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유통 선진화 어디까지 왔나?
축산유통 선진화 어디까지 왔나?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7.2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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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유통 선진화 방안 전문가 좌담회 지상중계]

생산부문 성과 대비 유통분야 투자·실적 미흡
LPC 사업 실패, 지육중심 유통문화 이해 부족
도축·1차육가공·소매 등 각 분야 역할 인정해야
농민 중심 협동조합형 패커·포장유통 등 필요
유통분야 종사자 처우개선 및 인식개선 병행돼야  

 

황명철 박사 : 최근 KBS가 농협축산물공판장의 지육 운송이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국내산 한우 등 축산물 이미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부분육 유통, 박스포장 등을 오래전부터 권장해오고 있지만, 발골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육류유통업자들의 관행에 밀려 지육중심의 유통체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장동, 독산동 축산물 시장처럼 소비자들이 혐오할만한 전근대적인 축산물 가공과 판매시설이 여전히 성업하며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처럼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육류유통시장은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영세한 식육점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선진화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늘 이 자리는 LPC건설, 계열화사업, 등급제, HACCP도입, 도축장구조조정 등 그 동안 정부가 진행해 온 축산물 유통과 관련 정책을 평가해보고 우리나라 유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FTA와 TPP시대 축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유통업계 위생과 관련된 인식 낮다”

이근수 위원장 : 우리나라 축산물 가공시설에서 육류가 가공되는 것을 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축산물 위생은 심각하다. 15년 전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정육 판매를 한 경험에 비춰보면 유통종사들의 위생관념은 많이 뒤쳐져 있었다.

일본과 프랑스 같은 선진국의 경우 육류유통 종사자들의 인식이 매우 높았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위생관념이 몸에 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공장의 시설도 열악한 데다 유통종사자의 인식이 떨어지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들에게 사명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이익을 고려하는 시스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도축장 이후 축산물 처리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정부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최재혁 과장 : 농가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농가들의 위생에 대한 의식 수준은 많이 올라와 있다.

옛날처럼 '그냥 키운다'의 개념이 아닌 HACCP과 같은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문제는 도축장을 떠난 후의 비위생적인 유통과정이다.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과 같은 협동조합형 패커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육점이나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같은 경우 지육유통이 성행하는 것은 그만큼 마진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부분육이나 포장육거래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본다.

“유통단계 축소 사실상 어려워, 각 공정 내 개선점 찾아야”

이선우 부장 : 축산물 유통은 공산품과 달리 운송과 도축, 소분하는 단계는 꼭 필요한 과정으로 축소는 어렵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에 대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접근부터 시작돼야 한다.

현재 1차 가공업체가 전국에 2700여개가 있고 이 중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는 1300여개 정도다. 5만여 정육 판매업체 중 HACCP인증을 받은 곳은 488개소다. 이들이 위생을 지키지 않는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나름의 위생적 조건을 갖췄다고 본다.

소비자나 정부에 적발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인데 개선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지육운송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도축장 내에서 가공이 이뤄져야 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다만 우리나라 여건상 도축장 내에서 가공시설을 갖춰 육류를 유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의 도축장 구조조정 목표가 36개다. 여기에 수십개의 가공장이 들어선다 해도 국내 수많은 유통물량을 책임지기에는 버겁다는 얘기다.

전국의 수많은 업체들이 수많은 거래처를 확보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자생적으로 생긴 조직을 무시하고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한 사업을 하는 유통종사자들의 목적은 수익이다. 지육이나 부분육 유통은 당사자가 이익을 따져 결정하는 만큼 이들이 부분육 유통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즉석가공식품을 다루는 공방이 상당히 발달돼 있다. 이 같은 공방을 통해 백화점 납품과 대형마트 등에 육류공급이 이뤄진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공방을 인정해주면서 유통정책을 조화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규모화를 위한 정책과 기존 인프라와 화합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LPC사업 너무 이른 도입 실패 불러”

김호길 전무 : LPC(축산물종합처리장) 건설사업은 90년도 후반에 시행됐지만 시대에 맞지 않은 정책이었다. 10곳이 넘던 LPC가 현재 목우촌을 제외하고 주인이 바뀐 것이 이를 방증한다.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도 단순히 36개가 정부목표라고 해서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도축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현재 도축장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도축장이 개방돼 있어 여러 사람이 드나들었던 과거와 비교해 지금은 위생상 도축장 보안이 강화됐다. 그만큼 선진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할 만큼 대형 도축장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7개의 할랄도축장까지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도 도축장을 규모화·선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축산물 시장에 매몰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거대 중국시장에 국내 축산물이 진입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또한 지속돼야 한다.

“부분육 상장경매 위생문제 해결 가능”

승종원 팀장 : 정부가 추진한 LPC사업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유통업자들은 10평도 안되는 점포에서 하루에 1~2마리 정도를 거래하면 대략 1억원 규모의 자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열악한 유통환경에서 큰 이익이 없는 포장육 유통은 실현될 수가 없다.

전국 4개의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부분육 상장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부분육 경매를 통하면 위생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소와 돼지 부산물을 도축장에서 가열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한다면 마장동과 같은 부산물 처리 문제점도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육과 부분육 반출비율 목표 설정 필요”

김재민 국장 : 처음에는 소·돼지 유통을 닭고기처럼 포장유통 의무화로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봤다. 그러나 지육거래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도에 대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유통구조개선사업의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 판단된다.

기존 인프라에 점진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도축장에 육가공공장을 지어 지육반출과 부분육 반출이 비율을 절반으로 설정하는 정책이 타당해 보인다.

목표를 정해놓고 목표치를 달성하면 재설정 과정을 거쳐 부분적으로 포장육 유통 시장을 늘려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축산물 유통 인센티브 지원 등 정부개입 필요”

이근수 위원장 : 육류 유통업자, 생산자 모두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도축 및 유통업자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는 해결책이 도출될 수 없다. 일본처럼 축산물 유통 문제는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등의 정부개입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정육점에서 HACCP을 지정받은 업체가 400여개밖에 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생산자 단체는 품질좋은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계속된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유통업계와 생산자 단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농가중심의 협동조합 패커육성 필요”

최재혁 과장 : 축산물 판매장과 농가 모두 규모화되고 있다. 1만호 이상 한돈농가가 올해 6월 4970농가 정도 규모로 축소됐다. 그러나 사육두수는 늘었다. 생산·가공·도축 부문 모두 점차 규모화되고 있다.

특별한 정부정책 없이도 대형화되고 있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기업은 이윤추구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조합은 농가가 주최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협동조합형 패커육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통중심의 정부정책 필요”

김호길 전무 : 그동안 정부정책은 생산중심으로 짜여진 측면이 있다. 이제 유통을 중심으로 한 정부정책의 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부에서는 규제와 완화를 적절히 조합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도축장에 대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건폐율 완화도 꼭 필요하다. 또한 국내산 축산물을 팔아달라는 애국심에 대한 호소는 거두고 출하 전 절식과 같은 생산자 스스로의 품질 높이기에 더욱 매진해 외국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해야 국내 축산업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우 부장 : 소비자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유통구조 개선이 아니라 유통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부정책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농협계열 공판장 인근 가공장 활성화해야”

승종원 팀장 : 우리나라 축산물도매시장은 12곳. 농협계열 8곳이며 LPC는 전국에 7곳이 있다. 지난해 농협계열 공판장에서 소의 유통은 49.6%, LPC는 16.3% 였다. 이처럼 비중이 높은 농협계열의 공판장 인근 가공장을 활성화시켜 부분육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가격 지지기능이 있는 직배사업을 도입해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 도축장 공적기능 부여”

김재민 국장 : 몇 년 전에 도축장 구조조정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도축장을 준공영제로 운영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공적기능을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포장유통을 하는 우수 육가공사업자 같은 경우 정부가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줘서 지육유통과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돼지같은 경우 가격 발견기능에 대한 불만이 높다. 직거래 물량이 많기 때문에 산지 직거래 가격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기능도 필요하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정가수의매매나 시장도매인과 같은 선물거래제도의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 등급제의 경우 소비자의 저항이 있는 만큼, 2등급을 브랜드화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2등급의 경우 지방 함유량이 낮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고 1등급 생산에서 오는 농가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 또한 1등급 생산량은 줄고 2등급 수요는 증가해 1등급, 2등급 모두 가격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축산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논하고 있는데 김성훈 전 농식품부 장관은 정부도, 정치권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소비자를 축산업계의 우군이 될 수 있도록 축산업계가 소비자의 요구에 반응하며 혁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 생산자나 유통업계 모두 소비자가 인정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대도시 인근 부분육유통센터 건립 검토”

황명철 박사 : 일본에 좋은 사례가 있다. 동경과 오사카 등 대도시 인근, 부분육유통센터를 대규모로 구축했다. 일본이 쇠고기 수입자유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분육으로 유통되는 수입쇠고기에 대한 방어정책이었다. 센터에서는 그날 거래되는 물량이 전산 처리되고 등급별 부위별로 가격이 공표가 되는 등 육류 유통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이 제도는 국내에 꼭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일 수많이 이야기가 오고 갔다. 특히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축산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대한 고민, 2등급 브랜드의 필요성, 경제행위를 고려한 유통정책, 협동조합형 패커, 직배사업소, 도축장 경쟁성 향상, 해외시장개척 등 다양한 의견제시가 있었다. 이번 토론이 축산물 유통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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