지면서 대형유통업체가 농협보다 산지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는 전략을 수정해 농협중앙회는 대형유통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벤더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신경분리 돈줄을 차단하다

통합농협 출범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했던 경제사업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자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쉽게 돈을 버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느라 목적사업인 농산물 판매를 등한시 한다며 신용부분을 떼어내는 안을 강력히 정부에 요구한다. 2단계 농협개혁인 회원조합 구조조정 대신 또 다시 중앙회 개혁을 들고 나온 것인데 농협이 농산물 판매를 못하는 것이 신용 부문 때문이라는 전제하에 신경분리가 단행됐고 이후 농협의 경제사업은 크게 위축되고 만다.

농산물판매나 농자재 공동구매사업을 진행하며 신용사업서 벌어드린 이윤을 경제사업에 쏟아 부으며 지탱해 왔지만 신경분리 이후 이러한 선제적 투자가 막히게 됨에 따라 농협의 신규 투자는 더욱 보수적으로 변했고, 농민은행이라는 농협은행의 강점도 사라지며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던 농협금융지주도 몇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네 번째 농협개혁을 말하다

앞선 세 차례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정부는 덴마크의 데니시크라운(양돈조합), 스웨덴의 알라푸드(낙농조합), 미국의 썬키스트(과수조합), 뉴질랜드의 폰테라(낙농조합), 제스프리(과수조합) 등을 들먹이며 내수는 물론 세계 농축산물시장까지 쥐락펴락하는 협동조합으로 농협을 육성하겠다는 장담을 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농협이 서구의 선진협동조합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것은 어려운 목표로 보인다.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직접선출하고 중앙회를 슬림화하고, 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한다 해서 농협이 앞서 소개한 서구의 막강한 구매와 판매력을 갖춘 협동조합으로 거듭 날 수는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진행된 협동조합 개혁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농촌형장에서는 한가락 한다는 농민들은 농협과의 거래를 하지 않고 독자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고, 지역 농협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유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는 방법은 과감한 구조개혁 밖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농민단체들은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대의원조합장이 선출하도록 돼 있는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장의 직접투표 방식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회장이 자신의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조합장들의 권리를 회복하자는 것인데 회장 선출방식이 문제라면, 선관위가 주관하는 조합장동시 선거 때 중앙회장도 조합원이 함께 선출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면 중앙회장이 자신의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러 농협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는 식량, 채소, 과수, 축산, 인삼, 특작, 가공, 농자재, 유통 그리고 금융까지 여러 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농협을 각 부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앙회장 1인이 지배하는 구조라는데 있다. 중앙회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중앙회장 직선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과제로 밖에 볼 수 없다.

 

■ 농협 지배구조 분산

농협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해 제값을 받고 판매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의 농협개혁은 각 품목의 특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될 있도록 지배구조의 분산을 핵심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중앙회 구조를 탈피하고, 품목별연합회 중심으로 농협중앙회의 자산과 인력을 배치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회원조합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화와 품목별 전문화를 통해 연합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농민과 접점에 있는 회원조합의 산지유통기능이 강화되고, 연합회가 각 품목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함으로 현재의 구조보다는 각 품목에 적합한 결정을 보다 빨리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품목 간 연합이기 때문에 그 동안 문제로 여겨졌던 전업농 등 대군농가의 농협이탈을 막고 농협을 통한 사업 추진 유인도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농협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한 농협은 아직 3차 개혁의 성과를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부터 신경분리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머지않은 장례에 농협개혁 이슈는 다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이며, 그 때 요렇게 가상으로 그려본 연합회 중심의 농협개혁은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거론 될 것이 분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