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우유 마실 아이들이 없다"
인구절벽…"우유 마실 아이들이 없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7.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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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계, 저출산 여파 원유 감산 불가피

14세 미만 인구 5년간 93만 명 감소

낙농유가공업계가 수급불균형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 전개, 저능력우 도태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분유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어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유가격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수년째 가격 인상을 유보하고 있고, 유업체들도 덤주기, 할인판매, 신제품 출시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제품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소비는 늘어나 일시적으로나마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였지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낙농유가공업계의 위기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편적인 수급조절 정책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구조변화에 따른 영향이 낙농업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 저출산과 수급불균형

2002~2003년 최악의 원유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했던 낙농유가공업계와 정부는 암소도태, 쿼터제도입, 농가폐업 지원 등을 통해 당시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하지만 그 당시보다 수급상황이 더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결 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즉 2002~2003년에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낙농진흥회가 전체 원유의 약 80% 정도를 집유하고 있어 정부가 수급불균형에 따른 손실을 입는 구조였지만, 현재 낙농진흥회가 관여하는 물량은 20% 남짓이어서 2002~2003년 당시 처럼 정부로서는 급할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2002~2003년의 원유수급불안이 갑작스러운 수입증가와 원유증산에 따른 공급 증가에 있었다면, 2013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수급불균형은 수입이나 생산증가 보다는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인 것도 큰 차이를 보인다.

원유생산량의 큰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분유재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는 국내산 원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로 이와 대조적으로 수입유제품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낙농가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입유제품의 수요가 전반적인 유제품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데는 국내산 원유는 영유아용 조제분유, 백색시유, 가공유, 발효유 제조에 주로 사용되고 있고, 수입유제품은 주로 치즈와 분유형태로 들어와 여러 가공품의 원료, 치즈를 원료로 하는 식자재로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재료로 활용되는 치즈의 소비층은 전 연령대인 반면, 국내산 원유를 활용하는 시유의 소비층은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에 집중돼 있어 분유재고 증가가 수입 증가 보다는 국내산 유제품의 수요감소라는 가설을 뒷받침 하고 있다.

결국 원유생산량이 수년째 정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이후 분유재고량이 계속 증가하는 원인은 소비인구 감소로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의 원유수급불안을 해소할 방법은 결국 전통적 우유소비층인 14세 미만이 아닌 15세 이상의 성인의 우유소비를 더 늘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 절망적 메시지 “너무 줄었다”
우유의 주 소비층인 0~14세까지의 인구가 2000년에는 991만1229명으로 1000만 명에 육박했으나, 15년 뒤인 2015년 14세 이하 인구는 703만9594명으로 287만1635명(29%)이 줄어들었다.

주 소비층의 1/3일이 사라졌으니 낙농유가공업계가 소비감소로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낙농유가공업계가 해야 할 일은 15세 이상 성인층의 우유소비 촉진, 수출 그리고 감산이라는 3가지 카드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해야 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수출은 국내산 원유의 높은 가격을 고려할 때 쉽게 증가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15세 이상 성인의 우유소비를 늘리는 일도 단기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유가공업계는 14세 미만 인구 감소에 대응해 2010년 이전까지는 커피음료 출시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이자 최근에는 그릭요거트 열풍 등에 힘입어 발효유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단맛이 강한 기존 발효유와는 차별화된 단맛을 가미하지 않은 대용량의 호상발효유를 출시해 건강을 생각하는 성인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낙농진흥회가 발표한 발효유 소비량을 감안할 때 그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이번 수급 불균형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수요만큼 우선 감산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희망적 메시지 “감소추세 완화”
여기서 희망적 메시지를 던져줘야 할 것 같다.

바로 2015년 이후 가파르던 14세 미만 인구의 감소세가 완만한 추세로 바뀐다는 것이다.

2010~2015년 14세 미만 인구는 무려 93만5780명이 줄었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산한 인구 구조 전망치에 따르면 2015년~2020년까지 14세미만 인구는 25만1162명이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2015년 이전 연간 19만 명 가까이 감소했던 14세 미만 인구가 2015년 이후부터는 5만 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2015년 감산만 제대로 이뤄낸다면 이후부터는 성인층에 대한 판촉강화, 수출을 위한 시장개척 등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벌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낙농유가공산업 위기가 주는 시사점
낙농유가공업계가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로 소비감소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듯 시간이 지나면 다른 농축산물도 이 같은 수요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인구절벽을 낙농유가공업계가 격고 있듯이 다른 품목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닭고기, 계란, 돼지고기, 쇠고기의 소비가 유제품처럼 특정 계층에 몰려 있지는 않지만, 닭고기와 계란 소비는 우유와 마찬가지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소비가 많아 저출산에 따른 영향을 가장 먼저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0대 중반 이후 건강을 생각해 육류섭취를 줄이는 경향 등을 감안할 때 인구구조의 변화는 축산물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고, 식료품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15~64세 구간의 인구가 2015년 대비 2025년에는 200만 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전체적인 인구감소에 따른 농축산물 소비감소 또한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쿼터 비축과 소각만이 해결법
감산이 유일한 해법이라면, 감산 방법에 대한 논란을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낙농업계는 2013년 쿼터제 도입 이후 쿼터거래가 활성화 되어, 기준원유량은 농가의 재산이 된지 오래다.
많은 투자를 통해 목장의 규모를 늘려 놓은 상황에서 농가의 자율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농가의 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가 되고 많다.

2003년 정부가 농가에 폐업보상금을 지급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농가의 쿼터를 사들여 일부는 소각하고 일부는 수급상황이 호전됐을 때 다시 농가에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2000년 대비 우유주소비층이 30%가 사라졌다. 그러나 현재 원유생산량은 여전히 220만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전부터 쿼터은행 이야기가 낙농업계로부터 요구됐던 것을 감안해 낙농진흥회가 쿼터은행 역할을 수행하고, 정부와 유업체가 일부기금을 조성해 매입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어쩌면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도 성인층 우유소비 확대도 단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좀더 감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이번 인구구조 변화에서 오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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